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이 유망 투자처로 꼽히고 있다. [뉴시스]
대한민국 부동산시장 역시 ‘심리 바이러스’가 팬데믹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아파트 매매 거래가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인 93만 건을 기록했다. 수도권에서는 지금 사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패닉바잉 팬데믹’, 지역에서는 갈 곳 잃은 유동자금이 비규제지역으로 쏠리는 ‘투자 엑소더스 팬데믹’이 이러한 역사적 기록을 만들어냈다. 유튜브, 온라인 카페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부동산 채널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심리 바이러스’ 역시 더 빠른 속도로 대중의 심리를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빅데이터 기술이 SNS에 담긴 대중의 심리를 읽어내고 추적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검색창에 입력되는 검색어를 통해 지금 대중을 지배하는 ‘입소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입소문을 통해 대중의 심리 변화는 어떻게 전개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집값전망’ 검색어 증가하면 6개월 후 집값 오름세 둔화
부동산시장에서 최대 관심사인 ‘집값’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 검색어는 ‘집값전망’이다. 집값전망 검색어가 증가하면 보통 6개월 후 집값 오름세가 둔화하거나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집값이 불안할수록 사람들은 검색창에 ‘집값전망’을 검색하면서 미래 불안을 떨치려 한다. ‘집값전망’ 검색량은 지난해 10월 급등해 올해 3월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전환돼 올해 상반기 집값 상승을 내다보게 했다(그래프1 참조).
집값 이야기와 더불어 대중의 입소문에 오르내리는 주제는 ‘얼마나 거래됐느냐’, 즉 거래량이다. 수도권 거래량과 밀접한 상관성을 보이는 검색어는 바로 ‘KB시세’다. 집을 팔거나 사려는 사람은 중대한 의사결정에 앞서 ‘시세’를 검색하게 마련이다. 오래전부터 대한민국 아파트의 시세 데이터를 축적한 KB시세가 대중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앞서 밝혔듯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거래량을 보인 2020년 이후 ‘KB시세’ 검색량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 키워드 검색량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대중의 아파트 매매 심리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넘어온 현재, 공포지수인 ‘집값전망’ 검색량은 다시 증가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더불어 매매 심리 키워드인 ‘KB시세’ 검색량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상반기 급등한 수도권 집값은 예비 매수자로 하여금 입지, 노후도, 개발 호재 등을 꼼꼼히 따져보게 한다. 또한 우량 아파트로 매수세가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러는 경제적 변곡점을 만들어내는 입소문 바이러스의 한 형태로 ‘융합 내러티브’를 소개했다.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 집단이 어느 시점에 거대한 눈덩이처럼 하나로 뭉쳐 경기의 급등 혹은 급락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대한민국 부동산시장 역시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케이팝(K-pop) 영역에서 ‘융합 내러티브’가 발생할 수 있다. 상반기 ‘역주행 신화’를 쓴 브레이브걸스가 대한민국 여름을 다시 달구고 있다. 역주행 신화는 EXID라는 아이돌그룹의 전례가 보여주듯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으로도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한 케이팝의 역주행 신화가 꾸준히 만들어지면서 ‘역주행’ 내러티브는 집값, 부동산정책, 도시 발전과 융합돼 부동산 매매 심리의 시계추를 호황과 불황의 양극단으로 흔들 것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부동산 뉴스를 살펴보면 수도권의 ‘집값상승 역주행’, 정책 부작용을 우려하는 ‘종부세 역주행’, 지방 부동산 쇠퇴에 따른 ‘균형 발전 역주행’ 등 부동산과 융합된 역주행 내러티브가 확산될 조짐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역주행 내러티브뿐 아니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집단면역이 화두가 되면서 ‘면역 내러티브’가 부동산과 융합되는 경우도 나타난다. 규제 일변도인 정부 대책에 ‘내성’이 생긴 집값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최근 부동산시장에 ‘버블 경고등’이 켜졌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향후 ‘집값하락 역주행’ 입소문이 강하게 퍼진다면 하락 변곡점의 시그널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계속되는 규제에도 집값은 집단면역 달성’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 상승장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 민심 프리미엄 수혜 전망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서울 부동산은 재개발 시대가 찾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거정비지수제 등 박원순 전 시장이 서울시에만 걸어놓은 재개발 규제가 많다. 중앙정부와 무관하게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규제의 말뚝을 뽑을 사안이 적잖은 것이다. 5월 오세훈 시장은 ‘6대 재개발 규제 완화’를 천명했다. 이 중 10월 공모하기로 한 민간 재개발 사업지 선정 일정을 9월로 한 달 앞당기면서 꽁꽁 얼어 있던 재개발시장이 좀 더 빨리 해빙기를 맞게 됐다.오세훈발(發) 재개발 규제 완화 보도 이후 검색량이 급등하며 입소문을 탄 사업지는 ‘성수전략정비구역’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 4개 지구 모두 건축심의를 준비하고 있으며, 심의 통과 시 재개발의 8부 능선인 ‘사업시행인가’ 절차를 밟게 된다. 조합 설립 등 도시정비사업 초기 절차를 밟는 압구정동, 여의도와 대비되는 속도다. 정치 영역으로 깊숙이 들어선 부동산은 개발을 위한 ‘대의명분’이 중요하다. 강남보다는 ‘강북 재개발’이 아무래도 민심 자극이 덜하다. 강남 압구정동보다 강북 성수전략정비구역이 민심 프리미엄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압구정동과 성수동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데도 말이다.
삼성전자보다 카카오, 채권보다 금에 투자하라!
대한민국 대표 입소문 창구로 네이버가 있다면, 미국 혹은 글로벌 입소문을 담아내는 검색창에는 구글트렌드가 있다. 구글트렌드에서 포착되는 입소문을 활용해 7년 동안 326% 수익률을 낼 수 있음을 증명한 연구가 ‘네이처’에 실린 적이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빚(debt)’ ‘색깔(color)’ ‘식당(restaurant)’ 검색량이 감소할 때 주식을 사고, 반대로 증가할 때 주식을 팔면 시장 평균을 상회하는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한다.그렇다면 대한민국 주식은 어떤 검색량을 살펴봐야 남들보다 빨리 시장의 분기점을 포착해 유망 주식을 매수할 수 있을까. 경제학자 케네스 로고프의 저서 ‘이번엔 다르다’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끝없는 상승장을 확신하며 ‘이번엔 다르다!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주가는 영원히 상승할 것이다!’라는 ‘영원한 상승에 대한 믿음’이 틀렸음을 빅데이터로 증명했다.
‘이번엔 다르다’ 검색량 증가 시 주가 상승
한국에서는 이와 반대로 사람들이 ‘영원한 하락에 대한 공포’가 틀렸음을 주문처럼 되뇌며 검색창에 ‘이번엔 다르다’라는 신념을 토로할 때 바닥에서 허덕이던 주가가 상승하는 패턴이 발견된다. 미국 금리인상,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2018년 10월 11일 하루에만 4% 폭락하며 공포를 키운 코스피가 10월 말 ‘이번엔 다르다’ 검색량이 폭증하면서 2019년 4월 2200선을 뚫었다(그래프2 참조). 코로나19 공포가 코스피를 덮친 2020년 3월 1500선까지 밀린 지수는 5월 ‘이번엔 다르다’ 검색량이 폭증하며 상승 반전으로 돌아섰다. 지금은 3200대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삼성전자 매수’ 검색량과 높은 연관성을 보인다. 최근 삼성전자 매수 검색량은 과거 평균을 하회하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시가총액이 높은 우량주를 좀 더 살펴보면 네이버보다 카카오가 주식 매수 검색량이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LG화학보다 현대자동차가 주식 매수 검색량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카카오와 현대자동차의 상승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의 대체 투자처로 평가받는 금·채권·달러 투자에 대한 대중의 관심 역시 검색량으로 살펴볼 수 있다. 채권 투자 검색량은 미국 장기금리가 상승하면서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는 반면, 금 투자 검색량은 7월 초 급증했다(그래프3 참조). 안전자산에 베팅하려는 심리가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대중의 집단지성이 알려주는 2021년 하반기 투자 가이드를 한 줄로 요약하겠다. 삼성전자보다 카카오, 채권보다 금에 투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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