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차이잉원 총통이 참석한 가운데 대만 해군 초계함 ‘타장(塔江)함’의 진수식이 열렸다. [뉴시스]
미사일 ‘쏘고 빠지기’
대만군은 타장함 같은 함정을 6~7척 한꺼번에 동원해 마치 늑대 떼가 먹잇감을 공격하는 듯한 전술을 구사할 계획이다. 타장함과 동급 함정 여럿 척이 중국 항모를 포위해 미사일을 동시 발사하는 것이다. 대만은 2026년까지 최신예 초계함 12척을 건조해 실전 배치할 예정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해 12월 타장함 진수식에 참석해 함명을 직접 부여하는 등 중국 침공에 맞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당시 차이 총통은 대만군 최신예 초계함을 두고 “적 위협을 저지하는 등 작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이처럼 대만은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중국에 대항하고자 비대칭 전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세계 군사력 순위(2020년 군사력 평가 기관 ‘글로벌 파이어 파워’ 분석 기준)에서 중국은 3위를 차지한 반면, 대만은 26위에 불과하다. 중국군과 대만군 전력을 비교하면 각각 지상 병력 102만 명 대 14만 명, 전차 5800대 대 800대, 전투기 1500대 대 350대 등으로 중국이 압도적 우위다. 대만은 중국과 일대일 전면전을 벌이면 백전백패할 것이 뻔하기에 침공을 최대한 저지하면서 미국 지원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며 대만과 공식 단교했지만 ‘대만관계법’을 근거로 유사시에는 대만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유사시 대만군은 미군 증원을 기다리면서 중국군 공격을 최대한 저지해야 한다. 이를 위한 싸움법이 바로 비대칭 전력이다. 비대칭 전력은 양국의 군사력 격차가 현저할 때 열세인 국가가 상대방의 우위 전력은 피하고 약점을 공격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에 따라 대만군은 비대칭 전력을 구사하기 위한 맞춤형 전력을 속속 보강하고 있다.
대만 정부는 비대칭 전력 강화를 위해 무기 개발은 물론, 미국산 무기 체계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그중 주목할 것이 대만 국방부가 6월 18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미국 방산업체 보잉의 ‘하푼 해안방어시스템(HCDS)’과 록히드 마틴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이다. 대만군은 보잉사의 공대함미사일(AGM-84), 함대함미사일(RGM-84), 잠대함미사일(UGM-84) 등 하푼 미사일 3종을 이미 운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HCDS를 추가 도입한 것은 중국의 4만t 규모 75형 강습상륙함과 산둥호 등 항공모함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2023년까지 자국 도서지역에 HCDS 미사일 400발과 운송 차량 100대, 레이더 차량 25대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특히 HCDS에 따라 하푼 미사일을 대형전술트럭(HEMTT)에 탑재하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군이 침공과 동시에 대만군의 기존 지상 미사일 기지를 공격할 것에 대비해 기동성이 뛰어난 HCDS를 배치하려는 것이다. 싱가포르 라자랏남 국제연구원의 벤 호 군사학 연구원은 “중국의 압도적인 힘에 대항하기 위해 대만은 비대칭 전력을 구사해야 한다”며 “적 함정에 미사일을 발사한 후 재빨리 이동하는 해안방어용 미사일이 비대칭 전력에 안성맞춤”이라고 평했다.
지난해 6월 중국 인민해방군 제73집단군이 대만을 겨냥한 해안상륙 훈련을 실시했다. [중국 CCTV 캡처]
美 무기 체계 적극 도입
마찬가지로 차량 기반인 HIMARS를 이용해 중국 남동부지역을 선제 타격할 수 있다. HIMARS는 미 육군이 5t 전술트럭에 장착해 신형 유도형 다연장로켓(GMLRS) 6발 혹은 사거리 300㎞ 에이타킴스(ATACMS) 지대지미사일 1발을 쏠 수 있도록 개발한 무기 체계다. 대만군은 미국 무인공격기 MQ-9A 리퍼(Reaper)와 비슷한 텅윈(騰雲) 드론도 개발하고 있다. 대만군은 텅윈 드론에 완젠탄(萬劍彈)이라는 집속탄을 장착해 운용할 계획이다. 완젠탄은 대만 국책 방산연구소 ‘국가중산과학연구원(NCSIST)’이 개발한 미사일로, 100여 개의 집속탄을 터뜨려 적 비행장 활주로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대만 정부는 이제까지 대만군의 약점으로 지목된 잠수함 전력도 강화하고 있다. 현재 대만 해군이 보유한 잠수함은 4척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1980년대 도입한 노후 모델로 핵무기까지 탑재 가능한 중국군 잠수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대만은 비대칭 전력의 핵심인 신예 잠수함을 2024년 실전 배치할 전망이다. 2026년까지 2500~3000t급 디젤 잠수함 8척을 자체 건조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정부는 자국 조선업체가 소나(sonar) 등 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핵심 기술·부품을 대만에 판매하는 것을 승인했다. 그 덕분에 대만 정부는 록히드 마틴의 MK-48 어뢰 18기를 비롯해 최신 잠수함 전투 시스템을 구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대만의 비대칭 전력 강화 계획을 집대성한 것이 ‘2021년 국방 4개년 총검토 보고서(QDR)’다. 3월 18일 대만 국방부가 입법원(국회)에 제출한 해당 보고서는 중국과 전면전 발발 시 ‘근해 사수, 해안선에서 적군 섬멸’ 전략에 따라 적 공세·상륙을 저지해 대만 내 침공을 무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국방부는 이를 위해 비대칭 전력, 시가전 훈련 및 전시동원 예비군 전력 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對)중국 전력 강화를 위한 또 다른 포석은 인사(人事). 차이 총통은 2월 추궈정(邱國正) 국가안전국(NSB) 국장을 국방부장(장관)에 임명했다. 추 부장은 참모총장 · 육군사령관 · 예비군사령관 등을 지내고 미 육군대학원을 졸업한 비대칭 전력 전문가다.
원전, 원유 비축기지, 고속철도 사거리 안
대만 국가중산과학연구원 (NCSIST)이 개발한 윈펑(雲峰) 순항미사일. [뉴시스]
NCSIST가 개발한 사거리 2000㎞의 윈펑(雲峰) 순항미사일은 중국 수도 베이징까지 타격할 수 있다. 고압분사 엔진으로 마하(음속) 3 속도로 비행해 목표를 타격한다. 중국과 가까운 대만의 지리적 특성상 중거리미사일로도 중국의 전략적 급소를 충분히 타격할 수 있다. ‘다윗’ 대만이 막강한 비대칭 전력을 보유한다면 ‘골리앗’ 중국의 위협에 상당히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