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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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코로나바이러스 유출 의혹 갈수록 증폭

첫 발병 보고 전 유사 증세 치료받은 연구원들… WHO 재조사 강제할 권한 없어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1-06-08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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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과학원 산하 우한바이러스연구소(WIV). [CAIXiN]

    중국 과학원 산하 우한바이러스연구소(WIV). [CAIXiN]

    중국 과학원 산하 우한바이러스연구소(Wuhan Institute of Virology·WIV)는 생물안전4급(BSL-4) 실험실을 운영해온 곳이다. BSL-4 실험실은 사람이나 동물에 중대한 병을 일으키는 치명적 바이러스를 연구한다. 실험실 안전도는 1~4등급으로 구분되는데, 숫자가 클수록 안전한 곳으로 평가된다. BSL-4 실험실은 전 세계에 54개가 있으며, 중국에선 이곳이 유일하다.

    중국의 대표 바이러스 연구기관인 WIV는 1956년 설립됐으며, 2015년 BSL-4 인증을 받았다. 중국은 그동안 이곳에서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비롯해 에볼라바이러스 등을 연구해왔다. 보관 균주만 1500여 종에 달한다. 특히 이곳은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먼저 발생했다고 주장해온 우한화난수산물도매시장으로부터 12.8㎞ 떨어져 있다. 중국 정부는 2019년 12월 31일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폐렴’이 확산되고 있다고 세계보건기구(WHO)에 처음 보고한 바 있다.

    코로나19 기원 의혹 증폭시킨 美 정보 보고서

    하비어 베세라 미국 보건장관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 기원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유튜브]

    하비어 베세라 미국 보건장관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 기원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유튜브]

    미국 정부와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기원을 놓고 또다시 공방전을 벌이는 가운데 WIV가 바이러스 유출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다. 코로나19 기원을 놓고 의혹이 증폭된 것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정부의 비공개 정보 보고서를 인용해 WIV 연구원 3명이 코로나19 첫 발병 보고 전인 2019년 11월께 고열 등 코로나19와 유사한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보도(5월 23일자)한 데서 비롯됐다. WSJ가 인용한 이 보고서는 미국 정보기관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코로나19 기원을 조사해 5월 초 제출한 내용의 일부다.

    WSJ의 이 보도에 따라 미국 내에서 코로나19 기원으로 WIV 유출설이 크게 증폭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5월 24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WIV에서 나왔을 개연성이 있다고 하는데 ‘개연성’이라는 단어를 빼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발생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 책임론’을 밀어붙이면서 코로나19가 WIV에서 유출됐을 개연성을 몇 차례 제기한 바 있다. 데이비드 애셔 전 코로나19 기원 조사 태스크포스(TF) 팀장도 “WIV 연구원들이 아팠던 것이 첫 번째 코로나19 집단감염일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은 5월 26일 성명을 통해 “정보기관들에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해 추가 조사를 벌여 90일 이내에 다시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보기관들이 코로나19 기원에 관한 분명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면서 “2곳은 동물에서, 1곳은 실험실에서 유래했다는 쪽에 기울어 있지만 이들 역시 낮거나 중간 정도의 확신이 있을 뿐”이라고 추가 지시 배경을 전했다. 특히 그는 “미국은 동맹국들과 계속 협력해 중국이 완전히 투명하며 증거에 기반을 둔 국제 조사에 참여하고 모든 관련 자료와 증거를 제공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이든 정부가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해 WIV 유출설에 무게 중심을 두면서 중국 정부를 압박하고 친중 성향인 WHO를 개혁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앤드루 슬래빗 백악관 코로나19 대응팀 선임고문은 “중국과 WHO는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한 분명한 답을 제시하기 위해 기원 조사를 완전히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비어 베세라 미국 보건장관은 5월 25일 WHO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세계보건총회(WHA) 화상 연설에서 “국제 전문가들에게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완벽한 접근권을 부여한 2차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코로나19의 자연 발생설을 확신할 수 없다”며 “중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조사를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의 이런 주장에 대해 중국을 제외한 각국이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영국 정부는 성명을 통해 “WHO의 코로나19 기원 연구는 끝나지 않았다”면서 “중국을 포함해 적절하고 투명하며 증거에 기반한 전문가 주도의 2차 조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영국 정보기관들도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해 WIV 유출설을 조사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서 발견된 ‘조작 흔적’

    세계보건기구(WHO) 조사팀이 2월 9일 우한에서 중국 과학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CGTN]

    세계보건기구(WHO) 조사팀이 2월 9일 우한에서 중국 과학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CGTN]

    각국 정부와 보건 및 전염병 전문가들은 그동안 WHO의 부실한 조사와 중국 정부의 은폐 의혹에 상당한 불만을 제기해왔다. WHO 조사팀은 1~2월 우한을 방문한 이후 WIV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유출됐을 개연성은 매우 적으며 동물을 통해 사람에게 전파됐을 개연성이 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각국에선 해당 보고서가 중국 정부의 입맛에 맞는 내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로 WHO 조사팀이 WIV 현장 조사를 진행한 시간은 4시간에 불과했으며, 중국 정부는 자료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정보 접근을 제한하는 등 비협조로 일관했다. 게다가 조사팀 15명 가운데 3명은 친중국 전문가였다.

    유출설을 주장하는 유명 과학자들의 논문도 나오고 있다. 앵거스 달글리시 영국 런던대 세인트 조지 의대 교수와 버거 소렌센 노르웨이 바이러스 학자는 국제학술지 ‘QRB 디스커버리’에 발표한 논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서 6개 ‘고유 지문(조작 흔적)’이 발견됐으며 이는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조작한 경우에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WHO 조사에서도 WIV 유출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나왔다. WHO 조사팀이 보고서에 첨부한 부록에는 중국 보건 당국이 2019년 12월 인체에서 채취한 코로나바이러스류(類) 샘플 수천 개를 저장했다 파괴한 과정이 담겼고, WHO가 “이 샘플들을 검사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보고서에도 중국 보건 당국이 2019년 12월 초 우한 인근 야생동물 69종에서 표본을 추출해 대규모 조사를 벌인 정황이 기술돼 있다. 그러자 세계 유명 과학자 25명이 WHO에 공개서한을 보내 WIV 유출 가능성을 부정한 이 기구의 조사에 결함이 있다며 새로운 조사를 촉구했다. 미국 과학자 등 18명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서한을 보내 “WIV에서 유출 사고와 동물로부터 사람으로의 감염 이론 모두가 유효하다”며 “새로운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WHO 조사팀 일원인 마리온 코프만스 네덜란드 바이러스 학자는 “증거가 사라지기 전 2단계 조사에 돌입해야 한다”면서 WHO 회원국들에게 코로나19 기원을 규명할 2단계 조사를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中, WHO 재조사에 강력 반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해 자국 과학자들을 철저히 통제해왔다는 것이다. 샤오보타오(肖波濤) 화난이공대 생물과학 및 공정학원 교수는 지난해 2월 6일 글로벌 학술 사이트 ‘리서치게이트(Research Gate)’에 WIV와 우한질병예방통제센터(WHCDC)로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가 유출됐을 개연성이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지만 모두 삭제됐다. 이후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기원에 관한 논문의 경우 각 대학 학술위원회, 교육부 과학기술과, 국무원 산하 코로나 예방·통제 태스크포스 등 3단계 심사를 거쳐야 학술지에 제출할 수 있는 허가제로 지침을 바꿨다.

    중국 정부는 WIV 유출론은 물론, WHO의 코로나19 기원 재조사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은 “지금까지 WIV 연구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없다”며 “미국은 실험실 유출 등 음모론과 가짜 정보를 퍼뜨리고 WHO 전문가들의 연구 성과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오 대변인은 “미국이 진정으로 완전히 투명한 조사를 원한다면 중국처럼 WHO 전문가를 초청해 미군의 포트 데트릭 실험실 등 전 세계에 있는 미국 실험실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2019년 7월 폐쇄된 포트 데트릭 실험실과 코로나19와의 관련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번 코로나19 기원을 놓고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공방전에서 승자는 미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WIV 공개 조사를 비롯해 WHO의 재조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유출설이 사실일 경우 중국 정부와 공산당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로런스 고스틴 미국 조지타운대 국가·글로벌 보건법 연구소 소장은 “중국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WHO에는 중국 정부가 따르도록 강제할 국제법상 권한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는 이번 공방전을 통해 국제사회에 ‘중국 책임론’을 다시 한 번 부각하고 있다. 중남미를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백신 외교에도 어느 정도 제동을 거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바이든 정부가 코로나19 기원이 WIV라고 밝혀내더라도 중국 정부는 끝까지 부인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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