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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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빈 파운트 대표 “지금 은행 예금하면 벼락거지”

“글로벌 분산투자가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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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1-06-0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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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빈 파운트 대표. [홍중식 기자]

    김영빈 파운트 대표. [홍중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바꿔놓은 것은 우리의 일상만이 아니다.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화폐를 계속 찍어내면서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자산가치는 상승하는 시대가 왔다. “지금 은행 예적금에 돈을 맡기면 벼락거지가 된다”는 김영빈(38) 파운트 대표의 이야기는 우리가 직면한 현 상황을 설명해준다.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1% 안팎의 금리로는 내 재산을 지키지 못할 뿐 아니라, 자칫 빈곤으로 내몰릴 우려도 있다.

    김 대표는 이런 변화가 하루아침에 시작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코로나19 사태가 가속화했을 뿐,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부터 예견된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근로소득 증가 속도가 자산가치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근로소득과 더불어 돈이 돈을 벌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며 화폐가치 하락 예고

    2015년 설립된 파운트는 국내 최대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전문기업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등 컴퓨터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주식·채권을 사고팔며 자산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우리은행, 삼성생명 등 20여 개 금융기관에 개인 자산관리가 가능한 솔루션, AI 기반의 펀드 추천 및 변경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다수의 금융기관과 협업해 로보어드바이저 기반의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2018년부터는 개인을 위한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다니다 창업을 위해 퇴사했다. 파운트의 자산관리 규모는 3월 말 금융투자협회 공시 기준 8600억 원을 넘어섰다.



    “지금 은행 예적금에 돈을 맡기면 벼락거지 된다”는 말이 의미하는 바는?

    “현재 한국에서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건물에는 공실이 넘쳐나고 실직자가 늘고 있는데 자산가치는 급등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고, 주식이 그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식적으로는 경기가 나쁘면 자산 가격이 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상승하는 이유는 정부가 화폐를 계속 찍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디플레이션(통화량 축소에 의해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이 오는데,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 닥칠 수 있는 최악이자 대재앙의 상황이다. 그런 상황을 막고 대한민국 경제가 굴러가게 하려면 현금 유동성이 풍부해야 하기에 은행 금리는 앞으로도 계속 낮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 모든 사태가 코로나19 탓에 일어났다는 의미는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는 10~20년에 걸쳐 일어날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줬을 뿐, 근본적인 문제는 대한민국이 고령화-저출산 사회로 접어든 데 있다.”

    화폐가치 하락과 고령화-저출산 사회가 무슨 관계인가.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2018년 기준 43.4%). 반면 출산율은 가장 낮다(2019년 합계출산율 0.92명). 평균 수명은 100세를 넘어 120세를 바라보는데 노인인구를 부양할 생산인구는 점점 줄어든다. 과거처럼 고도 성장기에는 실물경기가 좋아질 경우 소득도 증가해 열심히 일해 돈을 저축하면 노후 대비가 됐다. 하지만 저성장기로 접어들면 저축만으로 노후 대비를 할 수 없다. 국민연금 고갈 속도도 빨라질 거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국민연금 지급 시기를 늦추고, 현금가치를 낮추는 거다. 내가 받기로 예정된 연금은 받지만 물가가 2~3배 오른 상황이 되면 화폐가치는 그만큼 떨어지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 파산으로 내몰리지 않기 위해서는 돈이 돈을 버는 자본소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보통 사람은 원금마저 다 잃는 상황에 두려움을 느낀다.

    “만약 주식에 돈을 넣었는데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불안하다면 그건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그래서 주가가 떨어질 때는 공포심에 팔고, 오른 뒤에 사는 행위를 반복하는 거다. 이런 과정이 장기간 반복되면 투자자의 90%가량이 손실을 본다. 그런 이유로 부동산이 투자처로 더 각광받았는데, 이제 부동산 투자도 쉽지 않다. 가격 자체가 너무 올랐고 대출도 막혔으며 세금 문제 등 많은 어려움이 있어서다. 사실 지금 많은 사람이 공포감을 느끼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갔지만, 이제는 벼락거지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이런 상황이 없었나.

    “없었다. 대한민국은 계속해서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단기적 충격은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가 있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겪었다. 하지만 그 후에도 경제는 계속 성장했고 사람들은 점점 잘살게 됐다. 그 시기를 극복한 데는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생산인구의 역할이 컸다. 사실상 인구절벽 시대에 직면한 지금은 더는 그런 기대를 할 수 없다.”

    1억이 32억 되는 장기투자와 복리의 마법

    김영빈 대표는 모든 사람이 투자의 원리, 돈의 속성 등에 대해서 공부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홍중식 기자]

    김영빈 대표는 모든 사람이 투자의 원리, 돈의 속성 등에 대해서 공부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홍중식 기자]

    근로소득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직장생활이 의미 있을까.

    “간혹 전업투자자로 나서고 싶다는 이들이 있는데, 살기 어려워질수록 근로소득은 중요하다. 우리가 거래하는 곳은 최고 전문 금융기관들로, 연 5~7% 목표 수익률을 제안하면 ‘굉장히 잘한다’고 인정해준다. 그 정도 수익률을 꾸준히 낸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기대하는 목표 수익률은 지나치게 높다. 만약 내가 연 20%가량 수익을 내고 싶다면 평균 2배 이상 손실의 폭을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10%, 20%만 빠져도 겁이 나 돈을 빼고 결과적으로 돈을 잃는다. 투자를 통해 5% 수익률로 연 500만 원을 벌려면 자금이 1억 원은 있어야 한다. 내가 근로소득으로 연 500만 원을 번다면 목돈 1억 원을 갖고 있는 것과 같다. 지난해 코스피가 1400까지 떨어졌다 3000을 돌파했다. 유례없는 호황이었고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주식 계좌 평균 수익률은 3%였다. 근로소득도 자본소득 못지않게 중요하다. 일정 이상의 근로소득을 통해 자본이 잠식되지 않도록 하면서 한 방이 아니라 꾸준히 자본소득을 불려갈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한다. 글로벌 분산투자를 추천하는 이유다.”

    7~8%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분산투자의 가치를 폄하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 사람이 모두 동의하는 최고 투자처는 부동산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최근 10년간 2배 올랐다. 50억 원 아파트가 100억 원이 됐다. 그런데 평균 수익률은 얼마인지 아나. 6.8%이다. 연 목표 수익률이 7.2%라고 하면 시큰둥할 수 있지만 1억 원을 7.2%로 30년간 불리면 8억 원이 되고 40년이면 16억, 50년이면 32억 원이 된다. 50년 뒤 아무리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 해도 32억 원은 큰돈일 테고, 나의 삶을 안정적으로 지켜줄 거다.

    앞으로도 부동산 가격은 오르겠지만 과거처럼 수익률이 좋기는 힘들다. 하지만 자산배분투자는 국내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글로벌 투자를 하면 지구상에는 베트남처럼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나라도 있을 테고, 미국은 여전히 테크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할 거다. 또 기업이 아닌 지수 단위 투자를 하면 목표 수익률은 4% 이상 나온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이 더해지면 7~8% 수익률은 충분히 올릴 수 있다. 지키는 투자, 글로벌 투자를 하면 노후에 여유롭게 인생을 보낼 수 있다.”

    장기투자를 권하면 “우리나라에 30년 가는 회사가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한때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세계 1위였던 노키아라는 회사가 있었다. 지금 10대는 그 회사를 모른다. 개별 기업에 투자하지 말라는 이유다. 국가는 망하지 않는다. 국가 지표가 될 수 있는 주가지수도 상장폐지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 나라 지수만 사는 것은 위험하다. 다양한 나라의 지수를 사고 채권도 사고 금이나 은, 원유 등과 같이 리스크를 상호보완해주는 대체투자를 일부 섞으면 장기로 갈 수 있는 자산배분 포트폴리오가 완성된다.”

    투자를 시작하기 좋은 시점은 언제인가.

    “주식이 언제 오를지는 아무도 모른다. AI도 못 맞힌다. 그랬다면 구글은 지금 엄청나게 큰돈을 벌지 않았겠나. 그 대신 장기투자로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1~2년으로는 잘 모르고, 3~5년이면 예측치가 꽤 높아지며, 10년 단위로 가면 약속한 목표 수익률을 거의 지킬 수 있다. 그냥 월급날 조금씩 투자금을 넣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 10년 뒤에는 분명 지금이 가장 저점일 테니까.”

    글로벌 장기투자로 위험 분산해야

    로보어드바이저 기업들의 수수료가 높다는 지적도 있다.

    “잘 모르는 분이 많은데,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 평균 수수료가 연 2%를 넘는다. 글로벌 분산투자를 위해서는 국가 분석,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에 관한 고도의 지식은 물론, 담당 펀드 매니저도 필요하다. 그래서 보통 팀 단위로 움직이고 조 단위는 돼야 운영이 가능하다. 우리는 손실이 나면 수수료를 받지 않고 수익이 나면 15% 성공 보수만 받는다. 수익률 8%에서 1% 조금 넘는 금액이다.”

    자산관리를 전문가에게 맡겨도 투자 공부는 필요할까.

    “기업 재무제표까지 공부하는 분도 있는데, 본업이 있는 사람에게는 무리라고 생각한다. 그 대신 투자의 기본 원리와 돈의 속성, 금융 상식 등은 공부하면 좋겠다. 부자들이 건물을 살 때는 월세만 따지지 건물 가격은 신경을 안 쓴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흘러 건물 가격이 자동으로 올라 있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이제 패러다임 전환의 시기가 왔다.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를 통해 내 돈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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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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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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