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라는 말,
정치하며 사용하지 않으려 주의해”
“능력 있는 청년들
정치권 아닌, 산업전선에 있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 만든 후 인재 선발해야”
“경륜은 기득권이 지지율
공고히 하려 사용하는 말”
“대한민국 정치 연령을 15세 낮출 기회가 왔다. 이 기회를 잡는다면 국민의힘은 정권 창출에 성공할 것이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준석(36) 전 최고위원이 예비경선 전날 밝힌 한 줄 평이다. 상황은 이 전 최고위원을 향해 웃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예비경선에서 1위를 하면 본선에서 변수가 없다고 생각하나”라는 기자의 물음에 “그렇다. 다만 단일화판이 치열하게 펼쳐지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다음 날 시작된 예비경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약점으로 꼽히던 당원 투표에서도 31% 득표율을 기록하며 2위 나경원(58) 전 의원과 1%p 차이만 보였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당대표 예비경선을 앞둔 5월 25일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정치서 중요한 건 경험 아닌 감각”
‘중진연합’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주호영(61) 의원은 6월 3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0선 혹은 누구는 마이너스 3선이라고 하는데,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 무슨 다선들이 모여 단일화한다는 것은 보기 안 좋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 역시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실질적으로 어떤 연대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일축했다.이준석 돌풍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 전 최고위원은 언뜻 모순적 인물로 보인다. 정치권 세대교체를 주장하지만 스스로가 ‘청년 정치인’으로 불리는 것은 거부한다. 힌트는 그가 입버릇처럼 언급하는 ‘공정’과 ‘능력’이라는 단어에 있다. 이 전 최고의원은 자신의 정치철학을 “말을 최대한 많이 하되, 일관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일관성을 잃지 않으려 하는 부분은 공정과 노력을 추구하는 자세다.
이 전 최고위원은 “정치하면서 ‘청년’이라는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과거 바른미래당 전당대회 당시 청년 최고위원으로 나가지 않고 일반 최고위원으로 출마했다. 겉멋 때문이 아니다. 스스로를 청년이라고 규정해 청년만을 위한 리그, 즉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되는 것이 싫어서 그렇다”며 “정당 청년위원회가 만든 정책을 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청년 정치인으로서 자기규정이 오히려 정치인으로서 능력 발휘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전 최고위원은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경험이 아닌 감각”이라며 “젊은 사람들은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고 행동도 빠릿빠릿하다. 한국 사회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과소대표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 청년 인재를 적극 수용하는 동시에, 이들과 한데 어울리면서 다 같이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청년들이 정치권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이유는 공정한 경쟁 판이 마련되지 않아서다. 이 전 최고위원은 “오후 2시 여의도에 머물 수 있는 청년은 특권층이다. 대다수 능력 있는 청년은 산업전선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당 청년위원회에서 10년을 굴러라고 얘기할 생각은 없다. 한국 정치에서 육성주의는 약화하고 선발주의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과 능력을 향한 그의 잣대는 연령을 불문한다. 이 전 최고위원은 “컴퓨터·독해·자료 해석 능력은 의원으로서 활동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질이다. 이를 갖추지 못했다면 의원 대신 다른 봉사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 보좌진에 의존하는 의원이 많아 필요성이 심각하다”며 기초자격시험제도를 공약했다. ‘장유유서’를 언급하며 리더십에 의문을 던진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향해서는 “공정을 위해 시험과목에는 절대 장유유서니 경험, 경륜 등이 나타나선 안 된다. 기득권이 자기 지지율을 공고히 하고자 사용하는 용어일 뿐이다. 정 전 총리의 ‘장유유서 발언’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국민의힘은 6월 11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대표를 선출한다. 본경선은 당원 투표 70%와 일반시민 여론조사 3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이 전 최고위원은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는 “당대표 선출을 앞두고 역선택 같은 용어가 나온다. 상대 후보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방증할 뿐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내 역할이 부각되면서 나를 차세대 리더로 봐주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 승리 경험을 통해 당을 탈바꿈하겠다고 얘기하니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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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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