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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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이라면 WHO 코로나19 대응 달랐다

[북콘서트] 평등한 세상 만들려 한 故 이종욱 박사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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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1-06-09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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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6월 3일 기준 전 세계 확진자 1억7100만 명, 사망자 356만 명. 2019년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발생해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폐렴’이 가져온 결과다. 전 세계인이 바로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통받는 가운데 소환된 이름이 있다. 6대 WHO 사무총장으로 전 세계인의 질병 퇴치를 위해 앞장선 고(故) 이종욱(1945~2006) 박사(사진)다.

    5월 27일 오후 4시 서울 중구에 위치한 정동1928 아트센터로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서거 15주년을 맞아 ‘영원한 WHO 사무총장 이종욱 평전’이 출간된 것을 기념하는 북콘서트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참석 인원은 코로나19 예방 수칙에 따라 소규모로 제한됐고, 행사는 이종욱 박사의 생전 활동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이종욱 박사는 2006년 WHO 총회를 앞두고 서거했다. 2003년 취임 일성으로 “2005년까지 300만 명의 개발도상국 환자들에게 에이즈 치료제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에이즈 없는 세상’을 꿈꾸는 남자였으며, 세계 소아마비 발병률을 1만 명당 1명 이하로 낮춘 ‘백신의 황제’였다. 또 2004년 질병관리 컨트롤타워인 이종욱 전략보건운영센터(JW Lee SHOC)를 설치한 장본인이다. 전략보건운영센터는 현재 전 세계 감염병 정보를 모으고 대응 전략을 세우는 등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종욱 박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구수환 PD, 엄상현 기자, 황인숙 방송작가(왼쪽부터). [김도균]

    이종욱 박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구수환 PD, 엄상현 기자, 황인숙 방송작가(왼쪽부터). [김도균]

    이날 좌담은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로 유명한 구수환 KBS PD와 엄상현 ‘동아일보’ 기자, 황인숙 방송작가 3인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엄 기자는 1년 준비 기간을 거쳐 평전을 직접 썼고 황 작가는 다큐멘터리 작업에 참여했다. 가장 먼저 나온 질문은 ‘이종욱 박사가 서거한 지 15년이 된 지금 왜 평전이 나오는지, 왜 그 이름이 다시 부활하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엄 기자는 “만약 WHO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중립적이고 균형 잡힌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면 이 박사가 소환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제 역학관계 속에서 흔들리며 초동대응에 실패했다 보니 많은 사람이 이 박사를 다시 떠올리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한국인 최초로 국제기구 수장에 올랐는데, 2003년 출마 당시 당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후보 9명이 경합을 벌이고 있었고, 한국에서는 그의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출마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든 상황을 바꾼 이는 이 박사 자신이었다. 훗날 세계은행 총재가 된 김용 박사를 통해 미국 하원의원 54명으로부터 지지서명을 이끌어냈고 이를 청와대와 외교부에 보내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 박사가 마주한 현실은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세상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평등하면서도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엄 기자는 “그의 삶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긴 평전을 통해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으며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의 지원을 받아 처음으로 한국인 시선으로 그려진 이종욱 박사의 평전은 6월 14일 판매에 들어간다.



    이한경 기자

    이한경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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