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5는 앞좌석, 뒷좌석 모두 전동 슬라이딩 시트로 돼 있다. 시트 등에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새 차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의 첫인상은 한 마디로 ‘정숙함’이었다. 엔진 대신 배터리로 달리는 전기차다 보니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조용했다. 계기판을 봐야 시동이 걸렸는지 알 수 있다. 진동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평소 진동이 심한 디젤차를 몰아서인지 그 차이가 더 크게 다가왔다.
4월 22일,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최초 적용한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5를 직접 운전해봤다. 외관도, 내관도 모두 낯설었지만 주행감만큼은 흠 잡을 데가 없었다. 매끈하게 치고 나가는 데서 전용 전기차의 역동성이 그대로 느껴졌다.
먼저 외관부터 살펴보자. 아이오닉5는 ‘포니’를 계승한 EV 콘셉트카 ‘45’를 그대로 담아냈다. 201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그 모습이다. 파라메트릭 픽셀(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픽셀을 형상화한 차별화된 디자인 요소)을 적용해 전조등과 후미등에 사각형을 강조했다. 또 파팅 라인(차량 외관의 갈라진 경계)을 최소화해 미래지향적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차 안으로 들어온 사이드미러, 친환경 소재 시트
아이오닉5 실내 모습. 123인치 컬러 LCD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이 일체형으로 장착됐다(왼쪽). 아이오닉 외관.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
차량 내부는 한결 밝고 깔끔했다. 엔진이 사라지면서 자동차 센터 콘솔 자리가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기어가 핸들에 달린 컬럼식으로 바뀌었고, 기존 기어 자리에는 노트북컴퓨터나 핸드백 등을 수납할 수 있는 트레이가 마련됐다. 기존 계기판 자리에는 123인치 컬러 LCD(액정표시장치)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을 일체형으로 장착해 주행 편의성을 높였다.
이번에 시승한 아이오닉5는 롱레인지 2WD(2륜구동) 프레스티지 트림(등급)이다. 전장은 4635㎜로 준준형 세단인 아반떼(4650㎜)보다 짧지만 축간거리가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3000㎜)에 맞먹는다. 외관에 비해 차량 내부가 넓은 이유다. 뒷좌석도 전동 슬라이딩 시트로 돼 있어 좌석을 뒤로 젖혀 평탄화하면 ‘차박’(차+숙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히터와 함께 있던 블로워(송풍기) 위치를 이동시켜 슬림화했고, 차량 시트도 초고강도 소재를 사용해 기존 내연기관 차량 대비 부피가 30%가량 줄어들었다.
또 하나 놀라운 건 새 차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친환경, 재활용 소재를 곳곳에 활용한 덕분이다. 도어 트림과 도어 스위치, 크래시 패드에 유채꽃과 옥수수 등 식물에서 추출한 바이오 오일 성분이 들어간 페인트를 사용했다. 시트는 사탕수수, 옥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성분을 활용해 만든 원단으로 제작했다.
배터리 10→80% 충전 18분 소요
서울 강동구 현대 EV스테이션에서 아이오닉5에 800V 고속충전을 하는 모습. [지호영 기자]
배터리 충전도 시도해봤다. 서울 강동구에 있는 현대차 EV스테이션에서 800V 고속충전을 진행했다. 10%에서 80%까지 충전 시간은 18분가량 소요됐는데, 잔량 에너지와 외부 온도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한다. 충전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일반 셀프 주유소처럼 전기량 혹은 금액에 맞춰 원하는 만큼 충전이 가능하다.
문제는 주행거리. 한 번 충전해 얼마나 달릴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 테슬라와 비교해 주행거리가 그리 길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환경부는 아이오닉5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로 도심 452㎞, 고속도로 348㎞, 복합 405㎞를 인증했다. 하지만 영하 6.7도에서는 도심 352㎞, 고속도로 357㎞, 복합 354㎞로 많이 줄어든다. 겨울철 히터를 작동하거나 여름철 에어컨을 켤 경우 주행 가능 거리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집 혹은 직장 근처에 전기차 충전소가 있다면 ‘혁신 모빌리티’로 불리는 전기차에 한번 도전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매거진동아 유튜브 채널에서 시승 영상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