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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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대책 실패 원인, 유동성이 아닌 反기업 정책에서 찾아야”

지금의 비정상적 부동산 가격은 아니면 말고 식 부동산대책 남발의 부작용

  •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ojunggun@gmail.com

    입력2020-07-25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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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진선미 국토교통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부동산대책 당정협의가 열렸다.

    7월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진선미 국토교통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부동산대책 당정협의가 열렸다.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의 중위 값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6억600만 원에서 올해 6월 9억2600만 원으로 52.7% 급등했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직후인 2017년 6·19 대책을 시작으로 최근 7·10 대책까지 지난 3년간 22번의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대책을 내놓고, 부작용이 나타나면 또다시 대책을 내놓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 

    부동산대책의 개요를 보면 대출 규제와 세금 중과, 투기지역 지정,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규제 등 반시장적 규제를 다 안고 있다. 부동산대책이라기보다 오기의 ‘부동산 정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노무현 정부의 데자뷔

    부동산 가격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서 급등한 반면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좌파정부가 분양가상한제, 대출 규제, 재개발/재건축 규제 등 반시장적 규제 중심의 대책을 남발한 데 반해, 우파정부는 반값주택, 행복주택,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등 시장 친화적인 공급 확대에 역점을 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학습효과로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아파트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대책도 재건축/재개발 등 수요가 있는 지역의 공급은 외면한 채 규제 중심으로 치달아 노무현 정부의 데자뷔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7월 2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시중 유동성이 이미 3000조 원을 넘어섰다”며 “정부는 넘치는 유동자금이 부동산 같은 비생산적 부분이 아니라, 건전하고 생산적인 투자에 유입될 수 있도록 모든 정책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과열이 정책 실패 때문이 아니라 시중에 너무 많이 풀린 돈 때문이라는 얘기다. 시중 자금을 주식시장 등 다른 곳으로 돌리면 부동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경기불황이 심각하다. 정부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획일적인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무리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소득주도성장, 법인세 인상 등 반(反)기업 정책을 펼치며 경기불황을 자초하고 있다. 2017년 5월을 정점으로 장기간 하락한 경기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대불황’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결국 한국은행은 금리를 제로(0) 수준까지 낮추며 돈을 풀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2460조 원이던 광의통화(M2·평잔 및 계절조정계열 기준)는 올해 4월 드디어 3000조 원을 돌파, 5월에는 3054조 원으로 급증했다. 증가폭도 2017년 115조 원이었으나 2018년에는 171조 원, 2019년에는 212조 원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5월까지 146조 원 증가했으니 연간 증가액은 300조 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막대한 유동성 공급으로 잠시 주가가 상승하는 듯했으나, 코스피(KOSPI)는 2017년 11월 2533을 정점으로 하락해 2000선 수준을 맴돌고 있는 모습이다. 초기 유동성 장세가 기업의 실적 하락으로 뒤를 받쳐주지 못하는 형국이다. 특히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도 경기가 급락을 지속하고 있다. 따라서 주식시장 호황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결국 경기를 살리기 위해 공급된 막대한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으로 옮겨 붙었고 부동산 가격 급등을 초래하고 있다.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간 이유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간 이유결국 친노조-반기업으로 대변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가 완전히 바뀌지 않고서는 경기가 살아나기 힘들다. 부동산 가격만 올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뿐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을 유동성 공급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유동성 공급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원인이 무엇인지에 집중해야 한다. 대책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시정해야 한다. 그래야 유동성 공급이 부동산 가격 급등이 아닌,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6월 1일 정부는 ‘2020년 하반기 경기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강조했다. 대기업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보유 중인 자금을 벤처 투자로 연결시킨다는 취지에서 대기업 지주회사도 CVC를 보유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인데, 부처 간 이견으로 두 달 가까이 진척이 없다. CVC를 허용하면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가 우려되고 금산분리 원칙이 훼손된다는 것이 반대 이유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미국 실리콘밸리 대기업은 CVC를 통해 첨단 벤처기업을 연간 평균 10여 개씩 인수합병해 신기술을 수혈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구글이 영국 인공지능기업을 인수해 딥러닝을 개발하고 중국계 벤처기업 유튜브를 인수하는 식이다. 인수합병을 하는 대기업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피인수 합병으로 일확천금을 거머쥐려는 청년 벤처기업가들이 구름같이 몰려들며 오늘날 실리콘밸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신기술을 수혈 받기 위해 한국 대기업들도 실리콘밸리에서 연간 평균 10개 내외의 외국 벤처기업을 인수합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이 삼성페이를 만들고자 미국 루프페이라는 벤처기업을 인수하고, 전장차를 만들기 위해 하만을 인수합병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경쟁이 치열한 첨단산업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금산분리 원칙 훼손을 운운하는 사이 청년 벤처기업가들은 자금이 고갈돼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 CVC를 전향적으로 도입하지 않고, 대기업이 참여하는 ‘뉴딜펀드 매칭’만 운운하는 것은 대기업 팔 비틀기나 다름없다. 정부가 나서서는 안 된다. 투자 친화적인 제도만 도입하고 기업들이 알아서 하도록 시장에 맡겨야 성공할 수 있다. 

    유동성 공급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유동성이 기업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게 하는 친노조-반기업 정책이 문제다. 부동산시장 또한 더는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재건축·재개발을 봉쇄해 공급을 틀어막으니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다. 하루빨리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해 증가된 유동성이 다시 기업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부동산 가격도 안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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