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항모 가가호와 이즈모호가 함께 항해하고 있다. [JMSDF]
당시 침몰한 일본 해군 항모 중에는 가가(加賀)호가 있었다. 미국 해양탐사업체 벌컨의 조사팀은 지난해 10월 18일 미드웨이 해역의 해저 5400m 지점에서 가가호의 선체 잔해를 발견했다. 77년 만에 발견된 가가호는 과거 악명을 떨친 일본 제국주의 시절 주력 항모였다. 가가호는 중일전쟁 당시 상하이 등 중국을 공격해 ‘악마의 배’로 불렸고, 진주만 기습 공격에도 참가했다. 일본은 2017년 취역한 해상자위대의 헬기 탑재 호위함을 가가호로 명명했다. 이 때문에 중국 관영언론들은 가가호의 취역을 ‘악마함의 부활’이라며 강력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악마함의 부활
일본이 중국 침략의 선두에 섰던 가가호를 항모로 운용하기 위해 개조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가호는 최대 배수량 2만7000t, 길이 248m, 폭 38m로 일본 해상자위대가 보유한 함정 가운데 최대 규모다. 함정 전체에 갑판이 깔렸고 별도의 격납고가 마련돼 헬기 14대를 운용할 수 있다. 가가호는 육해공군 자위대의 합동작전을 지휘하는 해상사령부 구실을 할 뿐 아니라, 수직이착륙 수송기 MV-22 오스프리를 탑재 가능해 해병대인 수륙기동단 병력을 수송할 수 있다.일본 방위성은 2020 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방위예산에 가가호와 또 다른 헬기 호위함인 이즈모(出雲)호의 항모 개조 작업 비용을 포함시켰다. 이즈모호는 길이 248m, 폭 38m, 배수량 1만9950t급이다. 일본 방위성은 2021년에 이즈모호, 2022년에 가가호를 각각 개조 완료할 계획이다. 일본 조선업체 JMU(재팬마린유나이티드)는 현재 요코하마에 있는 이소고 조선소에서 두 함정의 개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두 함정의 갑판을 개조해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인 F-35B를 함재기로 사용할 예정이다. 두 함정은 이미 격납고, 엘리베이터, 비행갑판 등 여러 부분에서 F-35B 운용을 감안해 건조됐지만, F-35B 운용을 위해서는 전투기 하중을 버틸 수 있도록 비행갑판 강화, 수직 이착륙할 때 내뿜는 강한 배기열에도 견디는 갑판 설치, 비행 안내등 추가 등의 개조를 거쳐야 한다.
항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함재기를 탑재하느냐다. 일본 정부는 전 세계 수직이착륙 기종 가운데 가장 성능이 뛰어난 미국 F-35B 스텔스 전투기를 이즈모호와 가가호의 함재기로 선택했다. 일본 방위성은 7월 14일 공개한 2020년판 ‘방위백서’에 헬기 호위함 이즈모호와 가가호에서 F-35B를 운용한다고 밝혔다. 일본 방위성은 “F-35B 배치는 새로운 안보 환경에 대응하고 일본의 공중과 해상 접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이에 앞서 미국 정부에 공군용 F-35A 63대와 해병대용 F-35B 42대 등 모두 105대를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와 관련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 5월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를 축하하려고 일본을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F-35 스텔스 전투기 구입 규모 등에 대해 합의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요코스카 해상자위대 기지에 정박한 가가호에 승선해 “일본이 동맹국 가운데 F-35를 가장 많이 보유하게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합의에 따라 미국 정부는 7월 9일 일본 정부가 요청하는 F-35 스텔스 전투기 105대와 관련 장비를 231억 달러(약 27조5767억 원)에 판매하는 계획을 승인하고 의회에 통보했다. 일본이 앞으로 2~3년 내 추가 도입을 마무리하면 F-35 스텔스 전투기 보유 대수는 지난해 추락한 1대를 제외하고 모두 146대나 된다. 미국을 빼면 최대 규모다.
中 항모에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는 기종
F-35B는 길이 15.6m, 날개 너비 10.7m, 높이 4.36m, 최대 속도 마하 1.6에 최대 6.8t의 무기를 탑재 가능하다. 또한 내부 무장창에 공대공미사일 2발과 1000파운드급 합동직격탄(JDAM) 2발을 장착할 수 있다. 전투 작전 반경은 833km. 스텔스 성능을 갖춘 데다, 최전방에서 조기경보기 역할을 할 첨단 센서가 장착돼 획득한 정보를 후방 이지스 구축함과 공유하면서 전투를 진행할 수 있다. 미국 군사전문 연구기관 글로벌 시큐리티의 존 파이크 소장은 “일본 F-35B는 중국 항모에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는 기종”이라며 “일본 해군력을 강화해줄 것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중국은 현재 랴오닝호와 산둥호 등 2척의 항모를 보유 중이다. 배수량 5만860t급인 랴오닝호는 함재기로 젠(殲·J)-15 전투기 26대를 탑재할 수 있다. 배수량 6만6000t급인 산둥호에는 젠-15 32대가 탑재돼 있다. 젠-15은 중국 해군 601연구소와 선양항공공사(SAC)가 개발한 최신예 전투기다. 쌍발 엔진에 전천후 기능을 갖추고 있다. 최대 이륙 중량은 33t으로, 러시아 수호이(Su)-33 전투기를 모델로 개발했다. 길이 21.9m, 날개 너비 14.7m, 높이 5.9m, 최대 속도 마하 1.98이며, 작전 반경은 1000km이다. 만약 일본 F-35B와 중국 젠-15가 공중전을 벌인다면 스텔스 기능이 없는 젠-15가 완패할 것이 분명하다.
이에 중국은 미국과 일본의 F-35에 맞설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젠-20의 대량생산에 들어갔다.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7월 8일부터 엔진 성능을 강화한 젠-20 개량형인 젠-20B를 공식적으로 생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젠-20B는 길이 20.3m, 날개 너비 12.9m이지만 민첩성이 뛰어나다. 젠-20B는 ‘추력편향제어장치(TVC)’를 장착해 고속·고난도 공중 기동이 가능하다. TVC가 탑재되면 엔진 추진력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동체 하부 내부 무장창에 PL-15 공대공미사일 4발, 측면 내부 무장창에 PL-10 단거리공대공미사일 2발을 각각 탑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군사전문 매체 ‘신랑(新浪) 군사망’에 따르면 최대 속도 마하 2.0인 젠-20B는 공중 급유 없이도 작전 반경이 2000km에 달하며, 급유가 이뤄지면 4000km까지 늘릴 수 있다. 중국은 앞으로 젠-20B를 산둥 반도를 비롯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접하고 있는 공군기지에 배치해 미국, 일본보다 열세인 자국 항모의 함재기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美, 日 지원 위해 ‘연합전력’ 구성
미국의 F-35B스텔스 전투기가 강습상륙함 와스프호에서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US Navy]
일본 자위대 항모 전단의 전력은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항모 전단과 비슷하거나 다소 우세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중국 산둥호 항모 전단의 경우 055형 이지스 구축함 2척과 호위함, 전술 핵잠수함, 보급함 등으로 구성돼 있다. 055형 이지스 구축함은 길이 180m, 폭 23m의 1만2500t급 최신예 함정이다. 미사일 수직발사대를 112개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적함을 탐지하는 레이더 성능은 일본이 더 낫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일본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이 ‘연합전력’ 구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은 10월부터 일본 이와쿠니 해병대 항공기지에 있는 기존 1개 대대의 F/A-18D 전투기를 F-35B로 교체할 방침이다. 미군은 일본 이즈모호와 가가호에 F-35B를 배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이런 계획에 나서는 이유는 북한의 도발 위협을 막으면서 중국까지 견제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특히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중국이 항모 전단을 동원해 점령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해온 일본은 2개의 항모 전단을 보유할 경우 이에 맞대응할 수 있으리라 보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항모 전단 대결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