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비행사 산토스 뒤몽. [© Cartier]
100년간 최고 자리를 놓치지 않은 까르띠에 손목시계의 탄생에는 사연이 있다. 까르띠에 창립자의 3대손인 루이 까르띠에의 이야기로,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 파티에서 브라질 출신 비행사 알베르토 산토스뒤몽은 친구인 루이 까르띠에에게 이색적인 부탁을 한다. 비행 중 회중시계(Pocket Watch·주머니에 넣어 휴대할 목적으로 만든 시계)를 꺼내 시간을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한 것.
산토스뒤몽은 당시 벨 에포크 시대(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풍요와 평화의 시기) 파리에서 유명한 트렌드세터였다. 그가 새로운 액세서리나 옷을 입고 등장하면 그것이 곧 유행이 돼 모두가 그를 따라 하곤 했다. 그가 착용한 하드 칼라, 짧은 장화, 카레이서 유니폼이 모두 유행이 됐다. 그렇지만 신기하게도 그는 비행기 조종사복만은 따로 맞춰 입지 않았다.
까르띠에는 산토스뒤몽의 말을 농담으로 여기지 않고 제품 개발에 돌입했다. 드디어 1904년 친구의 문제를 해결할 작품을 선보였다. 바로 조종간에서 손을 떼지 않고도 시간을 읽을 수 있는 손목시계(Wristwatch)의 프로토타입(시제품)이었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 손목시계의 효시가 됐다. 까르띠에와 산토스뒤몽의 우정이 낳은 새로운 발견이었다.
1912년에 제작된 산토스 뒤몽 워치. [Vincent Wulveryck, Collection Cartier ©Cartier]
이에 따라 1908년부터 까르띠에는 친구 이름을 따 ‘산토스 드 까르띠에’라는 손목시계를 선보였고, 몇몇 고객으로부터 주문받아 이 시계를 특별히 제작해줬다. 191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판된 이 손목시계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의 수많은 선구자의 손목을 차지해왔다.
선구자적 조종사, 산토스뒤몽
전설적인 비행사 산토스 뒤몽. [Cartier Documentation © Cartier]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곳에 가며,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말하기.”
산토스뒤몽은 이 말에 꼭 들어맞는 사람이었다. 그는 불가능이 없는 사람, 꿈을 사랑하는 대담함의 소유자로도 통했다. 언제나 ‘여기 아닌 다른 곳’을 꿈꾸며 탐험을 멈추지 않은 그는 선구자적 조종사로서 모험과 연구, 첨단 기술을 사랑했다. 그는 목숨을 걸고 실험적인 비행을 시도하는 대담한 모험가인 동시에, 자산 일부를 자선단체에 기증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진정한 젠틀맨이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이 인물은 결국 친구 루이 까르띠에를 새로운 발견과 창작의 세계로 이끌었다. 상상이 현실로 구현되는 길을 둘이 같이 걸어간 셈이다.
최초 현대식 손목시계의 탄생
산토스 뒤몽 워치. [Laziz Hamani © Cartier]
산토스 드 까르띠에는 이젠 하나의 전설이다. 당시에는 시계 제조에 들어가지 않던 가죽을 사용했고, 또한 대부분 감춰지길 원하는 부품인 ‘스크루’(못)를 드러내고 있다. 기하학적 형태, 곡선 처리된 모서리, 케이스와 스트랩의 조화로운 곡선을 완성해주는 연결 부분 등은 아르데코 스타일(1920년대 예술양식)의 탄생을 엿볼 수 있는 디자인이었다. 먼 훗날 1970년대 들어 까르띠에는 여기에 골드와 스틸을 함께 사용하는 대담한 모험가적 정신을 선보이기도 했다.
산토스 드 까르띠에
XL 워치(플래티늄), 고유번호가 부여된 30피스 에디션. [© Cartier / Laziz Hamani © Cartier]
"라 드모아젤" 산토스 뒤몽 박스, 워치 트래블 파우치, 산토스 드 까르띠에 커프 링크스.(왼쪽부터) [ⓒ Cartier]
남성의 품격을 찬미하는 플래티넘 소재의 XL 모델을 담는 상자와 액세서리 세트 또한 특별하다. 래커 우드 박스에는 산토스뒤몽의 가장 우아한 비행선인 ‘드모아젤(La Demoiselle)’의 도안이 각인돼 있으며, 고유번호가 부여된 30피스 에디션으로 출시했다. 까르띠에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인그레이빙 산토스뒤몽: 리미티드 에디션 워치
인그레이빙 산토스 뒤몽 워치. [© Cartier / Laziz Hamani © Cartier]
인그레이빙 산토스 뒤몽 워치. [© Cartier / Laziz Hamani © Cartier]
‘르 브레질’ 산토스뒤몽 워치 뒷면에는 1898년 산토스뒤몽 본인이 ‘가장 작고’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설명한 그의 첫 번째 엔진인 ‘르 브레질(Le Brésil)’ 도안이 각인돼 있다. ‘라 발라되즈’ 산토스뒤몽 워치 뒷면에는 1903년 산토스뒤몽이 탑승해 파리 상공을 가로질렀던 1인승 소형 비행선인 ‘라 발롸되즈(La Baladeuse)’ 또는 ‘n˚9’의 실루엣이 새겨져 있다. 그는 1900년대 초반 “이 기체가 관광객과 사업가들을 수송할 날이 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인그레이빙 산토스 뒤몽 워치. [© Cartier / Laziz Hamani © Cartier]
1908년에 제작된 ‘라 드모아젤’은 산토스뒤몽의 가장 성공적인 비행선으로, 대량생산된 최초 항공기 중 하나다. 이 비행선과 함께 손목시계에도 새로운 시대의 막이 올랐다. 산토스 드 까르띠에 또한 시계 산업의 현대적 발전을 상징하는 작품이 됐다.
100여 년 전 그들의 전설은 지금도 계속된다. 1904년 탄생한 강렬한 오리지널 디자인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내재돼 있어 세월의 흐름에도 변치 않는 클래식한 형태가 끊임없이 새롭게 재탄생하고 있어서다. 전설을 만들고 전설을 계승하는 일, 언제나 한 걸음 더 높이 비상하고자 하는 끊임없는 노력. 이것이 명품이 가진 강력한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