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복을 입은 나폴레옹 1세와 조세핀 황후. 나폴레옹의 프러포즈 반지 ‘너와 나(Toi et Moi) 링’의 200여 년 전 모델(왼쪽부터). [쇼메]
‘너와 나 링’ 현재 모델.
열정적인 사랑을 한 나폴레옹이 프러포즈한 것과 똑같은 반지로 지금도 많은 남성이 청혼을 하고 있다. 200여 년 전 나폴레옹이 프러포즈한 반지인 ‘너와 나(Toi et Moi) 링’을 쇼메 매장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쇼메는 240년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쇼메 창립자 니토(왼쪽)와 프랑스 파리 방돔광장 쇼메. [쇼메]
1809년 니토가 타계한 후 그의 아들 프랑수아 르뇨(1779~1853)가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는 1810년 새로운 황후 마리 루이즈의 공식 주얼러가 됐다. 르뇨는 1812년 방돔광장 15번지에 부티크를 연 최초의 주얼러였다. 한 세기 후 그의 후계자인 조세프 쇼메(1852~1928)가 방돔광장 12번지로 공방을 옮기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황실뿐 아니라 다른 나라 왕족도 자신들의 지위와 왕권을 강화하고자 쇼메의 디아뎀(Diadem·사회 계급과 권력을 상징하던 머리 장신구), 주얼리 세트 등을 주문, 제작해왔다. 24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쇼메의 손에서 탄생한 역사적 보물, 세계에서 유일한 보석, 황실 및 귀족의 주얼리 세트를 보면 경이로움까지 느껴진다. 쇼메의 240년 역사 속으로 주얼리 여행을 떠나본다.
나폴레옹이 주문한 집정관의 검
집정관의 검(1802). [쇼메]
니토는 검의 날 밑 부분에 리젠트 다이아몬드를 세팅했다. 140캐럿이 넘는 무게를 가진 리젠트 다이아몬드는 1717년 오를레앙의 리젠트 필리프 공작으로부터 구매한 것으로, 루이 15세와 16세의 대관식에 사용된 왕관의 메인 스톤이었다. 마리 앙투아네트도 국가 행사 당시 착용했던, 의심할 여지없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로 꼽히는 주얼리였다.
그런 다이아몬드가 나폴레옹의 검을 장식하게 됐다. 1804년 12월 2일 파리 노트르담성당에서 나폴레옹의 황제 취임식이 있었는데, 당시 나폴레옹은 집정관의 검을 자랑스럽게 착용했다. 이후 집정관의 검은 ‘황제의 검’으로 불리게 됐다. 현재는 루브르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교황 비오 7세의 교황관
교황관(1804~1805). [쇼메]
교황관 꼭대기의 십자가는 414캐럿으로 조각된 에메랄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것이었다. 이 414캐럿 에메랄드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주얼리였다. ‘율리우스 2세’로 불리던 이 에메랄드는 16세기부터 교황의 애장품이었으나 1797년 톨렌티노 조약(Treaty of Tolentino)에 따라 교황청에서 나폴레옹에게로 이관됐다. 하지만 나폴레옹이 교황관을 제작해 이 에메랄드를 다시 교황에게 돌려준 것이었다. 자신의 관대함과 아량을 공표하는 외교 수단으로 이용한 셈이다.
교황관에는 3345개의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와 함께 2990개의 최상급 진주가 사용됐다. 2018년 일본 도쿄 미쓰비시 이치고칸 미술관에서 열린 ‘쇼메의 세계(The Worlds of Chaumet)’ 전시를 위해 바티칸 교황청은 쇼메 측에 교황관의 복원을 의뢰했고, 전시회를 통해 공개했다.
조세핀 황후와 밀 이삭 모티프 디아뎀
밀 이삭 모티프 디아뎀(1811).
특별히 니토가 조세핀 황후를 위해 만들었던 것이 밀 이삭 모티프 디아뎀이다. 150개의 밀 이삭을 모티프로 해 1811년 만들었다. 생동감이 특징인 이 디아뎀은 제국 시대에 유행하던 독특하고 대담하며 모던한 스타일을 반영하고 있다. 쇼메는 조세핀 황후의 요청으로 수확의 여신인 케레스와 풍요의 의미를 가진 밀 이삭을 끊임없이 재해석하면서 다양한 주얼리를 선보였다.
쇼메의 상징, 디아뎀
쇼메의 디아뎀(왼쪽). ‘부르봉-팜므 디아뎀’(1919). [쇼메]
쇼메가 제작한 디아뎀 가운데 총 137캐럿의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부르봉-팜므 디아뎀’(1919)은 쇼메의 상징적인 작품이다. 현재 쇼메 메종의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쇼메의 디아뎀은 쇼메 메종의 유구한 역사뿐 아니라, 권력과 화려함으로 가득하던 유럽 황실의 역사를 보여준다.
볼레로 컬렉션
쇼메 아시아 브랜드 앰배서더 송혜교가 함께한 ‘그레이스 앤드 캐릭터 (Grace and Characters)’ 캠페인. [쇼메]
볼레로 컬렉션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시계다. 디자인과 의미 면에서 쇼메의 전통 시계와 맥락을 공유한다. 209년 전인 1811년 쇼메는 첫 주얼리 워치를 선보였다. 양 손목에 착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페어(pair) 워치로, 각각 날짜(date)와 달(month), 시(hour)와 분(minute)을 읽을 수 있게 돼 있다.
1811년 최초의 페어 주얼리 워치(왼쪽). 볼레로 컬렉션. [쇼메]
1800년대 나폴레옹과 조세핀 왕후의 황실 주얼리에서부터 오늘날 볼레로 컬렉션까지 쇼메는 3세기에 걸쳐 240년이라는 긴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고유의 스타일은 유지하면서도 창의성과 혁신성,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시대 흐름을 따르고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려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명품 세계는 역사의 기록이고, 명품의 역사는 지속적인 성장사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