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악수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AP=뉴시스]
메르켈 총리는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모습을 공식석상에서 노출했다. 이런 이상 증세를 한 달간 세 차례나 보였다. 그때마다 메르켈 총리는 두 손을 맞잡거나 팔짱을 끼는 등 경련을 멈추려 애썼지만 손에서부터 몸통, 다리까지 심하게 떨리는 증상이 몇 분씩 지속됐다. 건강 이상설이 처음 제기된 건 6월 18일 독일 베를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환영 행사를 할 때였다. 양국 국가가 연주되던 중 메르켈 총리의 온몸이 빠르게 흔들렸다. 당시 총리실 측은 “30도 넘는 더운 날씨 탓에 탈수 증상을 보였다”고 해명했다.
메르켈의 전신 떨림
입을 다문 채 온몸을 떠는 증상을 보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AP=뉴시스]
2005년부터 총리직을 맡고 있는 메르켈 총리가 예정대로 2021년 9월까지 네 번째 임기를 마칠 수 있을까. 국제사회에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던 유럽연합의 리더십에 공백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걸음걸이는 건강 이상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8년 평양 행사에서 왼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 포착된 이후 뇌졸중 발병 의심이 커진 바 있다.
시 주석에 대해 김종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 후유증으로 절룩거리게 된 경우라면 손도 불편해 보이거나 얼굴이 돌아가는 등 대부분 한쪽 팔과 다리에도 이상이 나타나지만 시 주석은 그 정도로 불편해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고혈압, 당뇨 등으로 작은 뇌혈관이 막혀 아주 가볍게 뇌졸중을 앓았을 수는 있어도 뇌 검사 결과를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최근까지 시 주석이 정상의 몸 상태로 최고지도자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진핑도 휘청
메르켈 총리의 떨림 증상에 대해 노재규 서울대 의대 신경과학교실 명예교수는 “일시적으로 서 있을 때만 몸을 떨었다면 기립성 몸 떨림일 수 있다”며 “약물 부작용이나 저혈당 등 다양한 원인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맡은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온몸 떨림은 병세의 위중함을 알리는 증상이 아니다. 갑상샘 기능 항진증에도 체증 감소와 함께 떨림 증상이 동반된다. 서구 매체가 인터뷰한 의사들의 분석도 조금씩 달랐다. 뇌 신경계 퇴행성 질환 가운데 하나인 파킨슨병,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한 심리 요인, 탈수나 오한 등을 의심했다.고성범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교수는 “떨림을 진정시키려 손을 잠깐 움직이는 동안에는 떨림이 없어졌다 가만히 있을 때 다시 떨리는 모습이 보인다”며 “파킨슨병일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병으로 몸 떨림 증상이 있는 사람의 경우 긴장하면 더 심해질 수 있다. 고 교수는 “떨림이 언제 처음 발견됐는지 모르겠지만 3년 이상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대표적인 파킨슨병 치료제라도 떨림에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일을 조리 있게 순서대로 수행하는 과정 등에서 약간의 기능 저하가 있을 수는 있어도 총리 직무에 크게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2009년 취임 초기(왼쪽)와 2017년 1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모습. [AP=뉴시스]
국가 최고지도자는 일반인보다 건강할까.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아누팜 제나 보건정책 교수팀이 2015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총리나 대통령은 업무상 스트레스로 빨리 늙고 수명이 3년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722~2015년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 서구 17개국에서 대통령과 총리를 지낸 279명과 선거에서 패해 후보에 머문 261명, 동년배 일반인의 기대수명을 비교한 결과였다. 최고 권력의 자리에서 영광을 누리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