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뉴시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한 2007년부터 이 지역을 봉쇄하고 있다. 양측은 2014년 7~8월 50일간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유엔에 따르면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인 2100여 명, 이스라엘인 70여 명이 사망했다. 하마스는 그 뒤에도 이스라엘의 봉쇄에 반발하는 시위를 계속 열었고, 이스라엘 진영으로 로켓과 폭발물을 단 고무풍선을 꾸준히 날려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로켓 공격은 특별하지 않다. 비록 지난해 말부터 이집트의 적극적인 중재로 양측이 충돌을 자제해왔지만,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이스라엘의 대응도 과거와 유사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로켓 공격을 하마스의 소행(하마스는 자신들이 주도한 공격이 아니라고 주장함)이라 못 박고, 같은 날 저녁 가자지구 내 하마스 관련 시설을 폭격했다. 또 지상군을 대거 가자지구 쪽으로 이동시킴으로써 필요할 경우 대규모 추가 공격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번 로켓 사건은 최소한 두 가지 측면에서 기존 로켓 공격과 구별된다. 먼저 구형 로켓이 이스라엘의 미사일방어(MD)체계인 ‘아이언돔’(Iron Dome·강철천장이란 뜻)을 뚫고 약 120km나 날아갔다는 점이다. 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5선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이스라엘 총선(4월 9일)을 앞두고 발생했다는 시기적 특수성이 있다.
아이언돔 성능에 대한 의구심 커져
아이언돔. [타임스오브이스라엘]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이 시작돼 2011년 실전배치된 아이언돔은 이스라엘 국방과학기술의 첨병으로 여겨진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이스라엘이 세계 최고라고 인정받는 미국 MD체계를 도입하지 않고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자체 개발한 첨단 무기체계다.
실제로 아이언돔은 2014년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에서 요격률이 90%에 이르렀다는 보고도 있을 만큼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 당시 하마스는 이스라엘 쪽으로 수없이 많은 로켓을 동시 다발적으로 발사했지만, 큰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올해 1월 초에도 아이언돔은 하마스가 이스라엘 아슈켈론을 향해 발사한 로켓을 성공적으로 요격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가 아이언돔의 수입 여부를 검토한다는 이스라엘발(發) 기사가 나왔을 정도다.
이번 사건은 이런 아이언돔의 명성에 금이 가게 만들었다. 영국 BBC는 “(이번에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이 이스라엘 샤론과 에멕 헤퍼 지역의 사이렌은 울리게 만들었지만, 아이언돔은 작동하지 않았다”며 “이번 로켓 요격 실패는 이스라엘에게 (자신들이) 더 큰 도전에 직면할 수 있음을 상기시켰다”고 전했다.
이미 이스라엘에서는 하마스보다 질적·양적으로 훨씬 우세한 무기를 갖춘 헤즈볼라(레바논 남부를 거점으로 활동 중인 시아파, 친이란 무장정파)나 시리아(시리아군은 물론, 현지 주둔 이란군 및 친이란 성향의 무장단체와 충돌도 포함)와 전쟁이 벌어졌을 때 과연 아이언돔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06년 이스라엘과 34일간 전쟁을 치르며 약 4000개의 로켓과 미사일을 발사할 정도로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였던 헤즈볼라는 당시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전력 상승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많다. 이스라엘의 주적이며 역시 중동의 대표적 군사강국인 이란으로부터 지속적인 무기 지원과 군사훈련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헤즈볼라는 특히 내전이 벌어지던 시리아에서 이란군과 함께 다양한 실전에 참여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거의 모든 지역을 사정거리로 두고 있는 10만여 개의 로켓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또 시리아에서 탱크전과 낙하산 작전 같은 다양한 현대 특수전을 수행하며 전투 역량을 키웠다. 시리아군도 지난해 2월 자국 내 이란군 관련 시설을 공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스라엘 F16 전투기를 격추시켰다.
성일광 건국대 중동연구소 연구원(한국이스라엘학회장)은 “이스라엘에선 헤즈볼라, 시리아 내 이란군, 하마스 같은 적대세력이 동시 다발적으로 공격하는 상황을 최악의 안보 위기로 꼽는다”며 “이번 로켓 사건으로 ‘헤즈볼라와 이란군의 신형 미사일과 로켓 공격이 집중적으로 이어질 때 과연 이를 아이언돔이 제대로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스라엘군 일각에선 대규모 전쟁 발발 시 아이언돔이 없다는 가정 아래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자지구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하마스를 비롯한 가자지구 내 무장단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로켓의 성능 개선 기술을 축적해왔고, 주요 부품을 개선하는 능력도 갖췄다”며 “이들 무장단체는 아이언돔의 요격률이 이스라엘 측 주장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판 북풍’ 가능성엔 회의적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뉴시스]
그러나 보수진영에선 ‘설마 일부러 로켓을 요격하지 않았겠느냐’며 그런 의심을 일축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을 방문한 3월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골란고원의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한다”는 선언을 이끌어냈다.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이 1967년 6월 이른바 ‘6일 전쟁’으로 불리는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시리아로부터 빼앗은 땅이다. 유엔과 국제사회는 ‘무력으로 점령한 땅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점령은 불법’이라며 비판해왔다. 이스라엘은 안보와 수자원 확보 때문에 골란고원을 포기할 수 없다며 요지부동 자세를 보이고 있다.
가자지구 출신인 한 팔레스타인인은 “네타냐후는 골란고원 같은 이스라엘의 오랜 안보 문제를 푼 해결사라는 이미지를 구축했기 때문에 일부러 안보 불안을 부추길 필요까지는 없다”며 “오히려 네타냐후는 이번 로켓 공격을 수치스럽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가자지구 내 여러 무장단체 가운데 텔아비브 인근까지 타격할 수 있는 로켓은 아마도 하마스만이 보유했을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하마스 소행인 것으로 드러나면 가자지구의 긴장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세형_ 현재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카타르 도하에 있는 싱크탱크 아랍조사정책연구원(ACRPS)에서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