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충북 청주 공군기지에 안착하는 F-35A 스텔스기. [사진 제공 · 방위사업청]
이 행사가 주목받은 이유는 한 달 전인 2월 27일 감사원이 “2014년 당시 차세대 전투기(FX) 기종 선정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정부의 집권 전후로 여러 방송은 F-35A로 기종이 결정된 것은 최순실 씨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2년 가까이 철저한 조사를 했으나 ‘문제없다’고 결론 내렸다. 과연 F-35A 도입 과정에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일까.
이명박 “경쟁 유도해 가격 낮춰라”
FX사업은 이명박 정부 초기 방위사업청(방사청)이 8조3000억 원 예산으로 차세대 전투기 60대를 구매하겠다고 결정함으로써 시작됐다. 공군은 스텔스기 도입을 목표로 했기에 스텔스기에는 높은 점수를, 그렇지 않은 전투기에는 낮은 점수를 주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 기준대로 하면 F-35A 구매가 가장 유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방사청장에 기획재정부 출신인 노대래 씨를 임명할 정도로, ‘예산 관점’에서 국방을 봤다.당시 이 대통령은 노 청장을 불러 “경쟁을 시켜야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완전 경쟁이 이뤄지도록 공군에 비(非)스텔스기도 불리하지 않도록 기준을 바꾸라고 요구했다. 박종헌 공군참모총장이 이끄는 공군은 이를 수용했다. 이 과정을 잘 아는 김형철 전 공군참모차장은 “입찰 예상 업체가 사업비 8조3000억 원은 맞출 것으로 보고 시뮬레이션을 해봤는데, 그래도 F-35A가 1등이 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에 별 고민 없이 스텔스기에 대한 가중치를 낮췄다”고 말했다.
덕분에 미국 보잉의 F-15SE와 유럽 EADS의 유로파이터도 참여하게 됐다. 당시 F-35A는 아직 시제기 단계였다. 시제기를 띄우는 시험비행은 설계대로 기대한 성능이 나오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인데, F-35A 시제기는 몇몇 분야에서 성능 미달이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 해결책을 찾아내 시제기를 개조한 다음, 문제가 해결됐는지 확인 비행을 한다. 이 때문에 F-35A의 개발 완료 시점은 계속 늦춰졌다.
이것이 공군의 F-35A 도입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반대파들에게 빌미가 됐다. F-35A는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가 미국에 잘 보이기 위해 F-35A를 도입하려 한다는 여론을 불러일으킨 것. 미국 언론에 보도된 F-35A 개발 지연 기사를 활용하면서 반(反)F-35A 여론을 유도했다. 이들은 한 발 더 나아가 ‘F-35A도 결국 레이더에 걸린다’며 스텔스 무용론을 내세웠다.
F-15SE와 유로파이터처럼 개발 완료된 전투기는 업체가 개발비를 댄 정부에 소정의 로열티만 지불하면 가격을 마음대로 결정해 상업 판매를 할 수 있다. 그러나 F-35A는 당시 미 정부의 예산을 받아 개발 중이라, 개발업체인 록히드마틴은 물론 개발비를 대주는 미국 정부도 최종 가격과 로열티를 결정할 수 없었다. 시험비행이 길어지면 돈은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F-35A 가격 산정에 실패한 공군
역대 공군참모총장단이 스텔스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
하지만 록히드마틴은 F-35A 60대에 8조3000억 원이라는 가격을 맞추지 못했다. EAPS의 유로파이터도 그랬다. 방사청은 60여 차례나 가격 입찰을 거듭하며 기회를 줬으나, F-35A와 유로파이터는 끝내 가격을 내리지 못했다. 자동 탈락한 것이다.
공군은 FX사업의 스텔스기에 대한 기준을 변경할 때 ‘F-35A의 가격을 낮추면 공군에게도 이득’이라는 것을 설득 논리로 내세웠다. 박 전 총장의 후임이던 성일환 전 총장도 국회 등에서 “방사청이 적법한 경쟁을 통해 결정해주는 기종을 공군은 받아들이겠다”는 요지의 말을 여러 번 했다. 그러나 F-35A가 가격 때문에 탈락하자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성 전 총장은 결국 F-35A를 원하는 내부의 반발을 무마하고자 모든 공군 장성을 본부로 불러 “공정한 경쟁을 통해 F-15SE가 선정됐으니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다. 예상 밖으로 별다른 반대 없이 공군 장성들이 동의했다.
1990년 공군은 FX사업의 원조인 KFP사업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공군은 두 개의 엔진을 가진 FA-18을 원했다. 그런데 엎치락뒤치락하던 끝에 최종적으로 한 개의 엔진을 가진 F-16이 선정됐다. 그로 인해 공군 내부에서 반발 조짐이 일자, 당시 한주석 총장이 모든 장군을 불러 현실을 수용하자고 설득했다. 그러자 서진태 등 3명의 장군이 반대했고, 그 후 정치적 문제로까지 비화될 정도였다.
F-15SE 도입에 현역 장성들이 찬성했으나 예비역들은 반발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경남고 동기이자 친구인 김홍래 씨 등 역대 공군참모총장들이 모여 공군의 FX사업 결정에 반대했다. 이들의 반대 의견을 당시 이문호 예비역 준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작성하고, 역대 총장들이 연명을 한 다음 청와대로 보냈다. 김홍래 전 총장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관계 때문인지 이 건의문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고, 대통령은 재검토를 지시했다. 그때 FX사업은 마지막 단계인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 통과를 앞두고 있었으나,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박 대통령의 뜻을 전함으로써 F-15SE는 마지막 단계에서 탈락했다. 이로써 이 사업은 무산되고 방사청과 공군은 FX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기사회생한 공군은 엄격하게 F-35A에 대해 조사해 40대만 도입한다고 결정했다. 그때 미국도 F-35A 개발을 거의 완료했기에 공군은 비교적 정확한 가격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공군은 방사청을 통해 2014년 7조4000억 원에 F-35A 40대를 도입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이 결정에 반스텔스파가 반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2013년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했기 때문이다. 유사시 북한을 제압하려면 스텔스기는 필요하다는 여론이 강력해져 반스텔스파는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F-35A가 도입된 것이다.
2017년 5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출석하고 있다(왼쪽). 2016~2017년 FX사업에 최순실 씨 등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방송 화면. [사진공동취재단, YTN 뉴스 캡처]
개입 의혹 보도 잇따르자 감사원 감사
스텔스기는 유사시 북폭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전력으로 평가된다. [사진 제공 · 방위사업청]
F-35A 도입 과정에 의혹이 있다고 보도한 방송 화면. [JTBC 뉴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