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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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근로감독관 필요한데 정부 대책은 미흡

현장에서 직접 뛰는 인력은 부족…적재적소 배치와 교육 등한시

  •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8-02-06 14:2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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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재를 진압하고 나오는 소방관의 모습. [동아일보]

    화재를 진압하고 나오는 소방관의 모습. [동아일보]

    올해 공무원 증원 수가 여야의 줄다리기 끝에 정해졌다. 여야가 지난해 12월 법정 시한을 넘긴 2018년 예산안 협상도 타결됐다. 정부는 5년간 공공부문에서 17만4000여 명을 추가 채용하기로 한 가운데 올해 국가직·지방직 공무원 2만4475명을 증원하는 데 예산 4000억 원을 배정했다. 공무원시험 준비생에게는 좋은 소식이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력이 부족해 매일 제때 퇴근도 못 하고 일하는 직군의 공무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공무원이 필요 이상 많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 인터넷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지난해 12월 시장조사 전문기관 ‘두잇서베이’와 함께 공무원 수 증원에 대한 2030세대의 의견을 들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공무원 수에 대해 33.4%가 ‘전반적으로 필요한 숫자보다 많다’고 응답했다. ‘적절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17.2%, ‘필요한 숫자보다 적다’고 응답한 비율은 23.3%에 그쳤다. 현 정부의 공무원 증원 기조에 대한 질문에서는 56.2%의 응답자가 ‘인력난에 시달리는 일부 계통에서만 증원을 찬성한다’고 답했다. 특히 소방관과 근로감독관 등 업무에 비해 인력이 현저히 모자란 부문에서는 늘려야 한다는 것. ‘전적으로 반대한다’와 ‘전적으로 찬성한다’는 각각 16.3%와 8.4%였다.

    “그렇잖아도 힘든 일인데 사람도 없어”

    인력난에 시달리는 공무원 직군으로는 소방공무원이 대표적이다. 소방공무원 채용이 매년 소폭 증가하고 있으나 출동 건수 급증 등 늘어나는 소방 수요를 감안하면 항상 손이 부족하다. 

    소방은 화재 진압 외에도 인명구조 및 구급활동 등을 포괄한다. 지난해 6월 국민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화재 진압을 위한 연간 소방 출동 건수는 2012~2016년 매년 4만2000~4만3000건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인명구조와 구급활동은 크게 늘었다. 인명구조 출동 건수는 2012년 56만5753건에서 지난해 75만6987건으로 급증했다. 구급활동 출동 역시 같은 기간 215만6548건에서 2016년 267만7749건으로 대폭 늘었다. 

    2016년 ‘소방행정자료 및 통계’에 따르면 소방인력은 2008년 3만1918명(이하 공무원 인력 점유율 3.3%)에서 2011년 3만7826명(4.2%), 2016년 4만4121명(4.3%)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2016년 기준 소방공무원 전체 정원 가운데 현장 인력만 산출하면 3만2460명에 불과하다. 소방기본법상 ‘소방서·소방기관별 근무요원 배치기준’에 의거한 2016년 현장 활동 인력의 적정 인원은 5만1714명으로 1만9254명이 부족하다. 



    게다가 불요불급한 개인 민원을 해결하고자 소방관을 부르는 경우도 적잖다. 한 소방관은 “지금은 번호키로 대부분 바뀌어 잦지는 않지만 과거에는 열쇠를 잃어버렸다며 문을 열어달라는 신고도 많았다. 최근에는 부부싸움을 한 뒤 아내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며 신고한 사람도 있었다”고 밝혔다.

    추가 채용 전 제도를 고쳐야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지난해 6월 서울 용산소방서를 방문해 소방관들이 사용했던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동아일보]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지난해 6월 서울 용산소방서를 방문해 소방관들이 사용했던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동아일보]

    사람은 없고 출동은 늘어나니 소방관의 퇴근 시간은 점차 늦어진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일선 소방서 소방관의 평균 근무시간은 3교대 기준 주 50시간을 상회한다. 그나마 인력이 모자라 2교대로 근무하는 소방서도 있다. 소방관 한 명만 상주하는 ‘1인 지역대’도 전남 31곳, 강원·경북 14곳 등 59곳이며 아예 소방관이 없는 무인지역대도 전국에 132곳이나 된다. 1인이나 무인지역대는 긴급상황 발생 시 의용소방대로 연락을 취해 소방·구조 활동을 해야 하는 실정이라 일반 지역대에 비해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다. 한 소방 관계자는 “도심지역은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방은 한 지역대가 넓은 범위를 담당해야 해 화재 등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 출동부터 도착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위험한 업무에 쉴 시간도 모자란 직군이지만 여전히 소방공무원을 지원하는 사람은 많다. 지난해 경남 지방소방공무원은 112명 채용 예정에 1264명이 몰렸다. 전북의 경우 소방공무원 평균 경쟁률이 8.9 대 1이었다. 부산시는 200명을 뽑는 데 1913명이 몰렸다. 

    하지만 선뜻 소방공무원을 충원하기 힘든 이유는 소방공무원이 대부분 지방직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화재 진압 같은 업무에 종사하는 소방관의 99%는 지방직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는 지방직 공무원에게 쓸 인건비 총액을 정부로부터 받고 이 총액 내에서 자율적으로 인력 규모 및 종류를 결정한다. 예산은 한정돼 있으니 지자체에서 소방공무원을 대폭 늘리기는 어렵다. 소방공무원을 늘리면 다른 직군의 공무원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인력, 장비 수준에 차이가 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6년 기준 서울시 소방관 정원 미충원율은 6.1%에 불과하지만 충북은 51.4%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는 2019년부터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사지휘권을 빼앗기게 된 지자체장들의 반발이 커 국가는 임용권만 갖고 지자체는 인사지휘권을 위임받는 형태로 정리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방분권이라는 정부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국가가 직접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국가직) 전환을 논의 중이다. 조만간 처우 개선 방안 등을 포함한 종합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방관들은 이 같은 방식에 불만을 표한다. 경기지역 소방관 이모(31) 씨는 “인사지휘권이 지자체에 있다면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예산이 있어도 단체장이 집행하지 않으면 소방관서의 상황이 나아질 리 없다. 경찰처럼 과감히 국가가 관리하는 편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소방청 관계자는 “일단 국가직 전환을 이룬 것만으로도 큰 변화다. 정부가 소방업무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추후에는 소방시스템이나 처우가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근로감독관도 소방공무원만큼이나 일손이 부족하다. 근로감독관은 고용노동부와 산하기관 소속으로 임금·근로시간·유급휴가·산업안전 등의 준수 여부를 관리, 감독한다. 만약 위반 사례를 발견하면 검찰의 지휘를 받아 수사까지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근로감독관 정원은 1282명으로 2012년에 비해 41명만 늘어났다. 같은 기간 근로감독관리 대상 사업장은 152만 개에서 186만 개로 22.4% 증가했다. 근로기준법 위반 신고 사건 수도 2012년 32만1000건에서 2016년 36만3000건으로 13%가량 늘었다. 근로감독관 1명이 관리사업장 1451개를 감독해야 하는 것이다. 

    근로감독관 부족 문제는 그동안 여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2016년 대기업의 임금체불 사례가 밝혀지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해 정부에 신고된 임금체불 사건만 19만5000여 건, 금액은 1조4000억 원에 육박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6월 행정안전부에 근로감독관 2923명의 증원을 요구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근로감독관 500명을 추가로 채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추가경정예산 통과가 지연되면서 지난해 증원된 근로감독관은 200명에 불과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해 8월 고용노동부 부산청과 울산지청에서 근로감독관들을 만나 “2018년까지 근로감독관 500명을 추가로 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람만 부족한 게 아니라 일도 어렵네

    지난해 8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근로감독관 충원을 공연했다. [뉴스1]

    지난해 8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근로감독관 충원을 공연했다. [뉴스1]

    하지만 일각에서는 단순히 근로감독관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한다. 근로감독관이 맡은 일이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 현재 근로감독관은 별도의 직렬로 구분돼 있지 않다. 일반행정직으로 채용된 공무원 가운데 고용노동부에 배치된 7급 이상 인원이 근로개선지도과, 노사상생지원과 등에 발령받으면 근로감독관 업무를 맡게 된다. 근로감독관이 업무를 위해 숙지해야 하는 법률은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령 16개다. 하지만 영어, 한국사, 헌법 등의 시험을 보고 행정직이 된 공무원이 근로감독관으로 배치받아 고용노동연수원에서 16개 노동관계법령을 교육받는 기간은 4주에 불과하다. 이 기간 법률 외에 근로감독 업무에 대해서도 배워야 한다. 근로감독관이 된 후 추가 교육을 받을 수 있으나 한 해 개설된 법제 강의는 3~4개뿐이다. 각 강의마다 정원이 30~40명이니 한 해에 많아야 160명가량만 수업을 들을 수 있다. 

    해외에서는 근로감독관 업무 교육에 훨씬 긴 기간을 들인다. 프랑스 노동부가 2014년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의 신임 근로감독관은 12~18개월간 교육을 받는다. 간부급은 18개월 동안 관련 법률, 의사소통 방법을 배우고 실무를 맡은 감독관은 1년간 연수를 한다. 

    맡은 업무에 비해 턱없이 짧은 교육기간에 근로감독관들도 걱정이 많다. 고용노동부가 2015년 근로감독관 5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7.6%가 ‘근로감독관 장기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보통’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8.8%,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23.6%였다. 

    일각에서는 근로감독관의 업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근로감독관을 무한정 늘릴 수 없으니 업무를 임금체불, 산업재해, 비정규직 차별 등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감독관이 가장 많이 맡는 업무가 임금체불인데 이는 엄밀히 말하면 일종의 채권추심에 가깝다. 법적 전문성이 필요한 것이 아니니 신고센터 등을 만들어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고 근로감독관은 산업현장을 감독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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