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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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가공 콘텐츠 전성시대

[김상하의 이게 뭐Z?]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3-08-2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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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요즘 Z세대 중에는 영상 편집을 못 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 때문인지 웬만큼은 영상 편집 실력을 갖추고 있다. 틱톡, 릴스, 쇼츠 등 짧은 영상을 순식간에 찍어내는가 하면, 좀 더 긴 영상인 브이로그도 뚝딱 만들어낸다. 그러다 보니 Z세대에게는 기존 콘텐츠를 2차 가공해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닌 듯하다. 일례로 게임하면서 트위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그것을 다시 편집해 영상 콘텐츠로 만드는 사람이 적잖다. 이번 주 재밌었던 2차 가공 콘텐츠를 살펴보자.

    # 엄마 내 남자친구 ‘문신돼지’야

    하루필름의 ‘나선욱 포토 프레임’. [하루필름 제공]

    하루필름의 ‘나선욱 포토 프레임’. [하루필름 제공]

    유튜버 나선욱의 부캐 중 하나인 ‘99대장’은 호감형 캐릭터가 아니다. 살찐 몸에 문신이 가득한 이른바 ‘문신돼지’ 캐릭터인데, 이해가 어렵다면 영화 ‘범죄도시3’에 나온 초롱이 캐릭터를 떠올리면 된다. 최근 유튜브 채널 ‘별놈들’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문돼의 온도’는 나선욱의 연애를 담은 브이로그 시리즈다. 욕하면서 빠져들게 되는 콘텐츠 중 하나로, 특유의 양아치 같은 모습을 미화하는 게 아니라 풍자하듯 풀어내 웃음을 자아낸다. 이 콘텐츠를 통해 나선욱은 “아는 사촌의~ 아는 누나의~ 아는 형님이요” “베이~” 같은 다양한 유행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하루필름에서 나선욱과 함께 찍은 사진처럼 보이는 ‘나선욱 포토 프레임’을 제작했다. 여기서 끝났다면 이 글을 쓰지 않았겠지만, 요즘 이 나선욱 포토 프레임 하루필름을 부모님에게 보여주면서 남자친구라고 소개한 뒤 이어지는 부모님 반응을 영상에 담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때 ‘조승우 어부 짤’ 속 배우 조승우를 부모님에게 남자친구라고 소개하는 게 유행인 적이 있었는데, 그것의 나선욱 버전인 셈이다. “네 스타일 아니잖아”라며 애써 침착하려 하거나 문신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는 등 부모님마다 반응도 제각각이다. 이처럼 하루필름을 2차 가공한 영상이 번지자 당사자인 나선욱은 “장모님에게 곧 인사드리러 가겠다”는 센스 있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 시계일까 반지일까, 카시오 워치링

    카시오가 만든 ‘워치링’. [아이즈매거진 캡처]

    카시오가 만든 ‘워치링’. [아이즈매거진 캡처]

    손목시계를 차고 다니는 사람이 이전보다 확실히 늘었다. 차이가 있다면 과거에는 일반 시계가 주를 이룬 데 반해, 지금은 거의 다 스마트워치라는 점이다. 아무래도 스마트워치가 편리성 면에서는 일반 시계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스마트워치의 편리함에 반한 젊은 고객들의 마음을 돌리기 어려운 상황이라, 최근 시계 브랜드들은 “어떤 마케팅이 효과적일까”를 깊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카시오가 ‘워치링’이라는 것을 선보였다. 말 그대로 시계를 반지 형태로 만든 제품인데, 특이하게도 백화점이나 전문 매장이 아닌 오락실에 가야 살 수 있다. 어린 시절 문구점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하던 뽑기처럼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아직은 일본 현지 오락실에서만 구매가 가능하다. 가격은 개당 400엔(약 3670원), 총 5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모형이라 시간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실제 카시오 손목시계와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져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 만한 디자인이다. 또 시계에 별관심이 없다고 해도 저렴한 가격과 귀여운 디자인 때문에 일본을 방문하면 한 번쯤 사게 될 것 같은 제품이다. 이 같은 소소한 이벤트가 요즘 카시오라는 시계 브랜드에 대한 Z세대의 관심을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조만간 Z세대가 워치링 구매 과정부터 제품 언박싱까지 다양한 2차 가공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을까 싶다.

    # 재료비만 내면 음식 만들어드려요

    요리 유튜브 채널 ‘지뻔뻔’. [유튜브 채널 지뻔뻔 캡처]

    요리 유튜브 채널 ‘지뻔뻔’. [유튜브 채널 지뻔뻔 캡처]

    최근 요리와 관련된 재밌는 유튜브 채널이 많이 생겼다. 요리는 과정이 길고 늘어지는 측면이 있어 Z세대 사이에서 인기 있는 주제는 아니었는데, 쇼츠의 등장으로 1분 안에 빠르게 요리가 완성되는 콘텐츠가 늘어난 덕분이다. 그중에서도 인기 채널을 꼽는다면 ‘다해’와 ‘지뻔뻔’이다. 다해는 Z세대가 운영하는 요리 채널로, 맥락 없는 멘트와 자극적인 메뉴들이 하나같이 흥미롭다. 가끔 구독자 요청으로 물을 요리하는(?) 날먹(날로 먹는) 영상이 올라오는데 그 역시 하나의 웃음 포인트다.

    지뻔뻔은 구독자들이 먹고 싶은 음식과 함께 재료비를 보내면 실제 음식을 만들어준다는 게 특징이다. 지뻔뻔이라는 채널명처럼 누군가 쇠고기 요리를 요청했는데 햄버거 주문이 동시에 들어오면 한번에 2개 요리를 해결해버리는 뻔뻔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구독자의 요청이 콘텐츠가 된다는 점에서 같지만, 기존 슈퍼챗과는 조금 다른 성격을 지닌다. 이 같은 지뻔뻔의 채널 운영 방식이 향후 요리 콘텐츠의 대표 틀로 자리 잡으면서 다양한 응용 방식이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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