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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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탕주의 욕망으로 출렁이는 초전도체 테마주 과열

“LK-99, 초전도체 아니다” 네이처 발표에 일부 투자자 “2차전지 세력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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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3-08-1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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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K-99 연구진이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면서 7월 26일 공개한 시료 시연 모습(왼쪽)과 독일 막스플랑크 고체연구소가 8월 14일 만들었다고 밝힌 LK-99 순수 결정체. 이 연구소는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뉴시스]

    LK-99 연구진이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면서 7월 26일 공개한 시료 시연 모습(왼쪽)과 독일 막스플랑크 고체연구소가 8월 14일 만들었다고 밝힌 LK-99 순수 결정체. 이 연구소는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뉴시스]

    “‘네이처’도 구워삶고 2차전지 세력이 역시 강력하다. 하지만 아무리 작업해도 나는 초전도체 테마주를 계속 갖고 있을 거다. 네이처 주장을 어떻게 믿느냐.”

    학회 검증 재료만 확보해도 주가 들썩

    국제과학저널 ‘네이처’가 한국 연구진이 상온·상압 초전도체라고 주장한 물질 ‘LK-99’에 대해 “초전도체가 아니다”라고 보도하자 온라인 주식 토론방에 한 투자자가 올린 글이다. 최근 투자심리가 2차전지주와 초전도체 테마주 사이를 오가며 과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국제학술지의 검증 시도를 ‘2차전지 세력의 공작’으로 치부한 것이다.

    네이처는 8월 16일(현지 시간)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다(LK-99 isn’t a superconductor)’라는 제하 기사에서 “과학자들이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증거를 발굴하고 실제 특성을 명확히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네이처는 그간 세계 각국 연구진의 검증이 LK-99를 개발했다는 퀀텀에너지연구소로부터 샘플을 받은 것은 아니라서 한계가 있다면서도 “황화구리 같은 불순물이 전기 저항의 급격한 감소, 자석 위에서의 부분적인 부상(浮上)이 나타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조만간 학계 차원에서 LK-99 관련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LK-99 검증위원회를 꾸린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8월 17일 LK-99 재현용 샘플 제작에 필요한 황산납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샘플 제작과 분석에 3주일 정도가 소요돼 9월 초에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과학계에서 LK-99가 실제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분석이 우위를 점하지만, 관련 테마주들은 작은 호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물리학 박사 출신인 한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가 8월 10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LK-99는 상온 초전도체도 맞고, 새로운 강자성체도 맞다” “(LK-99 개발 논문) 원저자들은 생각보다 더 대단한 걸 발견했다. 축하드린다”고 올리자 초전도체 테마주가 일제히 상승했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가 검증에 필요한 황산납을 확보했다는 소식에도 주가가 들썩일 정도였다.

    최근 초전도체 테마주 ‘대장’으로 코스닥 상장사인 신성델타테크가 떠올랐다. 당초 상온 초전도체 개발 주장에 주식시장에서는 덕성, 서남 등이 대표 테마주로 주목받았다. 다만 이들 업체가 실제 초전도체 사업과 관련 없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다소 꺾이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신성델타테크를 필두로 테마주 전반이 상승세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신성델타테크 주가는 7월 27일 1만2200원에서 8월 7일 2만4800원으로 100% 넘게 급등했다(그래프 참조). 8월 8일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리이론센터(CMTC)가 SNS를 통해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자 다른 초전도체 테마주처럼 주가가 내렸으나, 이튿날 다시 상승세를 탔다. 8월 9~17일 5거래일(14일 거래정지) 동안 신성델타테크 주가는 계속 상승세로, 17일 종가 5만9900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말과 비교하면 390% 이상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다만 같은 날 초전도체 테마주로 묶이는 대부분 종목 주가는 급락했다.

    신성델타테크, 벤처캐피털 통해 연구소 지분 보유

    1987년 설립된 신성델타테크는 사출금형기술을 토대로 각종 전자제품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물류, 유통, 투자 등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관계사인 신성오토모티브, 신성에스티 등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부품도 양산하고 있어 최근 신성델타테크는 2차전지 관련주로 꼽혔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7934억 원, 영업이익은 321억 원 규모다.

    이 회사가 초전도체 테마주로 묶인 ‘이유’는 무엇일까. LK-99 연구진이 대표로 있는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지분 9.37%는 ‘엘앤에스벤처캐피탈’이라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다. 신성델타테크는 엘앤에스벤처캐피탈 지분 52.52%를 보유한 대주주다. 또 다른 초전도체 테마주인 파워로직스도 엘앤에스벤처캐피탈 지분 11.51%를 보유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엘앤에스벤처캐피탈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5억 원을 투자한 퀀텀에너지연구소 지분은 시장성이 없어 ‘평가손실’ 처리됐다. 감사보고서 작성 시점에 엘앤에스벤처캐피탈의 퀀텀에너지연구소 투자는 수익은 물론, 원금 회수도 어렵다는 것이다.

    LK-99가 실제 초전도체라 해도, 이 같은 과학적 발견이 산업 현장에서 상용화돼 특정 기업이 수익을 내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연구진 주장에 따르면 LK-99는 납과 구리, 인회석을 활용한 초전도체로, 기존 고온 초전도체처럼 세라믹 계열 화합물로 보인다. 문제는 1987년 스위스 카를 뮐러, 독일 게오르크 베드노르츠 박사에게 노벨물리학상을 안긴 세라믹 고온 초전도체조차 실제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대표적 도체는 구리 같은 금속물질이다. 전기 저항이 비교적 낮은 데다, 가공성이 높아 전선 형태로 성형하기 쉽다. 반면 세라믹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0으로 금속과 비교할 수 없이 낮지만 일정한 형태로 가공하기가 어렵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세라믹 제품인 도자기가 충격에 취약하고 한번 형태를 갖추면 성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고온’이라 해도 어디까지나 극저온보다 높은 섭씨 영하 196도라서 관리가 어려운 것은 물론이다. 과학계에서 “세라믹 초전도체라는 LK-99가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이를 산업 현장에 적용하고 그 기술적 수혜를 기업이 누리는 시기가 언제일지 모른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현재 극저온 상태에서 초전도성이 나타나는 이유는 밝혀졌으나, 고온 초전도체의 경우 명확한 이론이 규명되지 않았다”면서 “LK-99가 기존에 없던 상온 초전도체라는 주장은 더더욱 확실한 이론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LK-99가 상온 초전도체라는 주장은 ‘한여름 밤의 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2차전지 투기 자금, 초전도체로 옮겨와”

    과학계의 회의론과 금융당국의 경고(“테마주 중심의 주식시장 급등락이 우려된다”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발언)에도 초전도체주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투자 전문가들은 “2차전지주에 쏠렸던 투기 자금이 이제 초전도체 테마주로 옮겨온 것 같다”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주식투자로 수십억 원 수익을 거둔 투자 고수들도 최근 같은 투기 장세에는 빠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주식시장 전반은 여전히 침체 국면인데, 일부 섹터를 중심으로 비정상적 투기가 과열된 탓에 자칫 큰 손실을 보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국내 증권투자업계 한 전문가는 “최근 주식시장의 팬덤 현상은 연예계나 정치권 팬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강력해 우려의 목소리가 먹히지 않는다”며 “이른바 작전 세력은 크게 한탕 하겠다는 욕심에, 개인투자자는 이미 자기 돈이 묻혀 있으니 주가에 악재가 되는 메시지를 외면하거나 비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대장주가 상한가를 치고 악재에 끄떡없을 때는 다른 테마주도 당분간 생명을 연장할 수 있지만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이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최종 판명하면 주가는 그야말로 박살 날 수밖에 없다”면서 “본업과 주식투자를 병행하는 대다수 개인투자자에게는 지금 같은 투기 장세에는 섣불리 투자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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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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