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6

2007.03.13

한국인 골퍼 ‘과테말라의 굴욕’

  • 입력2007-03-07 16: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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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골퍼 ‘과테말라의 굴욕’

    오후 시간, 한국 골퍼들이 마얀 컨트리클럽에서 치욕을 무릅쓰고 클럽 멤버들과 격리돼 골프를 시작하고 있다.

    정오가 지나자 마얀 컨트리클럽(Mayan C.C) 티잉 그라운드 주위에 우리 교민 골퍼들이 네 팀이나 몰렸다. 오늘이 과테말라 교민 골프대회라도 열리는 날인가? 아니다. 부끄럽게도 우리 골퍼들은 오전 라운딩은 할 수가 없다. 우리 교민은 언제나 비지터 요금을 내고 오후에만 라운딩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골퍼들은 아예 멤버들과 격리시키고, 그린피도 왕창 덮어씌우겠다는 의도다. 이 나라 수도 과테말라시티 주위엔 4개의 정규 골프코스가 있지만 어느 골프장도 한국인에겐 멤버십을 팔지 않는다.

    거들먹거리는 모습 언제부턴가 꼴 보기 싫은 존재

    자국인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사람 누구라도 멤버십을 취득할 수 있지만 유독 한국 사람만은 멤버십이 남아돌아도 얻을 수 없다(마얀 컨트리클럽의 평생 멤버십은 1만2000달러다). 왜 한국인은 미국, 유럽도 아닌 중미의 과테말라에서 이런 수모를 당하는 걸까?

    우리 교민들이 처음부터 이 나라 골프장 회원권을 살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골프를 좋아하는 교민은 이 골프장, 저 골프장 골프 회원권을 소지하고 아무 때나 골프장으로 가 어엿한 회원으로 라운딩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백 번 당해도 싸지 뭐.”

    교민 P씨의 자조 섞인 독백이다. 그린에 서서 샌드 벙커에 오줌을 누다 발각된 교민이 있었는가 하면, 교민끼리 내기 골프를 하다 그린에서 퍼터를 휘둘러 앰뷸런스가 달려온 사건이 기폭제가 됐다. 한국 교민의 골프장 매너에 대한 악평은 진작부터 과테말라 골프계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골프 매너뿐만이 아니다. 과테말라인을 업신여기는 것도 문제였다. 과테말라시티에 사는 우리 교민은 8000명에 육박하고 봉제공장이 180여 개, 한국 식당이 20여 개, 수많은 노래방과 기원까지 생겨났다. 하나의 커뮤니티가 생긴 것이다.

    그러자 수많은 사건이 터졌다. 부도 내고 야반도주하기, 관리 매수, 탈세, 불법 카지노 개설, 불법음란 퇴폐업소 운영, 현지인 구타….

    콜럼버스가 발을 디딘 이후 스페인의 식민지로 수세기 동안 신음하다 독립을 했다고 과테말라가 원주민 인디오 세상이 된 것은 아니다. 스패니시 후손이 본국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한 것뿐이다. 정권을 잡은 사람도, 부(富)를 움켜쥔 사람도 순수한 스패니시 혈통을 이어받은 스패니시 과테말라인들이다.

    골프를 하는 사람도 물론 스패니시 후손이다. 그들은 자신을 유러피언이라고 생각한다. 그들 눈에 거들먹거리는 한국인은 꼴 보기 싫은 존재다.

    마침내 4개의 골프장 매니저들이 모였다. 그들은 한국인이 갖고 있던 멤버십을 몰수하고 더는 한국인에게 멤버십을 팔지 않기로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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