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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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플 땐 울어도 좋아요 억지로 참을 필요 있나요

  • 입력2007-10-31 15: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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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젖은 낙엽’님께

    안녕하세요. 사과 드리고자 편지를 띄웁니다. 지난번 ‘아저씨의 정력 집착’과 관련한 제 발언에 씁쓸하게 웃음 짓던 모습이 눈에 밟혀서요. “너무 부족하거나 넘치거나” 식의 코멘트를 던질 즈음엔 고개도 떨궜던 것 같습니다.

    혹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조롱하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저 ‘젖은 낙엽’님 또래의 아저씨들이 가진 ‘강한 남자’ 강박증에 딴죽을 걸고 싶었을 뿐이에요.

    말이 나와서 말인데, 비단 정력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한국 남자들은 유난히 ‘강함’에 집착하는 것 같아요.

    남자는 인생에서 세 번 운다는 말부터가 그래요. 어렸을 때 다쳐서 눈물이라도 보이면 위로 대신 “사내답게 뚝 그치라”는 말을 듣고, 짝사랑에게 눈물로 호소했다 혐오스런 시선을 받기도 하며, 유행가에서는 “남자답게 그렇게” 크게 웃으라는데, 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뿐인가요. ‘감정 표현’도 금기 가운데 하나죠. ‘절제’를 강요하는 군대교육 때문인지 거리에서든 사무실에서든 근엄한 목소리와 함께 매섭게 번뜩이는 눈빛을 자주 접하게 돼요. 절제가 지나쳐 공격적으로까지 느껴지죠. 화장실이나 복도에서 시선만 몇 번 오가도 멱살잡이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비단 제 느낌만은 아닌 듯합니다.

    뭐 평생 그렇게 단단하고 강하게 살 수 있다면야 괜찮겠지만, 사람이 그러긴 쉽지 않잖아요. 40대 후반에 들어선 ‘젖은 낙엽’님이 요즘 사춘기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러니 이제는 예전처럼 무조건 ‘괜찮다’며 숨기는 대신, 감정의 울림에 귀 기울이고 솔직하게 표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얼마 전 TV에서 울음치료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아이가 태어나 가장 먼저 사용하는 언어인 ‘눈물’은 감정 정화기능을 가진다고 해요. 감정 정화, 어쩌면 ‘젖은 낙엽’님처럼 내면에 쌓인 게 많은 아저씨들에게 가장 시급한 일이 아닐까요. 뭔가 원통하고 억울한데 풀 길이 없어 막막하다면, 몸에 안 좋은 술 담배에 의지하거나 ‘꽁~’해서 가족이나 부하직원을 괴롭히는 대신 한 번쯤 울어보세요. 영 부끄럽다면, 캄캄한 극장 안이나 불빛 번쩍하는 노래방을 추천합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에 기대 눈물을 흘린다면 보기가 더 좋을 것 같아요. 경우에 따라 “이 양반이 왜 이래”라며 밀어낼 수도 있지만, 웬만하면 이해해줄 거예요. 가을이잖아요.

    -2007년 10월 어느 날 ‘가을바람’으로부터

    ps ‘젖은 낙엽’은 “한번 붙으면 잘 떼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은퇴한 남편’을 지칭한 말이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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