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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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신데렐라에 푹 빠진 출판계

  • 동아일보 출판팀 차장 khmzip@donga.com

    입력2007-01-24 1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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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판 신데렐라에 푹 빠진 출판계
    ‘마시멜로 이야기’(한경BP), ‘배려’(위즈덤하우스), ‘뜨거운 관심’(다산북스), ‘달란트 이야기’(토네이도), ‘목욕탕에서 만난 백만장자의 부자 이야기’(일빛), ‘계획-대한민국 상위 1%의 공부 습관’(북섬), ‘밀리언달러 티켓-비행기에서 만난 백만장자 이야기’(마젤란) 등 우화형 자기계발서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이 중 몇 권의 내용을 집중 분석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한 권씩 읽다 보니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신데렐라’였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저명한 아동심리학자인 브루노 베텔하임이 쓴 ‘옛이야기의 매력’에 따르면, 옛이야기 중에서 ‘신데렐라’만큼 가장 널리 알려지고 사랑받는 것은 없었다고 한다. 9세기 중국에서 최초로 문자로 기록됐는데 이미 그 전부터 오랫동안 구전돼오던 이야기라는 것이다. 신데렐라의 ‘아주 작은 발’이 최고의 미덕과 고귀함, 아름다움을 상징하며 신발이 귀한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데서 이 이야기가 중국, 넓게는 동양 쪽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신데렐라’ 이야기에는 다음과 같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신데렐라와 신데렐라의 착한 성품과 아름다움을 시기하는 언니들, 그것을 방조하거나 오히려 부추기는 계모, 집안에서 가장 큰 권력을 쥐고 있는 가장이면서도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아버지, 신데렐라를 단숨에 재투성이 아가씨에서 귀부인으로 바꾸어놓는 요정 대모, 그리고 신데렐라의 신분 상승을 완성시켜줄 왕자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인물은 신데렐라와 요정이다.

    ‘달란트 이야기’의 신데렐라는 2년 연속 최우수 사원으로 선정된 ‘열하’다. 열하는 아직 실패의 나락에 떨어지지 않았지만 이대로라면 평범한 성공에 만족할 수도 있다. 이때 그를 뽑아준 윤 이사라는 요정이 나타난다. “자네가 그저 그런 평범한 성공을 꿈꾸고 있을 때 그들(경쟁자들)은 위대한, 최고의 성공을 꿈꾸고 있다면?” 윤 이사는 이런 질문으로 열하를 자극하고 4명의 요정(어머니, 옛 애인, 지도교수, 회사 동료)을 차례로 만나도록 안내해 ‘위대한 성공’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

    지난해 논란이 많았던 ‘마시멜로 이야기’에서 신데렐라는 운전기사 찰리이고, 요정은 사장인 조나단이다. 조나단은 매일 그렇고 그런 삶을 반복하는 찰리에게 눈앞에 있는 마시멜로의 유혹을 이겨냄으로써 나중에 더 많은 마시멜로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뜨거운 관심’에서는 테레사 수녀, ‘배려’에서의 ‘인도자’와 ‘공자왈’, 목욕탕에서 만난 백만장자와 비행기 안에서 만난 백만장자 모두 주인공들에게 요정 같은 존재다. 우연히 만난 그들이 주인공의 인생을 180도 바꿔놓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데렐라 성공법칙’(김영사)을 쓴 캐리 브루서드는 “중요한 것은 그대가 무엇을 아는가가 아니라 누구를 아는가다”라는 옛말을 인용하며, 직장 내 성공에서 인간관계의 비중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반복해서 읽다 보면 스스로 변화를 도모하기보다 어느 날 내 곁에 요정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우화형 자기계발서들의 한결같은 패턴에 지루해지기 시작한 필자의 기우(杞憂)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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