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4

2007.05.08

지금은 바겐세일, A급 물건 널렸다

부동산 침체기 매매 잘하는 법 … 실수요자는 오히려 기회

  • 성종수 ㈜알젠미디어 대표

    입력2007-05-02 14: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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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처럼 침체기에는 부동산 매매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선뜻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메모지를 꺼내 꼼꼼히 짚어보라. ‘내가 매매할 곳의 수급 여건이 어떤가’ ‘살 사람이 더 많은가, 팔 사람이 더 많은가’ ‘돈은 몰리는 곳인가, 그렇지 않은 곳인가’ 등등.

    지금은 바겐세일, A급 물건 널렸다

    서울 성내천 주변 아파트 단지(왼쪽). 부산의 한 건설업체가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모델하우스 앞에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다.

    ‘사자’와 ‘팔자’의 힘을 짚어라

    보통 살기 좋은 집이 비싸고 값도 많이 오를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교통, 환경, 학군 등 주거 여건이 좋고 마감재가 고급스러우면 값이 상승할 소지가 많다. 그러나 이런 요인이 집값 상승을 담보하는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지역의 수급 상황이다. 사려는 사람이 얼마나 많고 그 힘이 강하게 미치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말이다.

    수급은 가격을 결정하는 만고불변의 진리다. 돈이 몰리는 곳의 부동산값이 다른 곳보다 비싸고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갈수록 나빠지는 주거 여건으로 볼 때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실제 가치보다 높게 평가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서울의 부동산 시장이 늘 불안했던 것은 수급 불균형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남들이 흥분할 때 한발 물러서고, ‘바겐세일’할 때 다가서라



    긴 안목의 실수요라면 요즘 같은 침체기가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남들이 쳐다보지 않고 시장에 냉기가 가득할 때 매입을 알아봐야 한다는 말이다. 침체기에 현장을 가보면 시세보다 낮게 나온 매물이 널려 있다. 평소 같으면 찾아보기 힘든 A급 물건도 많다. 그것도 흥정해서 값을 후려칠 수 있다. 침체기에 사려면 왠지 불안하지만 지나고 보면 큰 과실을 안겨준다.

    좋은 물건이라면 침체기에 사서 장기 보유해야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것저것 매매하며 바삐 움직이는 것이 늘 실속 있는 것은 아니다. 거래비용과 세금을 제하고 나면 속 빈 강정인 경우도 부지기수다. 열 번 투자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투자 한 번이 더 낫다는 말이다.

    가수요가 많은 시장은 조심하라

    실수요자가 많은지, 가수요(투자수요)가 득세하는지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과 질은 달라진다. 부동산을 매매할 때는 시장의 큰 맥락이 어느 쪽에 기울어 있는지를 짚어봐야 한다. 실수요와 가수요는 대비되는 말이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뚜렷하게 구분하기 힘들다. 시장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다. 실수요가 가수요로 돌변하기도 하고, 가수요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실수요로 방향을 튼다.

    하지만 큰 맥락에서 보면 실수요와 가수요는 어느 정도 구분된다. 먼저 투자수요가 득세하는 시장이다. 이때는 시장의 관심이 테마 상품이나 트렌드(유행) 상품에 쏠린다. 재건축 아파트나 분양권, 주상복합 아파트, 오피스텔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상품은 경기 변동이나 정책에 따라 값이 출렁거린다. 투자 상품에는 가수요가 많이 개입된다.

    가수요가 많을수록 시장은 과열된다. 정상궤도에서 벗어나 일시적으로 가격이 왜곡되기도 한다. 거품이 끼기도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실수요도 따지고 보면 투자수요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입주가 목적이라고는 해도 이왕이면 투자가치가 높은 부동산을 선호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일 것이다.

    가수요는 구입자금에서 대출 비중이 크다. 그래서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가수요가 부동산값을 끌어올리는 주요인이 된다. 반대로 시장이 나빠지면 가수요는 시장을 더욱 가라앉게 하는 주범으로 돌변한다. 빚에 쪼들리거나 투자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가수요 매물이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진다.

    결국 시장이 침체기일 때는 실수요가 두꺼운 상품이나 지역이 유리하다. 이러한 상품은 값이 떨어져도 폭이 크지 않다. 실수요는 길게 보고 매입한 수요이므로 단기 상황에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시세에 미련 갖지 말라

    시세는 바람이다. 바람은 한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이리저리 옮겨다니고 싶어한다. 부동산 시세가 특히 그렇다. 속도는 느리지만 전염성이 강하다. 값이 오를 때는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큰 곳에서 시작한다. 대부분 돈 많은 사람들이 사는 지역이다. 서울의 경우 강남지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지역의 값이 일정 폭 오르면 주변부로 매기가 퍼진다. 핵심지역의 값이 올라 주변부 값이 싸 보이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부동산 매매를 하면서 가장 고민할 때가 언제일까. 눈여겨봤던 물건의 값이 갑자기 오를 때다. 한 번 보았거나 매입을 고려했던 경험이 있으면 그때 확인했던 값에 대한 미련을 떨치기 어렵다.

    그러나 이 경우엔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이 편하다.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편히 갖는 게 낫다는 말이다. 특정 물건이나 단지의 시세에 집착해 후회만 하고 있다가는 시간만 허비한다. 매일 시세표를 들여다보며 한숨 쉬어봐야 소용없다. 이때는 과감히 잊고 훌훌 털어야 한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는 편한 마음을 가지면 기회는 또다시 손짓한다.

    금리를 투자의 나침반으로 삼아라

    돈이란 신기할 만큼 철저하다. 1%라도 금리가 나은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부자들은 더 그렇다. 1%의 금리를 더 얻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발품을 판다. 움직이는 액수가 크기도 하지만 금리를 보는 마인드가 다르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금리는 수급 상황과 함께 부동산값의 흐름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둘 사이에는 반비례 관계가 생겼다.

    금리가 낮으면 주거비용이 줄어든다. 여유자금을 가진 이들은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부동산을 산다. 집이 한 채 있는 중산층은 이를 담보로 다시 다른 집이나 상가 등을 산다. 무주택자는 중도금 대출이나 은행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을 한다. 한마디로 부동산을 살 수요가 여러 곳에서 생기는 것이다.

    98년 말 이후 회사채 금리는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부동산값은 반등했다. 이후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집값은 무섭게 올랐다. 전문가들마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돈이 투자심리를 데우고, 그 심리가 다시 머니게임 양상을 부르는 과매수(overbought) 국면이 펼쳐진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금리 움직임에 민감해졌다는 것은 무엇을 말할까. 이는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이 금리의 속성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돈의 이치를 아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수요의 실체가 가수요일 때 금리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시장은 다시 얼어붙는다. 가수요가 지배하는 시장은 뿌리가 약하기 때문이다. 저금리를 맹신하고 무리하게 돈을 끌어다 부동산에 투자했다간 큰코다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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