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3

2015.08.31

입시 통계에 현혹되지 마라

대학별 선발 비율 꼼꼼히 살펴야…이화여대·경희대 정시 비율 높아

  • 김혜남 문일고 교사 hnamkim@hanmail.net

    입력2015-08-31 14: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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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시 통계에 현혹되지 마라
    요즘 대학 입시 전형이 3000가지 이상 돼 난수표보다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정보 하나라도 더 얻고자 대형체육관에서 개최되는 입시설명회를 순회하지만 발길을 돌릴 때는 허망하다. “도대체 내 아이는 어떤 전형으로, 어느 대학에 지원하라고?” 귀를 세우고 들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총론적이고 일반적인 내용만 늘어놓는 입시설명회의 한계다.

    대학 수시 지원에서 학부모들은 통계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즉 외형상 수치와 자녀가 지원하려 하는 대학의 속내가 전혀 다른 모습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속살을 보지 못하고 일반화된 통계에 파묻히면 진학 방향 자체가 오도될 수 있다.

    2016년 대학 입시는 수시 비율이 66.9%이고, 2017년에는 70%에 가깝게 늘어난다. 이러한 수치를 접하고 나면 당장 수시 아니면 대학에 들어가기 힘들다는 생각에 조바심을 낸다. 하지만 이것은 평균일 뿐 개별 대학의 선발 비율은 다르다. 예를 들어 이화여대와 경희대는 정시 선발 인원이 40% 가까이 되고, 건국대와 경기대는 45%를 약간 넘는다. 앞의 평균과 10%가량 차이가 난다. 위 학교들을 목표로 하는 수험생이라면 정시 경쟁력을 키우는 게 좋다. 즉 마지막까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을 챙겨야 한다.

    전형 유형별 선발 비율도 대학마다 다르다. 학생부 100%로 선발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은 외형상 38.4%다. 비중이 크기 때문에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대학 문이 좁아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상위 15개 대학에서 학생부교과전형으로 뽑는 인원은 12.5%밖에 안 된다. 서울대를 비롯한 성균관대, 서강대, 경희대 등 상위권 대학은 아예 이 전형이 없다.

    반대로 학업발전성과 전공적합성으로 선발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은 외형상 18.5%지만 상위 15개 대학은 42%로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한다. 즉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하는 수험생은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쪽이 합격 확률이 높다. 처음부터 선발 인원이 20%도 안 된다고 섣불리 판단해 준비를 포기하면 나중에 크게 후회한다.



    논술전형은 선발 비율이 4.2%밖에 되지 않아 가장 좁은 문처럼 보인다. 하지만 15개 대학이 논술전형으로 32.6%나 선발한다. 성균관대나 고려대의 경우 1000명 이상을 이 전형으로 선발한다. 전체 합격률이 5%밖에 안 된다고 하지만 서울대를 20~30명씩 보내는 정시 경쟁력이 뛰어난 학교에서는 논술전형에서 20~30%의 합격률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상위권 학생에겐 논술전형이 수시에 가장 가능성이 있는 전형이므로 전체 대학의 비율만 보고 판단하는 오류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시 원서를 쓸 때 공통적으로 학부모들은 자녀의 실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아니, 알고 있어도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편이 맞다. 자녀에 대한 기대가 작동해 과거 모의평가에서 가장 좋았던 점수(등급)만 기억하려 하기 때문이다. 한 번 1등은 영원한 1등이다. 6월 모의평가 결과로 볼 때 정시에서 서울여대가 적정선임에도 성균관대 글로벌리더학부에 대한 기대를 굽히지 않는 식이다.

    입시 상담을 하다 보면 수시 원서 6장 중 한두 개는 ‘적정 지원’을 하자 해도 쇠귀에 경 읽기다. 결국 상향 지원으로 6장 모두 날려버리는 경우가 많다. 정시에서 패자부활전을 노린다지만 수시에서는 적정 지원이던 그 대학 그 학과가 정시에서는 ‘꿈의 대학’이 되면 더욱 허탈하다. 뒤늦게 푸념하는 수험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가고 싶은 대학과 갈 수 있는 대학은 다르단다.”

    피상적으로 나타나는 수시의 수치에 현혹되기보다 수치의 속내까지 파악해야 대입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더불어 자신의 수준과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야 진학 방향을 올바르게 잡을 수 있으며 입시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학부모부터 냉정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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