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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어주는 남자

거미로 표현된 모성애

루이즈 부르주아의 ‘마망’

  • 황규성 미술사가 samsungmuseum@hanmail.net

거미로 표현된 모성애

거미로 표현된 모성애

‘마망(Maman)’, 루이즈 부르주아, 1999년, 927.1×891.5×1023.6cm, 청동·대리석·스테인리스 스틸.

어린 자녀를 걱정하는 ‘앵그리맘’의 모성애가 화제가 될 때마다 떠오르는 것이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1911~2010)가 1999년 제작한 대형 청동 거미입니다. 부르주아는 1911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38년 미국으로 이주해 70여 년간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한 대표적인 현대미술 작가입니다.

‘마망(Maman)’이란 제목의 이 작품은 높이가 9m가 넘고 지름이 10m가량 되는 원형 바닥 위에 8개의 거미 다리가 세워져 있습니다. 청동으로 제작한 다리는 마치 울퉁불퉁한 힘줄이 솟은 듯 매우 힘차게 돌출돼 있어 만지고 싶은 충동을 일으킵니다. 8개의 거미 다리 끝은 예리합니다. 마치 땅속으로 파고들 것 같습니다. ㄱ자 형태로 꺾인 8개의 다리는 각각 2개 조각들로 연결돼 있는데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다리는 두꺼운 원형 스테인리스 스틸 몸체와 단단히 연결돼 있고, 몸체 상단에는 동그란 피라미드 모양의 몸통이 맨 위로 돌출돼 있습니다.

거미 몸통 아래에는 알주머니가 왼쪽으로 쏠려 있습니다. 거미가 막 오른쪽 방향으로 이동하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알주머니는 안이 들여다보이는 투각 형식이며, 그 속에 럭비공만한 크기의 하얀 대리석 알 12개가 있습니다. 생각보다 질감이 매우 부드럽고 매끈합니다. 알을 보호하려는 어미 거미의 모성애를 느낄 수 있습니다.

거미 다리 가운데 화면 오른쪽으로 가장 많이 뻗어 있는 다리가 앞쪽이고, 1번 다리라고 부릅니다. 작품을 설치할 때 이 다리를 기준으로 작품의 방향과 각도 등을 정하고 도면 작업을 수행합니다.

무게 2.5t의 대형 거미 조각을 설치하는 작업은 볼만합니다. 대형 크레인 2~3대가 공중에서 동시에 거미 몸체 1개와 다리 8개를 결합하는 작업이라 위험할 뿐 아니라, 정밀함까지 필요합니다. 특히 공중에서 결합된 거미 몸체를 바닥에 내려놓을 때 8개의 다리가 미리 설치한 바닥 홈과 정확히 맞아야만 설치가 완성됩니다.



작가는 왜 이토록 큰 거미를 제작했을까요. 우리 정서상 거미는 조금 징그럽고 꺼려지는 곤충이지만, 생물학적으로 거미는 모성애를 상징합니다. 거미는 자식들의 먹이로 자기 몸을 내주거나, 다른 동물이 자식들을 해칠 것 같으면 역시 몸을 던져 자식들을 구한다고 합니다. 작품명 ‘maman’은 프랑스어로 엄마라는 뜻이죠.

부르주아는 평생 모성애를 담은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불행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작가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건 사고와 문제들, 어려움과 난관, 그리고 불행과 슬픔을 극복하고 치유하는 데 여성적인 따뜻함, 부드러움, 포근함 등이 필요하다고 굳게 믿었죠. 이런 생각을 작품 속에 투영하려 노력했습니다.

‘마망’은 총 6점(edition)이 제작돼 전 세계 명소에 설치됐습니다. 사진 속 작품은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에 설치된 ‘마망’의 모습입니다. 이 밖에도 일본 롯폰기 모리 빌딩, 캐나다 국립미술관과 서울 이태원로 삼성미술관 리움 등에 ‘마망’이 있습니다. 부르주아는 ‘마망’보다 작은 거미 작품을 ‘스파이더(Spider)’라고 명했는데 역시 6점이 제작됐고, 그중 2점이 한국에 있답니다.



주간동아 2015.06.22 993호 (p79~79)

황규성 미술사가 samsungmuse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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