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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보조금 27만 원 줄다리기

10월 단통법 시행 앞두고 상한액 수정 의견 엇갈려

  • 권건호 전자신문 기자 wingh1@etnews.com

단말기 보조금 27만 원 줄다리기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은 얼마로 정해야 할까. 현재 27만 원으로 정해진 보조금 가이드라인을 높여야 할까, 아니면 낮춰야 할까.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10월부터 시행되면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모든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보조금 공시제를 시행해야 한다.

보조금 공시제를 앞두고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보조금 가이드라인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보조금 상한선인 27만 원은 2010년 정해진 액수다. 지금은 통신과 단말기 환경이 당시와는 크게 달라졌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상한선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소비자는 보조금 상한 높이라고 요구

하지만 막상 상한선 조정에 나서자 단말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유통업계, 소비자 등 처한 상황에 따라 의견이 엇갈린다. 같은 업계에서도 1위 업체인지, 추격하는 업체인지에 따라 생각이 다르다. 방통위는 6월 24일 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6월 말 새 가이드라인을 담은 단통법 하위 고시를 제정할 예정이다.

보조금 상한선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2010년 처음 제정된 이후 계속돼왔다. 당시는 3G(3세대) 초창기인 데 반해 현재는 롱텀에벌루션(LTE)를 넘어 LTE어드밴스드(LTE-A)까지 진화했다. 통신 속도가 빨라지고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통신요금이 증가했고, 소비자의 요금 부담도 함께 늘었다.



단말기 가격 역시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보조금 가이드라인을 정할 때는 피처폰이 주류였지만, 현재는 스마트폰이 대세다. 더구나 스마트폰 기능이 향상되면서 출고가가 100만 원이 넘는 제품도 부지기수다. 더구나 거의 모든 가족 구성원이 휴대전화를 보유하면서 통신요금과 단말기 구매 대금을 합한 가계 통신비 부담이 커졌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보조금 상한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말기 보조금 27만 원 줄다리기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왼쪽)이 4월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 서울팔래스호텔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통신 3사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은 지난해와 올해 초 이동통신사들이 보조금 전쟁을 벌이면서 최대 100만 원이 넘는 보조금을 살포한 것도 경험했다. 보조금 전쟁을 지켜본 소비자는 단통법 도입으로 기존 공식 상한선인 27만 원보다 보조금이 되레 낮아지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 각종 정보기술(IT) 관련 커뮤니티나 단말기 보조금 관련 기사 댓글에는 27만 원으로 정한 가이드라인을 폐지 또는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빗발친다.

최근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방통위가 하루라도 빨리 보조금 상한선을 50만 원 수준으로 현실화해야 한다”며 “이동통신사들이 그 범위 내에서 요금제에 따라 투명하고 합리적이며 자율적인 보조금 지급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렇게 되면 20만~50만 원인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 판매가 늘고, 이보다 비싼 단말기를 구매하려는 사람은 30만 원 미만의 자기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합리적인 소비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이동통신사도 간헐적인 과당 보조금 대신 경제적인 요금제와 단말기를 묶어 경쟁할 수 있는 대안이 생겨 자연스럽게 통신 과소비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저마다 의견 엇갈려

단말기 보조금 27만 원 줄다리기

서울 종로구 한 휴대전화 대리점 앞 인도에 홍보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한 보조금 상한선은 27만 원이지만 이 대리점은 최대 70만 원 지급을 약속했다.

이동통신시장에 참여하는 주체들은 단말기 제조사, 이동통신사, 유통업계 등 입지에 따라 보조금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이동통신사는 보조금을 올릴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때 100만 원이 넘는 보조금을 쓴 적도 있지만, 이때는 시장 경쟁이 과열됐을 때 일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정된 기간에만 지급했다. 이와 달리 보조금 공시제가 시작되면 모든 소비자에게 차별 없이 동일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는 만큼 보조금을 높이면 마케팅비 부담이 커진다고 우려한다.

또 보조금을 높일 경우 제조사가 출고가를 인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높은 보조금으로 단말기 구매 부담이 줄어들면 제조사가 굳이 출고가를 낮추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대로 보조금이 제한적이면 제조사가 단말기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출고가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보조금 규제가 강화된 최근에는 제조사들이 앞다퉈 출고가를 인하하고 있으며, 저가 단말기 출시도 늘고 있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이전 사례를 보면 보조금 수준이 높을 때나 낮을 때와 관계없이 전체 고객의 단말기 할부 금액 수준이 비슷하게 유지됐다”면서 “하지만 보조금 공시제 도입 후에는 보조금을 높이는 만큼 이동통신사의 부담으로 바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조금이 높으면 제조사의 출고가 인하 분위기가 멈출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제조사는 보조금을 낮추면 그만큼 제조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한다. 또 제조사 장려금을 별도로 공개하는지 여부에도 관심이 크다. 제조사는 별도로 장려금을 공개하지 말고, 이동통신사가 공시하는 보조금에 포함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제조사의 시장 지위에 따라 금액을 다르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팬택의 경우 국내 시장점유율이 높은 삼성전자와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제조사 순위에 따라 차등 지급하면, 이동통신사도 순위에 따라 차등지급할 수 있다는 논리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가운데 업계 이목은 6월 24일 토론회와 이후 방통위가 내놓을 해법에 쏠려 있다. 방통위가 토론회 이전에도 업계 당사자를 모아 논의했지만, 당시에는 의견 차가 커 조율에 실패했다. 상한선 금액보다 각자 주장하는 논리가 달라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재 방통위가 검토하는 방안 중에는 이동통신 요금제와 단말기 출고가에 따라 보조금 상한선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동통신사가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어 합리적이라는 분석이다.



주간동아 2014.06.23 943호 (p44~45)

권건호 전자신문 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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