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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생생한 현실이야, 가상이야

고도화한 가상현실 기술로 인간 욕망 언제든 실현

  • 이우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wklee@lgeri.com

생생한 현실이야, 가상이야

생생한 현실이야, 가상이야
가상현실이 말 그대로 ‘핫이슈’다. 3월 25일 페이스북이 가상현실 게임용 헤드셋(Head Mounted Display·HMD) 기업인 오큘러스VR를 23억 달러에 인수했다. 인수 소식을 발표하면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가상현실이 다음 컴퓨팅 흐름의 중심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구글이 빠르면 올해 구글글래스를 공식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게임용 HMD를 개발하는 소니를 비롯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굴지의 기업들이 가상현실과 관련한 특허 출원과 매입, 기술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비유하자면 가상현실은 꿈이다. 꿈꾸는 동안 우리는 마치 깨어 있을 때처럼 여러 사물을 보고 청각, 미각, 후각, 운동감각을 느낀다. 영화 속 주인공이 돼 하늘을 날 수도 있고, 평소 가보고 싶던 곳으로 여행을 떠나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며, 보고 싶던 사람을 만나 이야기도 나눈다. 물론 꿈은 깨면 곧 사라지고 만다. 그 느낌과 경험을 재현하거나 지속하기 어렵다. 반면 가상현실에서 만들어지는 환경은 언제든 접속해 즐길 수 있는 ‘지속가능한 꿈’이다.

가상현실에 대한 일반적 정의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가 오감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고 인지함으로써 현실로 느끼는 것’이다. 즉 특정한 가상환경을 컴퓨터로 만들어 사용자로 하여금 실제 주변 환경처럼 느끼게 하거나, 가상환경과 상호작용을 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컴퓨터 간 인터페이스를 통칭한다. 직접 필드에 나가지 않고도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스크린 골프나 많은 인기를 끌었던 닌텐도의 위(Wii) 게임기가 초보적인 가상현실 기술이 적용된 사례라 할 수 있다.

몰입감 높은 콘텐츠 구현

생생한 현실이야, 가상이야

미국 보훈부 산하 뉴욕하버헬스케어시스템 맨해튼병원에서 가상현실 시스템을 활용해 상황을 재연하는 방식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사실 가상현실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꽤나 오래전 일이다. 1966년 비행 시뮬레이션이 최초로 만들어졌고, HMD도 68년 미국 유타대의 이반 서덜랜드가 제안한 바 있다. 80년대 들어 안경과 장갑 형태의 인터페이스를 개발한 재론 러니어에 의해 가상현실이라는 용어가 대중화하기 시작했다. 초기 HMD는 작은 브라운관 2개로 사용자의 두 눈을 둘러쌈으로써 입체 영상을 제공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천장에 매달아 사용해야 할 정도로 무거울 뿐 아니라 낮은 해상도, 좁은 시야각, 느린 반응속도 같은 한계 때문에 가상현실 기술의 본질인 ‘몰입감’을 주기에 부족함이 많았다.



하지만 30여 년 사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가상현실 기기의 성능이 높아지고 경량화와 슬림화, 저가화가 함께 진행되면서 사용자에게 성큼 다가선 것이다. 콘텐츠의 완성도가 함께 높아졌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남았다. 궁극적으로 가상현실 기술로 3차원(3D) 환경을 구축하려면 컴퓨터 그래픽스, 기하모델링과 알고리즘, 센싱, 디스플레이, 햅틱, 입체음향, 인간공학 및 상호작용, 심리학 등 다양한 기술이 융합해야 하기 때문. 개별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는 것과 더불어 이를 융합하는 시도 역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

가상현실에서는 기존의 TV나 컴퓨터, 모바일 기기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몰입감 높은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다. 3D 게임뿐 아니라 박물관, 미술관, 테마파크 체험 등에도 활용 가능하다. 오큘러스 리프트 같은 HMD 기술과 360도 카메라 기술, 드론 기술의 발달은 영상과 음향효과를 중심으로 한 체험형 콘텐츠를 수없이 쏟아내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와 형식이 유사한 가상현실용 콘텐츠 플랫폼이 생기는 건 시간문제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게 되면 사용자는 아마존 밀림이나 심해 밑바닥, 그랜드캐니언, 지하동굴 등에서 촬영한 수많은 콘텐츠를 통해 실제로 방문한 것과 구분하기 어려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외과수술이나 모의 전투훈련, 부품 조립이나 제작 같은 산업용 시뮬레이션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가상 환경을 공황장애나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의료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가상현실의 차별화된 고객 가치가 엄청나다는 뜻이다.

더욱이 언제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는 소셜서비스와 가상현실을 접목하면 이야기는 한층 더 달라진다. 앞서 설명한 대로 다양한 기술 발달로 가상공간의 몰입감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을뿐더러, 소셜서비스를 통해 가상현실이 단순한 여가나 오락이 아니라 제2, 제3의 삶을 이어가는 무대 구실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크 저커버그는 “친구들과 온라인으로 지금 이 순간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전체의 경험과 모험을 공유한다고 상상해보라”고 말한 바 있다.

무수한 경제 활동과 비즈니스가 소셜서비스에 연결된 가상현실에서 이뤄지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구글은 구글어스와 스페이스를 통해 현실세계와 같은 가상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고, 아마존은 막강한 콘텐츠와 유통망을 통해 가상의 서재나 도서관을 공급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상의 유통시장이 현실세계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시나리오도 얼마든 가능하다.

가상현실 잠재력은 무궁무진

고도화한 가상현실 기술이 인간 욕망을 대리 해소해주는 순기능을 할 수 있지만, 가상현실에 대한 집착이 현실세계와의 혼동으로 이어져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인터넷이 대중화할 무렵 불거졌던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인터넷 중독, 게임 중독 현상이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른 바 있는데 가상현실이 활성화할 경우 그 중독에 의한 폐해가 훨씬 심각할 수 있다.

물론 가상현실에는 여전히 많은 가정과 질문이 남아 있다. 과연 소비자는 3D 안경보다 훨씬 번거롭고 무거운 HMD를 착용하고 가상세계에 들어가는 일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까. 향후 5~10년 내 강력한 변화 모멘텀을 제공할지 단언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장성 부족을 이유로 퇴출됐던 태블릿PC가 주변 기술의 발전과 함께 만개한 사례만 봐도 가상현실이 가진 잠재력은 쉽게 가늠할 수 없다. 이제까지 인터넷은 연습게임이었고 바야흐로 본게임이 시작될 수도 있다. 해외 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과 달리 우리 기업들의 관련 행보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 염려스러울 따름이다.



주간동아 2014.06.23 943호 (p42~43)

이우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wklee@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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