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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l 응답하라 1994, 왜 열광하나 03

말랑한 조직 먹고 ‘대박 행진’

CJ E&M 콘텐츠 기존 방송과 확실한 차별화…“성공 이면을 봐라” 지적 목소리도

  • 이해리 스포츠동아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gofl1024@donga.com

말랑한 조직 먹고 ‘대박 행진’

말랑한 조직 먹고 ‘대박 행진’

‘꽃보다 할배’는 지상파 출신 연출자, 작가와 CJ E&M의 유연하고 적극적인 회사 분위기가 만들어낸 히트작이다.

케이블·위성채널 tvN과 Mnet, 올리브 등을 보유한 CJ E&M이 신선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내놓으며 방송가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케이블에선 시청률 1%면 대박’이라던 분위기도 이젠 옛말이 됐다.

7월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가 ‘대히트’를 치더니 하반기엔 ‘응답하라 1994’가 또 한 번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파급력은 기대 이상이다. 1990년대 유행하던 의상과 각종 소품이 다시 출시되는가 하면, 당시 인기를 얻었던 추억의 스타들까지 주목받는다. 연예계에서는 이를 두고 ‘응사 효과’라는 말까지 나온다.

전폭적 지원, 파격적 제작 방식

방송가도 CJ E&M의 약진에 주목한다. 특정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비슷한 구성의 기획을 쏟아내는 기존 방송사들과 비교해 확실히 차별화에 성공하면서 신선한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낸 덕분이다. 최근에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CJ E&M이 기획한 프로그램을 흉내 내는 일도 잦아졌다. 콘텐츠만 놓고 본다면 채널 영향력 측면에서 CJ E&M이 지상파를 앞질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KBS에서 ‘해피선데이-1박 2일’ 등 인기 프로그램을 연출하다 지난해 CJ E&M으로 이직한 나영석 PD는 ‘조직의 유연함’을 콘텐츠 성공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이직 후 첫 프로그램으로 이순재 등 배우 4명의 유럽 배낭여행 과정을 그린 ‘꽃보다 할배’를 만든 나 PD는 “기본 구조는 방송사 대부분이 비슷하지만 CJ E&M에는 유연함이 있다”고 밝혔다.



말랑한 조직 먹고 ‘대박 행진’

CJ E&M은 창사 7주년 기념으로 기획한 정통극 ‘빠스껫 볼’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자 곧 조기종영을 결정했다.

그가 예로 든 건 인기 프로그램을 대하는 CJ E&M의 태도다. 나 PD는 “만약 다른 방송사였다면 ‘꽃보다 할배’를 정규방송으로 정해 한 달에 한 번씩 촬영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방송하자고 했겠지만, (tvN에서는) 그러지 않았다”며 “정규방송이 아니면 특집 프로그램으로만 분류되는 지상파와 비교할 때 제작의 자유로움이 있다”고 했다. 심지어 ‘꽃보다 할배’는 매회 방송시간도 달랐다. 촬영 여건이나 편집 상황에 따라 프로그램 분량까지 조절 가능한 유연성을 지녔다는 의미다.

CJ E&M을 주목하게 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 ‘응답하라 1994’는 지난해 방송한 ‘응답하라 1997’의 후속편이다. 1편의 성공 덕에 2편 제작 여건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후광효과가 기대되는 프로그램에 대한 자연스러운 투자지만 ‘전폭적인 지원’이란 면에서 CJ E&M의 제작 방식은 다른 방송사보다 파격적이다. 그동안 자체 미술팀을 두지 않았던 CJ E&M은 ‘응답하라 1994’ 제작에 맞춰 없던 부서까지 신설했다. 1990년대 분위기를 효과적이고 사실적으로 표현하려고 미술, 세트 담당 스태프를 새로 꾸렸다.

몸집 큰 지상파보다 의사결정 구조가 상대적으로 간소한 점은 CJ E&M의 강점으로 꼽힌다. 아이디어만 좋으면 곧바로 투자나 제작이 가능한 분위기다. 실제로 ‘응답하라 1994’는 드라마 제작에서 기초가 되는 구성안(시놉시스)조차 없었다. 1편 성공으로 실력을 입증한 제작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들이 내놓은 아이디어에 방송사가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제작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후 방송사는 ‘응답하라 1994’의 기획과 제작, 캐스팅 등 제반 사안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 콘텐츠만 알리는 부작용

말랑한 조직 먹고 ‘대박 행진’

상반기 히트작 ‘꽃보다 할배’ 제작진이 다시 의기투합해 만든 ‘꽃보다 누나’. 실력이 입증된 제작진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은 CJ E&M의 장점이면서 한계로 지적된다.

새로운 스타나 제작진 발굴에 적극 나서는 것도 CJ E&M이 ‘제작비 대비 효율’을 높이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CJ E&M에서 방송하는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에는 ‘고액 출연료’를 자랑하는 연예인이 출연하지 않는다. 5월 막을 내린 tvN 드라마 ‘나인 : 아홉 번째 시간여행’의 주연을 맡은 연기자 이진욱과 조윤희도 비교적 출연료가 낮은 편에 속한다. 그런데도 이 작품은 한국 드라마로는 처음으로 미국에 포맷이 수출되는 기록을 세웠다. 미국 인기 드라마 시리즈 ‘가십걸’의 제작사인 페이크엠파이어엔터테인먼트는 10월 말 ‘나인’ 판권을 구매하면서 “참신한 소재와 기발한 이야기 전개가 압권”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현재 이 제작사는 내년 미국 전역 방송을 목표로 드라마 각색 작업을 진행 중이다.

물론 최근 CJ E&M이 내놓는 콘텐츠의 성공을 두고 “이면을 봐야 한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히트작을 내놓는 연출자 대부분이 거액의 계약금을 주고 KBS 등 지상파 방송사에서 스카우트해온 인물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유명한 몇몇에게만 제작 지원이 몰릴 뿐, 모든 제작진에게 자유로운 환경이 보장되는 건 아니라는 지적이다. 방송가 한 관계자는 “CJ E&M이 모든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똑같은 기회나 여건을 주는 건 아니다”라며 “전폭적인 지원으로 성공을 이룬 일부 프로그램과 그 제작진이 시청자 눈에 자주 띄는 것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공영방송이 아닌 데다 오랫동안 축적된 두터운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한 탓에 부진한 프로그램에는 지나치게 냉정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지적도 있다. KBS에서 드라마 ‘추노’를 연출해 새로운 스타일로 호평받은 곽정환 PD는 CJ E&M으로 이직해 최근 첫 작품 ‘빠스껫 볼’을 공개했다. CJ E&M이 전략적으로 내놓은 첫 정통극이었다. 하지만 시청률이 기대치를 밑돌고 화제성도 떨어지자 CJ E&M은 단칼에 조기종영을 택했다. 총 24부작 방송분량 대부분을 사전 제작으로 촬영해놓았지만 방송사의 갑작스러운 결정 탓에 완성한 내용 일부는 폐기 처분됐다.

CJ E&M은 방송 채널은 물론, 영화 투자를 주도하는 업계 1위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국내 최대 극장체인 CGV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각 분야의 콘텐츠를 유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지만 반대로 ‘자사 콘텐츠만 알리는’ 부작용을 낳을 개연성도 높다.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영화에 대한 각종 특집 프로그램이 CJ E&M의 각 채널을 통해 방송되는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주간동아 2013.12.02 915호 (p34~35)

이해리 스포츠동아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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