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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l 응답하라 1994, 왜 열광하나 01

“맞아 맞아, 딱 내 얘기”

‘응답하라 1994’ 그 시절 기억하는 사람들 열광…깨알 같은 소품·사투리도 시청률에 한몫

  • 배선영 텐아시아 기자 sypova@tenasia.co.kr

“맞아 맞아, 딱 내 얘기”

“맞아 맞아, 딱 내 얘기”

‘응답하라 1994’는 성나정(고아라 분), 쓰레기(정우 분), 칠봉이(유연석 분) 등 젊은이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응사’)의 눈부신 성공 뒤에는 진짜 94학번과 진짜 촌놈들의 땀이 있었다. 두 자릿수 시청률 넘기기가 쉽지 않다고 아우성치는 지상파 드라마 틈바구니에서 ‘응사’는 1회 시청률 2.6%(닐슨코리아, 케이블 유가구 평균시청률·이하 동일)로 시작해 11회 9.3%를 기록했다. 두 자릿수 시청률 돌파가 코앞이다.

심지어 체감 인기는 시청률보다 훨씬 높다. 인터넷 세상에서는 이 드라마의 신드롬급 인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연예 관련 게시판은 온통 ‘응사’ 주인공 성나정의 남편을 찾겠다고 나선 누리꾼의 추리로 가득하다. 지난해 ‘응답하라 1997’(‘응칠’)을 만들었던 제작진은 그때에 이어 또 한 번 ‘주인공의 남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극 전체를 이끌어간다. 1994년과 2013년 시간을 넘나드는 서사 속에서 각 회마다 남편 정체에 대한 힌트를 제시하는데, 시청자는 이를 암호처럼 해독하며 의미를 풀이한다. 제작진의 디테일한 설정도 감탄을 자아내지만, 등장인물의 대사가 가진 속뜻은 물론, 주인공이 사는 아파트 평면도와 입은 옷에 적힌 숫자 의미까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시청자의 열정도 대단하다.

1990년대를 상징하는 소품에서 옥에 티를 찾겠다며 눈에 불을 켠 이도 많다. 90년대 배경에 등장하는 지하철 노선표 글씨체, 인물 머리카락 색깔, 햄버거 출시 시기 등에서 ‘깨알 같은’ 오류를 발견해 지적하는 시청자들이다. 흡사 제작진과 시청자 간 두뇌게임과도 같은 이런 줄다리기는 ‘응사’가 선사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응사’ 시청자층은 40~50대 중년까지 포괄한다. 이들은 지방 출신 주인공들이 낯선 서울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청춘을 떠올린다.

추억 공유한 시청자의 피드백



방송가에서는 기록적인 ‘응사’의 성공 이유로 이 같은 복고와 공감 코드를 꼽는다. 여기에는 1990년대라는 특수한 시대적 배경이 큰 몫을 했다. 90년대는 2013년을 살아가는 성인 대다수가 공유하는 추억이 있는 시대. 따라서 사극이나 시대극과 달리 그 시절을 또렷하게 기억하는 시청자의 적극적인 피드백을 받는다.

“맞아 맞아, 딱 내 얘기”

‘응답하라 1994’에서 ‘어리바리’ 지방 청년들의 서울 적응기를 보여주고 있는 삼천포(김성균 분), 해태(손호준 분), 조윤진(도희 분).

이 코드를 찾아낸 제작진은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다. ‘응사’ 이전에 이미‘응칠’을 성공시켰던 이들은 어떻게 1990년대에 주목하게 됐을까. 엉뚱하게도 그 시작은 한 클럽이었다. KBS에서 CJ E·M으로 이적한 두 사람은 함께 서울 마포구 ‘밤과 음악사이’라는 유흥업소를 찾는다. ‘밤음사’라고도 부르는 이 클럽은 20대가 주축인 다른 클럽과 달리 8090 유행가를 틀어주면서 3040세대의 핫플레이스로 등극한 곳. 94학번인 두 사람은 이곳에서 90년대 문화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동안 이 소재를 아무도 다루지 않았기에 희소성을 갖춘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한다.

이후 두 사람은 주저 없이 1990년대를 해부하기 시작했다. 먼저 97년을 배경으로 한 ‘응칠’을 제작해 히트하자 실제 자신들이 20세였던 94년의 94학번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만들게 된 것이다. 신 PD는 “90년대에 감수성이 가장 풍부한 때인 20대를 보냈다. 내 인생에서 가장 가슴 깊이 남은 시기인 터라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정서도 모두 그 시절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990년대를 복원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신 PD는 “우리끼리는 이 작품을 ‘정말 골 때리는 사극’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그 시절을 복원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응사’의 서명혜 미술감독 역시 “시대가 워낙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 버려지는 속도도 빨라 90년대 소품을 찾는 작업이 결코 쉽지 않았다. 90년대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시기인 데다 아직 그 시기에 대한 정리가 명확히 되지 않아 남은 자료 역시 많지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다수 사람이 1970~80년대 물건은 골동품처럼 여기지만, 90년대는 과거라고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그 시절을 상징하는 물건을 보관해야겠다는 인식 역시 별로 없다는 뜻이다.

94학번 제작진 열정의 결과물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응칠’ 제작 때만 해도 제작진이 직접 발품을 팔아 1990년대 소품을 구했던 것과 달리, ‘응사’는 전문 미술팀과 함께 제작한다는 점. 전작이 성공했기에 회사 측이 배려해준 것이다. 현재 미술팀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 시절의 음반, 드라마, 무선호출기(삐삐), 의상을 비롯해 심지어 과자 봉지와 가구, 패브릭까지 드라마에 등장시킴으로써 90년대를 ‘깨알같이’ 복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 감독은 인터넷 블로거들의 포스팅까지 샅샅이 살피는 것은 물론, 당시 신문이나 TV 광고를 뒤져 구할 수 없는 것은 직접 똑같이 제작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점은 서 감독 역시 94학번이라는 것. 그는 “때때로 같은 학번의 신 PD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잊고 있던 그 시절의 정보를 떠올리기도 한다”고 했다. 결국 ‘응사’는 94학번들이 가장 예뻤던 20세 시절을 스스로 복원하고자 한 열정의 결과물인 셈이다.

“맞아 맞아, 딱 내 얘기”
또 하나 ‘응칠’에서 이어진 ‘응사’의 매력은 배우들의 차진 사투리. ‘응칠’은 부산을 배경으로 삼았고, ‘응사’는 서울을 배경으로 하되 지방에서 상경한 촌놈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유독 촌놈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응칠’에서 제작진은 복고와 사투리가 잘 어울린다고 판단해 애초 서울을 배경지에서 제외하고 제2의 도시 부산을 택했다고 한다. 이우정 작가의 고향이 부산 인근 울산이라는 점도 이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맞아 맞아, 딱 내 얘기”

지난해 ‘응답하라 1997’에 이어 올해 ‘응답하라 1994’로 연타석 흥행 홈런을 친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 콤비. ‘응답하라 1994’ 제작 현장에서 배우들이 신 PD와 함께 촬영 장면을 모니터하고 있다(왼쪽부터).

촌놈들 사연 신선한 이야기 소재

“맞아 맞아, 딱 내 얘기”

‘응답하라 1994’의 배경인 서울 연세대 캠퍼스에서 1990년대 캠퍼스 룩을 입고 포즈를 취한 배우들. 방송가에서는 이 드라마의 성공 이유로 복고와 공감 코드를 꼽는다.

‘응사’를 제작하면서는 여전히 복고 드라마인 데다 전작에서 사투리가 충분히 흥행성이 있다는 점을 확인한 덕에 촌놈들의 상경기를 다루게 됐다. ‘응사’ 작가들은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등 각 지역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말로 된 대본은 이들의 검열을 거쳐 ‘번역’된다. 또 실제 부산 출신인 에이핑크의 정은지를 캐스팅한 ‘응칠’에 이어 ‘응사’에서도 경상도(고아라, 정우, 김성균), 전라도(도희, 손호준) 등 각 지역 출신 배우를 캐릭터에 맞게 캐스팅해 자연스러운 사투리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캐스팅은 사투리 연기뿐 아니라 감정 연기에도 큰 도움이 됐다는 후문. 배우들을 직접 만나보면 너 나 할 것 없이 ‘응사’ 첫 회 에피소드에서 삼천포(김성균)가 낯선 서울 거리를 헤매던 모습을 언급하면서 그것이 곧 자기 이야기라고 말한다. 따라서 ‘응사’는 94학번의 자기 이야기인 동시에 촌놈들이 자신의 가장 치열하면서도 어리바리하던 시절을 곱씹은 기록도 되는 셈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정작 신 PD는 서울 토박이라는 것. 그는 바로 이 점 때문에 촌놈들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방 출신 작가들과 생활하면서 그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이야기나 ‘흑역사’라고 생각해 숨기기 급급하던 이야기들이 서울 토박이인 자신에게는 신선한 이야깃거리로 다가왔고, 이를 하나의 소재로 끄집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빠순이(오빠와 순이의 합성어로, 스타를 쫓아다니며 응원하는 여자를 일컬음)가 아닌 신 PD가 ‘응칠’에서 빠순이 이야기를 다뤄 성공한 것과도 맥이 통한다. 신선한 감각만 있으면 잘 모르는 분야도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셈이다.



주간동아 2013.12.02 915호 (p26~28)

배선영 텐아시아 기자 sypov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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