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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우린 ‘축산물 유통혁신’으로 간다

농협, 유통단계 축소·소비자가격 절감 축산농가 수익 상승 추구

  • 강은아 객원기자 kea64@naver.com

우린 ‘축산물 유통혁신’으로 간다

우린 ‘축산물 유통혁신’으로 간다

대형 패커 농협안심축산의 협력업체 ㈜태우그린푸드의 1차 가공장. 모든 과정이 콜드시스템으로 자동화돼 있다.

맞벌이인 박모 씨 부부는 시간이 여의치 않아 주말에 몰아서 장보기를 해왔다. 특히 고기는 대형할인점에서 1~2주일 먹을 만큼 넉넉히 구매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고기가 질기거나 맛이 없는 경우에도 다 소비해야 했고, 오래 묵힌 고기는 어쩔 수 없이 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퇴근길에 언제든지 동네 슈퍼마켓에서 한 끼 용량으로 포장된 쇠고기, 돼지고기를 쉽게 살 수 있게 됐다. 그뿐 아니라 미국, 독일처럼 동네 정육점에서 수제햄이나 소시지도 살 수 있게 됐다. 농업협동조합중앙회(농협중앙회·농협)의 축산물 유통혁신 때문이다.

농협은 최근 이런 내용을 포함해 유통단계 축소, 소비자가격과 산지가격 연동, 소매 유통비용 절감 등을 주요 골자로 한 축산물 유통혁신 비전을 선포했다. 이어 신개념 유통채널 진출 및 연중 할인행사로 소비자와 축산 농가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대책도 발표했다. 소비자의 장바구니 부담은 줄이고 축산농가는 실익을 챙길 수 있도록 하자는 것.

현재 국내 축산업은 공급 물량 증가로 위기에 빠졌다. 축산물 산지가격도 지속적으로 하락해 축산농가 경영이 악화된 상태다. 이는 각종 축산물 수입 증가세와 함께 국내 소, 돼지의 사육마릿수가 늘어나 공급이 수요를 넘어섰기 때문. 여기에 비효율적인 유통구조가 축산 위기를 부채질했다. 지나치게 많은 유통단계도 문제거니와, 정육점 등 소매단계의 유통비용이 36.8%로 전체 유통비용의 81%를 차지한다.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의 차가 너무 컸다.

이에 농협은 우선적으로 농협안심축산을 협동조합형 축산 패커(packer·축산물 도축, 가공, 유통 일괄 시스템)로 육성해 4~7단계에 이르는 현행 유통단계를 3~4개로 축소, 유통비용 비중을 8.7%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존의 ‘생산자→우시장·생산자 단체→수집상→공판장(도축장)→도매상→유통업체→소비자’에 이르는 유통과정을 ‘생산자→협동조합형 패커(농협안심축산)→농협매장 유통업체 전문점·대형 수요처→소비자’ 3단계로 줄이겠다는 것.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 차 좁히기

또 소비지 판매시설을 늘리고 직거래 판매를 확대해 소비자가격과 산지가격의 연동을 촉진하는 것은 물론, 과도한 소매 유통비용은 IP TV 개설 등 인터넷 판매망 개발로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남성우 농협 축산경제대표는 “생산자는 더 받고 소비자는 덜 내는 합리적인 축산물 유통구조를 반드시 실현하겠다”며 “유통혁신이 차질 없이 이뤄질 경우 유통비용 19.2%(한우 기준)를 절감해 총 6000억 원의 편익을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돌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지 판매채널을 다양화해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나 국내산 축산물을 믿고 값싸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농협은 일명 ‘칼 없는 정육점’을 올해 150개에서 2016년 450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칼 없는 정육점이란 유통점(마트 등)이 200~400g 단위로 소량 포장한 완제품 축산물을 농협으로부터 공급받아 쇼케이스에 진열·판매하는 신개념 유통채널이다.

따라서 냉장 진열대를 설치할 수 있는 1.5m2 공간만 있으면 골목 슈퍼마켓도 축산물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농협 측은 “1인 가구가 늘면서 소포장된 축산제품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을 반영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농협에 따르면, 소비자는 동네 마트에서 편하게 국산 축산물을 구매할 수 있고, 위생적인 포장육을 유통함으로써 국내산 축산물의 안정성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축산물은 도매시장에서 내장과 머리, 족만을 제거한 ‘지육’(뼈를 빼내지 않은 도체) 형태로 공급됐고, 지육에서 고기를 발라내 잘게 손질해 판매할 수 있는 정육점을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됐다.

한편 9월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동네 정육점에서 햄과 소시지, 돈가스 같은 식육가공품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농협은 이에 발맞춰 올해 안에 즉석육가공품을 판매하는 미국의 부처스 숍(Butcher’s Shop) 같은 정육점을 10곳 시범 운영하고, 2016년까지 8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린 ‘축산물 유통혁신’으로 간다

1 산지가격과 연동하는 안심한우마을 1호점(서울 청계점). 2 8월 21일 한우고기 소비촉진 행사에 참가한 남성우 농협 축산경제 대표,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정홍원 국무총리, 최병원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왼쪽부터). 3 6월 4일 열린 축산물 유통혁신 비전 선포식.

안심축산 사이버장터도 운영

우린 ‘축산물 유통혁신’으로 간다

축산물 물류 효율화의 중심인 농협 음성축산물공판장 전경.

이에 따라 채소햄, 치즈소시지 등 다양한 제품이 제조, 판매돼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지는 것은 물론, 돼지고기 앞다리 등 저(低)지방 부위가 햄이나 소시지 재료로 다량 활용되면서 부위별 수급 불균형도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삼겹살 선호 현상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식육즉석판매가공업자 신설로 향후 5년간 삼겹살 등 선호 부위 가격이 16.2% 인하될 것으로 추정했다.

농협은 축산물 유통채널 다양화의 일환으로 소비자가 유통단계를 모두 확인할 수 있고, 도축된 축산물을 바로 살 수 있는 실시간 인터넷방송 쇼핑몰 ‘안심축산 사이버장터’도 11월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사이버장터를 통해 유통비용 비중을 45.3%에서 30.3%로 줄일 수 있는 만큼 소비자가격도 낮아질 전망이다.

2012년 기준으로 소 한 마리 분량의 쇠고기 가격은 1179만1000원이며, 이 가운데 도축장과 가공장, 소매점을 거치는 유통비용이 534만2000원으로 45.3%나 되며, 소매단계에서의 유통 마진이 433만9000원으로 전체 유통비용의 81%를 차지했다. 남성우 대표는 “축산물 산지가격은 지속적인 약세를 보이는 반면, 소비자가격은 요지부동인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개선하려고 새로운 축산물 유통채널 발굴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농협은 매달 전국 농협판매장에서 축산물 할인행사를 열 계획이다. 추석이 낀 9월에는 전국 곳곳에서 직거래장터를 열어 시중가보다 30~50% 할인한 가격으로 한우를 판매하고 10월에는 한우 부산물 소비 확대 행사, 11월에는 ‘한우의 날’ 기념행사, 12월에는 송년맞이 감사 할인행사를 열기로 했다.

농협은 농협안심축산 전문점을 빠른 시간 안에 2000곳까지 늘리고, 2020년까지 국내 시장 점유율을 안심한우 50%(35만 두), 안심돼지 40%(600만 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주간동아 905호 (p70~71)

강은아 객원기자 kea6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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