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5

2012.12.03

“저소득층 행복 후원 연 1조2000억 사용하죠”

‘로또복권 10년’ 김동연 복권위원장(기획재정부 2차관)

  • 최호열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기자 honnypapa@donga.com

    입력2012-12-03 09: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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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소득층 행복 후원 연 1조2000억 사용하죠”
    2002년 12월 첫 발매한 로또복권은 이전 복권과 달리 구매자가 직접 당첨 예상번호를 선택할 수 있어 시작부터 화제를 모았다. 게다가 100억 원이 넘는 고액 당첨자가 자주 나오고, 당첨금이 400억 원이 넘는 경우까지 생기자 ‘로또 광풍’이 불기도 했다.

    하지만 복권위원회와 2기 수탁사업자인 (주)나눔로또가 사행성을 억제하고 복권기금의 공익성을 알리는 데 주력한 결과, 지금은 ‘복권은 나눔’이라는 긍정적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로또복권 출시 10년’을 맞아 김동연 복권위원회 위원장(기획재정부 2차관)을 만나 복권산업 변화와 복권정책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복권위원회는 복권 발행과 판매, 복권기금 집행, 복권정책 수립 등 복권업무를 총괄하는 기구다.

    사행성 억제에 다양한 노력

    ▼ 로또복권을 출시한 지 10년이 됐습니다. 그 성과가 궁금합니다.



    “먼저 10년 전 60여 개씩 난립하던 복권이 로또복권으로 흡수 통합돼 과다 경쟁에 따른 비효율성을 해소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불법 사행산업 수요가 복권으로 흡수돼 국민에게 건전한 오락문화를 제공하는 계기도 됐습니다. 또한 전체 복권판매액 가운데 취약계층 지원 등 공익사업으로 쓰는 자금 비율을 42%까지 올려 정부 재정으로 해야 할 일의 많은 부분을 복권사업을 통해 실천하고 있습니다.”

    ▼ 복권에 대해 국가가 앞장서서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초기에는 사행성 논란이 있었지만, 2004년 복권위원회가 출범한 후 사행성을 완화하기 위해 여러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예를 들어 1등 당첨금 이월횟수를 제한하고 판매가격을 인하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복권수익금으로 공익사업을 한다는 것을 홍보하면서 사행성 완화를 위한 건전문화 홍보 노력도 강화했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복권에 대한 국민 인식이 점차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복권은 사행산업인 만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순기능이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국민에게 꿈을 주는 동시에 인간이 가진 요행심리를 합법적으로 해소시켜줍니다. 그리고 연간 1조2000억 원 이상의 수익금으로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공익사업을 시행함으로써 국민의 조세부담을 일정 부분 완화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복권이 없었다면 세금을 그만큼 더 걷어야 했을 것입니다. 물론 사행산업이 가지는 문제점인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조성된 수익금을 다양한 공익사업에 쓴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디에 사용하나요.

    “복권판매액의 60%는 당첨금과 발행비용으로 나가고, 나머지 40%는 저소득 취약계층 지원 등 다양한 공익사업에 사용합니다. 이 비율은 다른 사행산업에 비해 아주 높은 편입니다. 다른 사행산업의 공익기금 조성률을 보면 경마 3%, 경륜·경정 12%, 카지노 18%, 스포츠토토 15~30%에 불과합니다. 연간 1조2000억 원 이상을 저소득층 임대주택 마련, 취약한 청소년·아동·노인·다문화가정 등을 위한 복지, 문화예술 사업을 지원하는 데 씁니다. 정부는 앞으로도 저소득 취약계층에게 꼭 필요한 사업들을 계속 발굴해나갈 계획입니다.”

    ▼ 사행성 억제를 위한 복권 홍보를 진행 중인데 복권에 대한 국민 인식이 얼마나 달라졌나요.

    “지난해 12월 한국갤럽을 통해 ‘복권 인식도 조사’를 했습니다. 국민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1년 사이 복권을 구매한 경험이 있고, 1회 평균 구매금액은 1만 원 이하가 대부분(95.3%)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구매자의 70%가 월소득 300만 원 이상의 중간 소득계층이라는 점입니다. 복권 판매액의 상당 부분을 취약계층을 위해 쓴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간접적으로 소득재분배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복권에 대해 ‘삶의 흥미·재미’ ‘나눔 행위’라는 긍정적 인식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을 볼 때 국민에게 복권이 건전한 오락문화로 정착되고 있는 듯합니다.”

    “저소득층 행복 후원 연 1조2000억 사용하죠”
    취약계층 위한 공익사업 지속 발굴

    “저소득층 행복 후원 연 1조2000억 사용하죠”

    김동연 복권위원장은 11월 21일 행복공감 봉사단원들을 격려하는 자리를 가졌다.

    ▼ 우리나라 복권정책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현행법에서는 공익사업에 쓰는 돈의 약 35%를 복권기금 설치 이전에 복권을 발행하던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사업에 기계적으로 쓰도록 돼 있습니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라는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배분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여러 부처와 지방정부가 관련돼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중·장기 과제로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안입니다.”

    ▼ 복권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언제였나요.

    “복권수익금으로 어려움을 겪는 많은 분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보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복권의 나눔과 기부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직접 봉사활동에 참여했던 일이 더 보람됐던 것 같습니다. 이런 취지에 공감해 자발적으로 조직된 ‘행복공감 봉사단’ 단원이 1700명에 이릅니다. 7월 봉사단원과 함께 서울 월계종합사회복지관에서 홀몸어르신들에게 삼계탕을 대접하고 발마사지를 해드렸던 것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어르신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제가 거꾸로 봉사와 위로를 받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지난주에는 서울 대학로 호프집을 빌려 봉사단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오픈하우스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중 한 분이 ‘봉사활동에는 중독성이 있다’고 했는데, 그 말에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저희처럼 일로 하는 봉사활동이 아니라, 많은 분이 자발적으로 봉사와 나눔을 실천한다면 우리 사회가 한층 더 건강해지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향후 복권위원회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사업이 있다면요.

    “한국갤럽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절반 이상이 복권기금을 대표할 만한 사업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지원이 필요한 대표 사업으로 ‘저소득층 장학사업’(57.0%), ‘사회적 약자 그룹홈 쉼터’(21.5%), ‘보육시설’(16.0%) 등을 뽑았습니다. 앞으로도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공익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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