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9

2017.05.24

연예

“연기 변신? 지금 연기가 진짜여야”

칸 진출한 ‘연기돌’ 임시완

  • 임수연 아이즈 기자 sooyeonie0@gmail.com

    입력2017-05-22 16:4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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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임시완(사진)에게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 그의 첫 연기 데뷔작인 MBC ‘해를 품은 달’의 허염은 수려한 외모를 지녀 사람들이 알아서 길을 비켜주는, 성균관 유생들의 우상 같은 존재였다. 이 비현실적인 설정조차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임시완의 외모 덕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후 임시완은 KBS ‘적도의 남자’, MBC ‘트라이앵글’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고, 2015년 케이블TV채널 tvN ‘미생’의 주연으로 발탁되면서 배우 인생에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이 드라마에서 임시완은 낙하산 채용이라며 주변의 눈초리를 받지만 묵묵하게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회 초년생 장그래 역을 맡았다. 좋은 스펙을 쌓으려 노력하던 다른 청춘들처럼 그 역시 제 나름의 치열한 인생을 견뎌왔다는 것을 동료들에게, 더 나아가 시청자에게 인정받았다.

    5월 17일 개봉한 영화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불한당)에서는 극악무도한 조폭 한재호(설경구 분)의 마음까지 돌려놓는 ‘언더커버 형사’ 조현수 역을 맡았다. 

    ‘해를 품은 달’의 허염을 제외하면 임시완이 연기한 캐릭터는 대체로 성실하거나 야무진 성품으로 호감을 산다. ‘미생’의 장그래는 사흘 만에 무역용어사전 내용을 모두 암기해 오상식 과장(이성민 분)을 놀라게 했고, ‘원라인’의 민재는 특유의 싹싹한 성격으로 대출이 불가능한 사람들의 대출을 돕는 ‘작업 대출계’의 유망주가 됐다. 또 ‘불한당’의 현수는 ‘머리가 잘 돌아간다’는 점 때문에 조폭 우두머리 고병철(이경영 분)로부터 신뢰를 받는 인물이다. 실제 임시완도 촬영장에서 ‘똑똑한 배우’로 정평이 나 있다. 감독에게 집요하게 질문하고 이를 섭렵하려 하는 ‘연기 모범생’으로 알려졌다. 이번 ‘불한당’ 촬영 중에도 임시완은 자신이 맡은 경찰의 업무를 파악하고자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본업이 경찰인 현수가 조폭인 재호에게 단번에 마음을 사는 과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변성현 감독과 새벽 4시까지 전화통화를 하면서 해답을 찾으려 했죠.”



    한편 임시완은 “연기를 위해 영화를 보지 않는다”는 다소 독특한 소신을 갖고 있다. 평소 애니메이션과 SF 장르를 제외한 다른 영화는 잘 보지 않는데, 이유는 다른 사람의 연기를 따라 하게 될까 봐 두렵기 때문이라고. 그는 “나도 모르는 새 누군가의 연기를 흉내 내고 지금까지 쌓아온 나만의 연기 스타일이 흐트러질 것 같은 불안함이 있다”고 고백했다.

    사실 ‘미소년 캐릭터’ 배우를 향한 대중의 시선은 호감과 비호감으로 극명히 나뉜다. 그럼에도 임시완은 개인의 취향과 무관하게, 자신만의 성실함과 뚝심 있는 연기로 팬이 아니던 사람까지 끝내 팬으로 만들고 만다. 그만큼 작품으로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연기력을 지녔다는 방증이다.

    ‘모범생은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은 임시완에게 통하지 않는다. 성실하되 자유로운, 그것이 임시완의 또 다른 매력이다. 자칫 순진하고 해맑은 이미지에 갇혀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들기도 하지만, 정작 그 자신은 신경 쓰지 않는다.  
    “연기 변신에 대한 부담감은 그렇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지금 당장 내가 하고 있는 연기가 진짜인가, 가짜인가죠. 화려하게 변신해야만 진짜 연기자는 아니니까요.”


    선한 얼굴의 마초

    실제로 임시완의 필모그래피에서는 ‘무모했다 싶은’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그 대신 그동안 쌓아온 연기 스펙트럼을 촘촘히 연결해갈 뿐이다. 누아르 장르의 영화 ‘불한당’에서는 전에 시도하지 않은 액션 연기를 새롭게 보여줌과 동시에 ‘미생’에서 이미 선보인 적 있는 처연한 표정의 감정 연기를 오버랩시킨다.

    임시완에게는 ‘반전 매력’도 있다. 생긴 것과 다르게 연예계의 소문난 애주가다. 배우 선배들과 술자리를 특히 즐긴다는 그는 “주량은 소주 2병인데, 술 자체보다 술자리에서 쌓는 동료애, 인간적인 교감이 좋다. 이런 감정들이 결국 연기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한당’은 임시완이 가진 선한 이미지와 성실함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작품이다. 조폭 세계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의 말간 얼굴이 오히려 다른 캐릭터와 차별화하는 데 일조한다. 다소 왜소한 체구는 영화 속 거구들과 대비돼 오히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이번 캐릭터를 위해 임시완은 촬영 전부터 식단 조절과 웨이트트레이닝을 병행하며 몸을 만들었다. 액션 연기도 기대 이상으로 소화해냈다는 평을 받는다.

    아이돌그룹 ‘제국의 아이들’의 멤버로 연예계에 발을 디딘 그는 주연 작품으로 칸영화제에 입성한 최초의 ‘연기돌’이 됐다. ‘불한당’이 제70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된 덕분이다.

    “처음에는 부담도 많이 됐어요. 실제 제 모습과 달리 너무 높은 평가를 받는 거 아닌가 해서요. ‘가상의 임시완’을 어떻게 따라가야 하나 걱정이 앞섰죠.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어요. 어차피 작품 속 인물은 진짜 제가 아니잖아요. 팬들 역시 그 부분을 잘 이해해줄 거라 믿어요. 지금은 축제 분위기를 마음껏 즐기고 싶어요(웃음).”

    칸영화제 참석 여부는 아직 미정이다. MBC ‘왕은 사랑한다’를 한창 촬영 중이기 때문이다. ‘왕은 사랑한다’는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욕망을 그린 멜로 팩션 사극으로, 뜨거운 욕망과 정복욕을 품은 세자 왕원(임시완 분)과 강직한 품성을 지닌 왕족 린(홍종현 분), 그리고 이들의 브로맨스를 한순간에 무너뜨린 산(윤아 분)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100% 사전제작으로 7월 방송될 예정이며 미국, 중국, 일본, 대만, 호주, 태국 등지에 선판매가 확정됐다.

    아역으로 시작해 드라마부터 영화까지 두루 연기 보폭을 넓혀온 임시완에게는 더는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 자신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스스로를 낮춘다.

    “인생은 장기전이라고 하잖아요. 제 연기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송강호, 이성민, 설경구 선배님과 연기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영광이죠. 혹시 초반에 운을 다 써버려서 더는 쓸 운이 남아 있지 않으면 어쩌나 불안하기도 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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