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9

2017.05.24

경제

경매시장 대선 후 더 뜨거워졌다

저금리·집값 상승 기대감이 경쟁률 견인…새 정부 부동산정책이 변수

  • 원다연 이데일리 기자 here@edaily.co.kr

    입력2017-05-22 15: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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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부동산 법원 경매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해 말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최고 수준을 기록한 뒤 올 초 큰 폭으로 하락했다 최근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

    지난달 전국에서 이뤄진 전체 경매의 평균 낙찰가율은 74.8%였다. 1월 낙찰가율은 71.7%로 전달(77.9%)에 비해 6.2%p 크게 하락했지만 2월 72.1%, 3월 73.3% 등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경매시장이 더 뜨거웠다. 대선 직후인 5월 10~11일 전국 법원의 경매 낙찰가율은 평균 82.4%를 기록했다. 4월 전국 평균인 74.8%보다 7.6%p 높은 수치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53평 아파트에 50명 몰려

    낙찰가율이 상승세를 되찾은 데는 올해 들어 경매시장에 나오는 물건이 급격하게 줄어든 영향이 크다. 그에 비해 경매시장에 대한 수요자의 관심은 지속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경매정보 사이트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국 법원의 경매 진행 건수는 1월 9398건, 2월 8942건, 3월 8890건, 4월 8817건으로 감소세를 보이면서 매달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경매 건수 급감세가 더욱 두드러지는데, 4월 전체 경매 건수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24%가량 줄어들었다.



    올해 초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도 저금리 기조가 계속된 데다, 집값이 다시 상승하리란 기대감이 시장 전체에 퍼지면서 경매 물건 감소를 부추겼다. 지금 당장은 빚더미에 앉아 있지만 향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 기대하면서 이자를 더 내더라도 어떻게든 물건을 보유하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 은행에서 경매로 넘기는 물건은 법원에서 경매 개시 결정이 내려지고 입찰에 나오기까지 7개월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 금리인상 가능성에도 계속해서 이어져온 저금리 기조가 현재 경매시장의 공급 상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 경매 수요는 여전하다. 일반 매매에 비해 경매를 통하면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집값은 1월 이후 현재까지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까지는 부동산시장의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나고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집값 상승이 어려울 것이라는 당초 전망과는 반대로 가는 흐름이다.

    이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은 입주물량 증가폭이 최근 5년간 평균과 비교해 3% 수준에 그치고 수요는 이를 웃돌기 때문에 단기적인 등락은 보일 수 있어도 지속적으로는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4월 서울 및 수도권 경매시장에서 아파트, 다가구주택 등을 포함하는 주거시설의 낙찰가율은 전달에 비해 2.2%p 오른 93.0%였다. 이는 지난해 1월 서울 주거시설 낙찰가율이 94.1%를 기록한 데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평균 응찰자 수도 전달에 비해 0.5명 늘어난 6.3명을 기록했다.

    특히 주거시설 가운데서도 아파트(주상복합 포함)는 낙찰가율 93.3%, 평균 응찰자 수 6.7명으로 연립·다가구주택(낙찰가율 92.0%, 응찰자 수 4.2명)보다 경쟁률이 세다.

    4월 경매로 나온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아파트는 전용면적이 175.8㎡에 달하는 큰 평형임에도 50명이나 응찰에 나섰다. 이는 같은 달 서울에서 진행된 전체 경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낙찰가율 역시 110%로 감정가보다 높았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응찰자가 몰린 물건은 대구 수성구 한 주상복합아파트로 총 58명이 경매에 참여했다.

    하반기에도 경매시장이 상승세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새 정부의 부동산정책 방향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시장의 인위적인 부양보다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새 정부가 대출 규제 강화나 보유세 인상 등에 나서면 경매시장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가계부채 총량관리제 도입, 여신 관리지표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활용 같은 방안을 공약에 포함했다. 가계부채 총량제는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일정 범위 내로 제한하는 제도로, 새 정부는 이 비율이 150%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대출 규제  ·  보유세 인상이 변수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DSR는 다른 대출의 원금과 이자 상환액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대출자가 한 해 동안 실제로 갚아야 하는 금액을 기준으로 상환 능력을 산정한다. 다른 대출의 이자 상환 추정액만 심사 기준에 넣는 현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대출받기가 더욱 까다로워지는 셈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경매시장 참여자의 60~70%는 투자자로, 통상 낙찰가의 최소 50% 이상을 대출받아 충당한다. DSR 도입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경매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보유세 인상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로 나뉜다. 주택 보유자는 기본적으로 재산세를 납부하는데, 주택이 6억 원(1가구 1주택자 9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종합부동산세를 낸다. 실수요자보다 투자자 비율이 높은 경매시장에서 물건을 여러 건 보유하며 경매 투자에 나서는 수요자는 보유세 인상 여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기간에 부동산 보유세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0.78%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 수준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보유세 인상은 최종 공약집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신임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에 김수현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가 임명되면서 보유세 인상이 추진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 수석은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국민경제비서관으로 일하며 부동산 규제 종합책으로 꼽히는 ‘8·31 부동산대책’ 수립을 주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책 변화로 하반기에는 낙찰가율 상승세가 주춤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대출 규제 강화에 따라 경매 물건이 늘어나는 현상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것은 내년부터겠지만 경매 참여자의 심리가 위축되면서 낙찰률이나 낙찰가율은 지금 같은 상승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강은현 소장 역시 “하반기부터 경매 물건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며 “경매를 통해 내 집 마련을 노리는 수요자라면 하반기 이후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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