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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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DOC 나, 이런 사람이야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

  • 김유림 rim@donga.com

    입력2011-10-10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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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J DOC 나, 이런 사람이야
    3인조 힙합그룹 ‘DJ DOC’는 ‘가요계의 악동’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몇 차례 폭행사건에 연루됐고, 2000년 발매한 5집 앨범은 ‘가사에 욕설이 많고 특정 직업을 모독한다’는 이유로 ‘19세 이하 판매 금지’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DJ DOC의 음악만으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Street Life)’는 그들을 음악가로서 재평가한다. 장난스러운 음악이 다가 아니었다. 4집 앨범 수록곡 ‘삐걱삐걱’ 가사만 봐도 그렇다.

    “매일 밤 9시가 되면 난 뉴스를 봐요. 코미디도 아닌 것이 정말 웃겨요. 정치하는 아저씨들 맨날 싸워요. 한 명 두 명 싸우다가 결국 개판이 돼요. 내 강아지 이름은 망치예요. 그럴 땐 망치 얼굴 쳐다보기 민망해져요.”

    그들은 음악으로 사회의 폐부를 공격한다. 자신이 아는 세상을 솔직하게, 음악을 통해 표현한다. 그 안에는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들의 이야기에 가만히 귀 기울이면 가슴이 찡해진다.

    지방 나이트클럽에서 DJ, 웨이터, ‘삐끼’로 일하던 세 친구가 우연히 기회를 잡고 가수로 데뷔한다. ‘집에서 놀듯’ 공연하는 그룹 스트릿 라이프는 큰 인기를 얻는다. 하지만 연예기획사 대표는 “너희가 음악 비즈니스를 몰라서 그런다”며 돈을 주지 않는다. 사랑 역시 ‘삐걱삐걱’ 어긋난다. 결국 돈, 명예 모든 걸 잃은 그들은 힙합클럽에서 다시 바닥부터 시작한다.

    DJ DOC의 음악 자체가 자전적 이야기인 덕분에 공연 역시 스토리가 탄탄하다. 신나는 댄스음악부터 거친 비트박스까지 음악이 워낙 다양한 터라 지루할 틈이 없다. 한마디로, 좋은 재료를 잘 다뤄 일품요리를 만들어냈다.



    특히 배우들이 돋보인다. 한 곡만 불러도 숨이 차는 빠른 랩을 하면서 춤과 연기까지 선보인다. 이재원, 정원영, 강홍석 등 젊은 주연 배우는 한계가 궁금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친다. 특히 이재원의 어둠 속 독무(獨舞)는 압권이다. 그 어떤 말보다도 주제를 강렬하게 표현한다. 커튼콜을 마치면 무대는 콘서트장으로 돌변한다. 무대 위 배우들과 함께 신나게 뛰어놀다 보면 어느새 꼬물꼬물 자신감이 솟아난다.

    “괜찮아, 나니까. 손발 다 써도 안 되면 깨물어버리는 나니까. 대박 나든 쪽박 차든 쏠리는 대로 사니까. 아닌 걸 보고 아니라고 하니까. 나 이런 사람이야.”

    (노래 ‘나 이런 사람이야’ 중에서)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11월 27일까지, 문의 02-766-3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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