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9

2017.05.24

문 대통령, 공약 다 지켜야 하나

정규직 느는 건 좋지만 비용은?

돈 있는 인천공항공사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면 전환 시 부담 커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7-05-19 18: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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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였던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인천국제공항공사(공사)에서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5월 12일 문 대통령은 공사에서 진행된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임기 중에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일영 공사 사장도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원 1만여 명이 전부 정규직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현재 공사에서 일하는 직원의 85.6%가 비정규직이라 인건비 부담이 적잖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선 공약 내용에서는 하청업체 측에 주는 돈을 줄여 인건비를 충당하기 때문에 실질 증가분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정직원과 하청업체 비정규직원의 급여 차이가 꽤 나는 데다, 호봉제로 매년 연봉이 증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건비가 많이 들 것으로 보인다.



    해묵은 논쟁,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문제

    공사의 비정규직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은 2013년 하반기 일부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원이 열악한 근무조건과 정직원에 비해 현저히 낮은 임금에 항의하며 파업에 나서면서부터. 

    2013년 11월 6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는 공항에서 오래 일한 베테랑이라도 계약 만료로 파견업체가 바뀔 때마다 심각한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새 파견업체에 소속돼 일하더라도 임금과 노동조건이 신입사원 수준으로 되돌아간다”며 비정규직원에 대한 공사 측의 열악한 처우를 지적했다. 그해 12월 6일 공사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전면 파업에 나섰다. 결국 공사 측이 비정규직원의 교통비와 식대, 명절 수당 지급 등 처우 개선을 약속해 12월 26일, 20일 만에 파업이 끝났다.



    3월 기준 공사 직원은 1196명. 이 가운데 1166명이 정직원이고 29명이 비정규직원이다. 소속 직원만 따지면 공사의 비정규직 비율은 약 2.4%에 불과하다. 문제는 협력업체에 소속된 간접고용 형태의 비정규직원 6903명이다. 이들까지 합하면 현재 공사에서 일하는 직원 가운데 85.6%가 비정규직이다.

    일은 공사에서 하지만 소속은 하청업체인 ‘소속 외 직원’은 2012년 5990명에서 지난해 6831명으로 매년 꾸준히 늘었다. 올해 말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개통되면 공사의 하청업체 소속 직원은 9924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공사는 비정규직원을 대부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5월 14일 오전 긴급 경영회의를 한 공사는 새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Zero)화’ 정책에 따라 15일 좋은 일자리 창출 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했다. TF팀장은 정일영 사장이 직접 맡았다. TF팀은 정규직 전환반과 신규 일자리 창출반으로 나뉘어 운영될 예정이다. 정 사장은 12일 비정규직원의 정규직 전환 외에도 공항복합도시 개발 등 신사업을 통해 신규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사는 6월 15일까지 ‘일자리 창출 종합계획’을 수립한 뒤 계획 검토와 보완을 거쳐 8월 18일부터 12월 31일까지 단계적으로 비정규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연말까지 6900여 명의 비정규직원이 정직원이 된다.



    정규직 전환에 매년 1300억 원 추가

    정규직 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재원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에 따르면 공사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원의 평균 임금은 연봉 기준 3000만 원 수준이다. 이는 정규직 신입사원 초임 평균 연봉 4200만 원의 70% 수준이다. 공사에서 일하는 정규직의 평균 연봉 7905만 원에 비하면 40%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후 이들의 평균 임금을 연봉 5000만 원에 맞춘다고 가정하면 인당 약 2000만 원씩 연봉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이 추가 지급액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인원수에 곱해 단순 계산하면 공사 측은 매년 1380억 원가량을 인건비로 더 지급해야 한다.

    물론 공사 측이 추가 부담해야 할 돈은 1380억 원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공사와 비정규직원 중간에서 용역업체가 가져가는 돈이 적잖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사의 임금지급 자료에 따르면 협력사 비정규직원 가운데 공항운영 직군은 연봉 3466만 원, 보안방재 직군 3394만 원, 환경미화 직군 3102만 원, 시설유지 직군 4264만 원 등으로 평균 연봉은 3700만 원이었다. 이는 국내 정규직 평균 연봉 3400만 원보다 많은 액수다.

    이는 공사가 용역업체에 지급하는 금액으로, 비정규직원에게 다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공사 비정규직 노동조합 관계자는 “공사가 하청업체에 임금 명목으로 많은 돈을 지급하고 있는데, 그 금액이 그대로 비정규직원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공사가 올해 비정규직원 약 6900명의 평균 연봉을 5000만 원으로 인상하는 데 추가로 써야 하는 돈은 직원 인당 1300만 원 정도로, 총 897억 원의 인건비가 더 들어가게 된다. 제2여객터미널이 완공되면 비정규직원이 1만 명 규모로 늘어나는데, 전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면 공사 측은 매년 총 1300억 원가량의 인건비를 더 부담해야 한다.

    물론 공사는 이 정도 인건비를 감당할 재정적 여유가 있다. 공사는 인천국제공항 개항 이후 16년간 줄곧 흑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회계 공시 기준 2조1860억 원 매출을 올렸으며, 순이익만 9650억 원이었다. 따라서 인건비로 매년 1300억 원가량을 추가 지급하더라도 공사 경영이 당장 어려워질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인건비 부담으로 경영수지가 악화돼 ‘세계 1위 공항’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게 될 수도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2005년부터 2016년까지 12년간 국제공항협의회(ACI)의 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우수한 시설과 서비스가 인천국제공항의 장점으로 거론되지만, 비정규직원을 활용해 수익성을 유지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결과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5월 12일 인천국제공항을 찾은 문 대통령도 “1등 공항의 이면에는 전체 근무 인원의 85.6%가 비정규직이라는 노동자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사 관계자는 “비정규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직접채용 외에도 자회사 설립을 통한 고용 등 여러 방법을 검토해 재정적 부담을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적자 공기업, 정규직 전환 고민중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사가 연내 모든 협력사 직원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것은 어려우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공항업계 관계자는 “협력업체에 외주를 준 직군 가운데 단순 안내와 청소는 향후 로봇이나 정보기술(IT) 기기로 대체 가능한 부분이다. 따라서 모든 비정규직원을 정규직화하면 추후 공항 경영에 큰 부담이 돼 공항의 서비스 경쟁력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사 측이 어떤 직군을 정규직으로 전환할지도 아직까지 명확지 않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예를 들어 새로운 IT 업무 툴을 도입하기 전 한시적으로 비정규직원을 채용하는 등 기업 처지에서 단기간만 필요로 하는 직군이 있다. 이들까지 정규직화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이와 같은 예산 낭비를 피하려면 공사와 정부가 최소한의 선별을 거쳐 정규직 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진단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서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문제 담당위원을 맡고 있는 윤관석 의원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공사 비정규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는 오래전부터 논의되던 사안이다. 그만큼 긴 기간 공사 측의 재정 부담을 논의해왔다. 공사는 발표 전부터 핵심 인력과 안전, 보안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원을 전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세웠으나 기획재정부가 반대했던 것으로 안다. 게다가 정규직 전환까지 9개월가량 남은 만큼 세부 사항을 지속적으로 논의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원의 정규직 전환이 다른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는 불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공사처럼 흑자 규모가 큰 공기업에서는 전면 정규직화를 통해 순이익을 나눌 수 있겠지만, 자원개발 분야 등 지금도 적자를 내는 공기업은 비정규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재정적 여력이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이다. 다만 국민이 예산 등 재원을 걱정하는 만큼 정교하게 시행방침을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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