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2

2011.08.29

‘과제 중시형’상사 회식을 낭비라 생각

1차 회식에서 끝 도대체 왜?

  • 김한솔 IGM 협상스쿨 책임연구원 hskim@igm.or.kr

    입력2011-08-29 11: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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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제 중시형’상사 회식을 낭비라 생각
    “그럼 나 먼저 들어가 볼게!”

    두 달 만의 회식, 오늘도 최 부장은 식사만 하고 자리를 뜬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팀원도 하나 둘 짐을 챙겨 뿔뿔이 흩어졌다. 여름휴가 후 하반기를 맞아 심기일전하려고 간만에 방 과장이 제안한 회식은 이렇게 끝나고 말았다.

    이게 처음은 아니다. 팀에서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는 방 과장은 신입사원이 들어올 때마다 회식을 제안한다. 하지만 최 부장은 항상 ‘1차만’이었고, 방 과장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부장님은 내가 싫은가? 내 업무에서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있나?’

    그러다 방 과장은 최 부장과 일한 지 몇 달이 지난 지금도 그가 뭘 좋아하는지조차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몇 번이나 살갑게 다가갔지만, 영 반응이 없다. 예전 상사와는 회식에 가면 노래방 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통했는데….



    ‘부장님, 뭐가 맘에 안 드는지 알려주세요!’라고 묻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도대체 방 과장에겐 뭐가 부족한 걸까.

    부하직원은 상사와 마음이 통하기를 원한다. 그가 뭘 좋아하는지 알면 일을 더 쉽게 할 수 있으리라 막연히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술 한잔’ 같은 개인적인 관계를 중시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때는 이게 발목을 잡는다.

    왜 그럴까. 사람에 따라 ‘관계’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방 과장 같은 사람은 ‘관계 중시형’이다. 업무를 잘하려면 친밀한 관계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사무실에서든, 사석에서든 친해지려 애쓴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친한 사람 사이에는 아무래도 서로에 대한 배려가 생긴다고 믿기 때문이다. 잘만 하면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가 되고 효과적인 협업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모두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 반대 성향인 ‘과제 중시형’ 사람은 말 그대로 ‘업무’가 최우선이다. 이들에게는 업무를 잘하는 데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회식은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그래서 가끔 냉정하게 보이기도 한다. 더욱이 이들은 ‘친해지면 오히려 불편해진다’고 느낀다. ‘그놈의 정’ 때문에 해야 할 말도 못한 채 다른 사람 일까지 자신이 대신하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문제는 관계 중시형이 과제 중시형인 상사를 만났을 때 벌어진다. 방 과장 같은 부하직원은 상사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하지만, 상사 눈에는 아부하는 직원 혹은 놀기 좋아하는 직원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직장생활을 왜 하는지 생각해보면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직장에 다니는 건 일을 하기 위해서다. 관계를 쌓기 위해 만든 조직이 아니라는 뜻이다. 결국 일과 관계를 분리하는 게 답이다. 상사와 자신의 스타일이 맞아 잘 통하면 정말 좋겠지만 다르다고 업무를 못하는 건 아니다.

    직장생활도 힘든데 사람들과 지내는 것까지 눈치를 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답답한가. 그럼 이렇게 물어보자. 안 그래도 일하느라 지치는데, 관계에 매달리다 당신과는 성향이 다른 상사와 갈등을 만들어 또 스트레스를 받고 싶은가. 선택은 당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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