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0

2011.08.16

판매사 계열사 펀드 추천 운용사 횡포 눈 뜨고 당할라

배보다 배꼽 큰 판매보수

  • 이건 ‘대한민국 1%가 되는 투자의 기술’ 저자 keonlee@empas.com

    입력2011-08-16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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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매사 계열사 펀드 추천 운용사 횡포 눈 뜨고 당할라

    호가 차이가 큰 상태에서 주식을 매매하면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비용을 가능한 한 절약해 위험 프리미엄 3.3%를 최대한 확보하려면, 금융회사에서 요구하는 각종 비용이 바가지가 아닌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액티브펀드의 평균 비용은 2% 안팎이다. 액티브펀드란 주가지수 상승률보다 높은 실적을 올리려고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판매사가 가져가는 판매보수와 운용사가 받아가는 운용보수로 구성된다. 예컨대 판매보수 1.4%, 운용보수 0.6%식이다(신탁보수나 사무보수는 비중이 미미하므로 무시한다).

    이기는 펀드 5대 비용을 줄이는 방법

    일단 판매보수가 운용보수보다 2배 이상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판매사의 구실이 운용사보다 2배 이상 중요하다는 뜻일까. 좋은 펀드를 골라줘 높은 실적을 얻을 수 있게만 해준다면, 판매보수가 더 높은 게 무슨 대수겠는가.

    최근 판매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조사가 있었다. 한 기자가 투자자를 가장해 판매사를 방문한 뒤 ‘미스터리쇼핑’을 실시한 것. 놀랍게도 판매사 상담직원들은 주로 계열사 펀드를 집중적으로 권했고, 그중에서도 비용이 비싼 펀드를 추천했다. 금융투자협회와 금융감독원 등에 의하면, 2011년 5월 말 현재 펀드 판매 상위 10개사의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이 평균 56.3%에 달했다.

    판매사가 비싼 보수를 받고 제공하는 서비스가 결국 계열사 펀드, 그중에서도 비용이 비싼 펀드를 추천하는 일이었다. 판매보수는 고객에게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상품은 투자자가 스스로 고르면 된다. 꼭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더라도 좋은 상품을 살 수 있다.



    운용보수는 대개 판매보수의 절반 수준이고, 운용사가 받는 비용이므로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 있다. 주의할 것은 운용보수가 높다고 해서 운용실적도 높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액티브펀드의 운용보수가 높은 것은 주가지수 상승률보다 높은 실적을 약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이 약속을 지키는 펀드는 많지 않다. 미국의 분석 자료를 보면, 장기간 주가지수보다 높은 실적을 올리는 펀드는 전체 액티브펀드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높은 운용보수도 경계 대상이다.

    또한 펀드를 운용하려면 각종 증권을 사고팔아야 하므로 매매수수료가 발생한다. 기관은 대부분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으므로, 매매수수료가 싸다. 단 주식을 매도할 때는 증권거래세 0.3%를 내야 하는데, 이것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호가 차이’란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의 차이를 말한다. 주식을 살 때는 대개 현재가격보다 약간 높은 가격에 나와 있는 매물을 잡고, 팔 때는 현재가격보다 약간 낮은 가격에 사려는 사람에게 넘겨야 한다. 호가 차이는 종목에 따라 다르다. 늘 대량으로 거래되는 우량주는 차이가 별로 없지만 거래량이 많지 않은 중소형주는 차이가 크다. 호가 차이가 큰 상태에서 주식을 사거나 팔아야 한다면 상당한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호가 차이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실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비용 요소다.

    주식을 대량으로 사거나 팔 때는 매매 과정에서 주가가 바뀌게 된다. 예를 들어 현재가격보다 약간 높은 호가에 나온 매물을 사고 난 뒤, 더 사려면 더 높은 호가에 나온 매물이라도 잡아야 한다. 사야 하는 물량이 많으면 갈수록 불리해지는 호가를 쫓아가면서 사는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시장에 충격을 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된다. 주식을 팔 때는 마찬가지 원리로 주가가 내려가게 된다. 시장충격비용 때문에 대량 거래가 어려운 상황을 빗대 ‘연못에 빠진 고래’라 한다.

    이제 다섯 가지 비용을 묶어서 정리해보자. 판매보수와 운용보수는 명확하게 밝혀지는 공식 비용으로, 둘을 더하면 액티브펀드의 평균 비용은 약 2%다. 그러나 매매수수료, 호가 차이, 시장충격비용 등 매매 관련 비용은 눈에 잘 보이지 않아서 계산하기 어렵다. 미국의 분석 자료에 의하면, 회전율이 100%일 때 세 가지 비용을 합한 매매 관련 비용은 약 1%다. 우리의 짐작대로, 회전율이 높아질수록 비용이 많아지므로 대개 회전율이 높은 펀드는 실적이 저조하다. 미국 액티브펀드의 평균 회전율은 연 100% 수준이다.

    매매 관련 비용이 3~6%

    판매사 계열사 펀드 추천 운용사 횡포 눈 뜨고 당할라

    위험프리미엄 3.3%를 최대한 확보하려면 각종 비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반면, 국내 액티브펀드의 회전율은 연 300~600%나 된다. 운용사 기준으로 회전율이 가장 높은 곳은 900%에 육박하며, 가장 낮은 곳도 100%가 넘는 것으로 나온다. 연간 비용으로 환산하면 연 3~6%나 되는 수준이다.

    높은 회전율이 투자자에게는 비용이지만, 운용사에는 막강한 무기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증권사는 매매수수료로 먹고산다. 운용사는 거대한 규모로 주식을 매매하므로, 증권사에는 그야말로 하늘 같은 존재다. 그래서 꼭두새벽부터 증권사 법인영업부 직원은 일류 애널리스트(증권분석가)를 대동하고 운용사를 찾아간다. 애널리스트는 열과 성을 다해 종목 분석 자료를 설명하고, 펀드매니저들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한다. 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은 인정상 애널리스트의 지극정성을 외면하기 어렵다.

    계열 증권사들이 염치 불고하고 고객을 계열 운용사의 수수료 높은 펀드로 몰아준 덕분에 운용사는 펀드를 운용해 먹고살 수 있다. 운용사는 계열 증권사의 영업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많은 계열 판매사가 고객의 절반 이상을 계열 운용사에 몰아준 것처럼, 운용사도 주식매매의 절반 이상을 계열 증권사에 몰아주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국내 액티브펀드의 회전율을 300%로 낮게 잡아 계산해보자. 그러면 주식 매매에서 발생하는 연간 비용은 약 3%가 된다. 보수로 지급하는 비용 연 2%에 매매에 들어가는 비용 연 3%를 더하면 액티브펀드의 실질 비용은 연 5%에 이른다. 앞에서 주식의 위험 프리미엄을 3.3%로 잡았으므로, 비용을 빼면 투자자 몫으로 남는 위험 프리미엄은 -1.7%가 된다. 투자자는 위험을 떠안았는데도 안전한 채권을 보유할 때보다 기대 수익이 낮아졌다. 장기적으로 보면 마음고생만 실컷 하고 수익은 채권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는 필자의 가정에 따라 계산한 것으로, 이론상 그렇다는 말이다. 가정이 달라지면 위험 프리미엄도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이론과 실제는 흔히 일치하지 않는다. 예컨대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올 확률은 50%다. 10번을 던졌을 때 앞면이 5번 나오기는 오히려 쉽지 않다. 흔치는 않겠지만 모두 앞면이 나올 수도 있다. 이렇게 비용이 비싼 액티브펀드가 여러 해 높은 실적을 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동전 던지기의 확률 50%를 무시할 수 없다.

    판매사 계열사 펀드 추천 운용사 횡포 눈 뜨고 당할라
    필자는 위 다섯 가지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으며, 그래야만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이 난다고 굳게 믿는다. 투자자가 부진한 실적에 시달리고, 수많은 펀드가 중도에 버려지는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고비용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투자의 중요 원칙으로 “비용을 최대한 절약하라”를 강조한다.

    * 이건은 은행에서 펀드매니저로 국내 주식과 외국 채권 및 파생상품을 거래했고, 증권회사에서 트레이딩 시스템 관련 업무도 했다. 지금은 주로 투자 관련 고전을 번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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