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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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의 개수가 아닌 중요도를 따져라!

미끼전술 대응법

  • 김한솔 IGM(세계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 hskim@igm.or.kr

    입력2011-08-08 11: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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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건의 개수가 아닌 중요도를 따져라!
    “방 과장, 급하게 잡힌 미팅이 하나 있는데 자네가 좀 처리해줘!”

    부장님이 갑자기 업무 지시를 내렸다. 몇 번 만나봤던 거래처의 강 차장과 구매계약을 마무리하라는 것. 별 걱정 없이 자료 몇 장 챙겨 미팅에 들어갔다.

    “오랜만이네요, 방 과장님! 잘 지내셨죠?”

    강 차장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다른 제안서 생각이 떠나지 않아 마음이 바쁜 방 과장.

    “네, 그럭저럭요. 많이 바쁘시죠? 저도 그렇네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그럼 준비한 내용을 한 번에 제안 드리죠. 첫째, 납품 단가를 현재보다 10% 인상해주십시오. 둘째, 납품 주기를 주 1회에서 격주로 늦춰주세요. 셋째, 운송비를 지난해까지는 반반씩 부담했는데, 올해부터 저희 부담은 30%로 낮춰주셨으면 합니다.”

    순간, 방 과장 머릿속에 가득하던 제안서 생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대체 협상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막막했다.

    “어, 차장님, 글쎄요…. 조금만 생각할 시간을 주시죠.”

    5분간의 정적을 깬 건 방 과장이 아닌 강 차장이었다.

    “좋습니다, 지금까지 저희와 거래한 인연도 있으니…. 납품 주기와 운송비 건은 저희가 양보하겠습니다. 대신 납품 단가는 저희 요구를 들어주시죠?”

    셋 중에 두 개‘씩이나’ 양보하겠다는 상대! 방 과장은 이 제안을 받아들여야 할까, 거부해야 할까.

    정답부터 말하면 “노(no)”다. 바쁘다고 말한 방 과장에게 강 차장이 ‘세 개’의 제안을 한 번에 던진 이유가 뭘까. 바쁜 방 과장을 배려하려고? 아니다.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전술일 뿐이다.

    이를 협상에선 ‘미끼전술’이라 한다. 여러 가지 다양한 안건을 제시해 상대를 혼란스럽게 한 다음, 처음부터 바라지 않았던 요구조건은 양보하는 척하고 원래 원했던 것만을 얻어내는 전술이다.

    앞의 사례에서 강 차장은 ‘단가 인상’을 얻어내려고 ‘납품 주기’와 ‘운송비’ 같은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았던 안건을 함께 제시했다. 그리고 ‘세 가지 조건 중 두 개를 양보할 테니 나머지 하나는 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통해 정말 중요한 ‘단가 인상’을 쉽게 얻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상대가 미끼전술을 사용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상대가 두 개를 양보했으니 나도 하나는 양보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고 대신 안건의 ‘중요도’에 따라 양보해야 한다. 양보의 양(量)보다는 질(質)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안건 하나하나에 대해 양보할 만한 것인지 따져야만 미끼전술에 걸려들지 않는다.

    앞의 사례에서 방 과장은 이렇게 대응했어야 한다. “지금 말씀하신 제안을 저희가 모두 수용하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하나씩 협상하면서 양측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가도록 하죠. 어느 부분부터 시작할까요?”

    상대가 양보하는 개수가 아닌 가치를 기준으로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 이것이 미끼전술의 덫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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