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칼’에서 이제는 지역발전의 방패로
송 구청장에게 ‘송칼’이라는 별명을 언급하자 “의원 시절에는 창이 돼야 했다면, 이제는 구청장으로서 방패가 되려 한다”는 해명이 돌아왔다. 견제 및 감시를 임무로 하는 의회와 행정을 책임지고 집행해야 하는 구청장은 늘 창과 방패처럼 처지가 엇갈리게 마련이다. 보수적인 지역정서상 창에서 방패로 변신한 그에 대한 거부반응은 없었는지 물었다.
“처음에는 여성에다 의원 출신이 구청장이 된 데 대해 피곤하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구청장 취임 이후 그는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할 공무원과 철학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소통에 적극 나섰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온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제 사상구도 (발전할) 때가 됐습니다. 열심히 해봅시다. 혼자서는 어렵지만 여러분이 도와주시면 가능합니다.”
그는 ‘호프데이’를 만들어 대화를 원하는 직원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피자데이와 파전데이를 유쾌하게 보내고, 영화를 같이 보는 것은 물론, 봉사활동도 함께 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접촉면을 넓혀 온 덕에 처음에는 쭈뼛쭈뼛하던 공무원도 그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송 구청장은 사상구 공무원 600여 명이 ‘즐겁게 기쁜 마음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구의원 시절 집행부를 보면서 ‘더 잘할 수 있는데’ 하는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사상공단을 첨단산업단지로 바꾸는 것이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때 그는 꿈을 꿨고, 구청장이 되자마자 그 일을 실행에 옮겼다. 내부 반대론자를 설득하는 동시에 부산시 설득에도 나섰고, 마침내 시로부터 지원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던 중 파랑새가 날아들었다. 일본의 모리빌딩도시기획(주)(이하 모리사)이 투자에 관심을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모리사는 롯폰기힐스라는 도심재생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회사다. 모리사가 투자하는 곳에 투자가 몰린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정평이 난 곳이기도 하다.
7월 22일 일본 모리빌딩도시기획 사장이 사상구를 방문했다.
송 구청장의 대표 공약은 이렇게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내친김에 대지진 이후 일본 기업이 사상구로 몰려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사상역은 부산 지하철 2호선과 김해 경전철의 환승역이다. 2016년 사상에서 하단을 연결하는 도시철도를 개통하고, 2018년 부산과 마산을 35분 거리로 연결하는 부전-마산 복선전철을 완공하면 사상역은 경부선까지 연계 환승이 가능한 철도교통의 허브로 재탄생한다. 그때에 대비해 송 구청장은 사상역 주변을 ‘젊음의 거리’로 조성하는 것을 구상 중이다.
‘하자센터 놀이단’ 유치 등 유쾌한 도전
부산 사상구는 관내 산업단지를 첨단산업단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사진은 조감도.
송 구청장에게 취임 이후 최고의 업적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두 번 생각하지 않고 “희망디딤돌 사업”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상구에는 지원이 필요한 동네가 두 곳 있었다. 그런데 한 곳은 재개발지역이 아니어서 제도적으로 정비자금을 집행할 수 없었다. 그래서 사례 관리자를 붙여 200가구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심층면접을 통해 주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한 다음 지역의 집수리 봉사대와 자원봉사자를 연결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런 노력 덕에 예산지원이 이뤄진 인근 동네보다 이 동네 주민의 만족도가 오히려 더 높았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도움을 받은 지역주민들이 자신도 기여하고 싶다고 희망해 자족시스템으로 운영하는 마을공동체를 만들도록 유도했다.
사상구의 ‘희망디딤돌 사업’은 큰 예산 없이도 공공기관이 지역을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사상구의 모범사례를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일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7월 25일에는 김황식 국무총리가 직접 방문해 격려했다. 송 구청장은 사상구의 희망디딤돌 사업 모델을 릴레이식으로 지역 내에 점차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희망디딤돌 사업을 최고의 업적으로 꼽았지만, 그가 새롭게 벌인 사업 중에는 눈길을 끄는 것이 많다. 김길태 사건이 관내에서 일어난 것이 부끄러워 당선자 시절에 아동안전지도를 구상한 뒤 여성가족부에 제안해 만들었고, 음식점 주방에 CCTV를 설치하자고 제안해 업체들의 호응 속에 실행에 옮겼다. 또 문화 불모지에 씨앗을 심으려고 ‘하자센터 놀이단’도 유치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하나씩 바꿔가는 그이지만, 한계도 절감한다.
“중앙정부가 용도를 지정해서 내려 보내는 칸막이 예산이 문제입니다. 예산을 파편처럼 쪼개 배정하는 상황에서는 하나의 사업도 제대로 마무리할 수 없죠. 성과도 떨어지고요.”
어려움이 없지 않지만 그는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이 바깥에서 본 것보다 많다”고 말했다. 한 발 물러서는 듯 보이지만, 결국 두 발 앞서나가는 송 구청장의 유쾌한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