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4

2011.07.04

21세기 선두주자 김애란을 주목하라!

  •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입력2011-07-04 10: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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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선두주자 김애란을 주목하라!
    해마다 초여름이면 출판사가 휴가철을 겨냥해 내놓은 신간 소설이 자웅을 겨룬다. 이때 독자의 확실한 선택을 받으면 연말까지 인기를 이어가며 한 해를 대표하는 소설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올해에는 1945년생 최인호의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여백)와 1943년생 황석영의 ‘낯익은 세상’(문학동네), 그리고 1980년생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창비) 등 세 소설이 인기몰이 중이다. 이 세 작가는 어려서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인호는 서울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63년 단편 ‘벽구멍으로’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가작 입선해 문단에 데뷔했다. 황석영 역시 고교 재학 중이던 1962년 단편 ‘입석 부근’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장했다. 어려서부터 문재(文才)를 인정받고 화려하게 등장한 이들은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문학인생을 살면서 주옥같은 작품을 발표해왔다.

    주로 신문 연재나 청탁에 의존하던 이들이 이번에는 생애 최초로 전작 장편소설을 동시에 내놓았다. 뒤틀리고 붕괴한 일상에 내몰린 한 사내가 사흘 동안 겪는 특별한 이별을 그린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나 끝없이 만들어 쓰고 버리는 인간의 욕망에 의해 지탱되는 자본주의 도시문명을 쓰레기 매립지인 꽃섬을 배경으로 정면 비판한 ‘낯익은 세상’은 두 사람의 천재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한다.

    김애란은 2002년 단편 ‘노크하지 않는 사람들’로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한 저널리스트의 표현처럼 김애란은 2005년 첫 소설집 ‘달려라 아비’(창비)를 펴내면서 ‘어느 날 불쑥 한국 문학 복판에 들어앉아 버렸다.’ 이 소설집 표제작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알고 집을 나간 뒤 죽을 때까지 돌아오지 않는다. 화자인 딸은 그 아버지가 여전히 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부재를 이렇게 건방지게 바라보는 독특한 상상력으로 단숨에 21세기를 대표하는 주자로 떠올랐다.

    김애란이 2007년 말 펴낸 두 번째 소설집 ‘침이 고인다’에서 들고 나온 것은 ‘방’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원룸이나 반지하방, 또는 독서실이나 고시원 같은 세상과 자신을 연결할 ‘지상의 방 한 칸’을 찾아 헤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현실화하기 직전 우리는 ‘88만 원 세대’의 등장을 바라봐야 했는데 김애란은 그 지점을 정확히 포착했다.



    김애란은 첫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열일곱 살 주인공 한아름은 조로증에 걸려 여든 노인의 몸을 갖고 있다. 고통과 죽음을 품고 살지만, 그렇다고 삶에 비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시대의 비장함과 밑바닥을 핍진하게 바라보려는 시각이 녹아들어 있지만 어둡지 않고 유머러스하다. 김애란은 한국 문단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감수성과 언어를 지녔다.

    21세기 선두주자 김애란을 주목하라!
    최근 MBC ‘위대한 탄생’의 멘토였던 김태원의 어록과 20대 청춘을 위로해 올해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된 ‘아프니까 청춘이다’(쌤앤파커스)의 김난도 어록처럼 한 줄 문장으로 큰 여운과 상상을 안겨주는 빛나는 영상서사가 지친 영혼의 가슴을 뒤흔들고 있다. 이런 문장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단숨에 뻗어나간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어느 페이지를 넘겨도 그런 문장이 나온다. 추리 같은 장르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속도감 있는 소설을 쓸 수 있는 김애란은 얼마 안 있어 한국 문학의 대표주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확실히 올라설 것이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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