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1

2011.06.13

대권 선두주자? 출판계는 알고 있다

역대 대선 레이스 책으로 기선 제압…올해엔 ‘박정희 신드롬’이 분위기 주도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1-06-13 09: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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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권 선두주자? 출판계는 알고 있다

    최근 출간된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서적들.

    2012년 대선을 1년 6개월 앞둔 지금 출판계에서는 이미 대선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역대 대선 때도 출판계는 책을 매개로 대선 레이스를 선도해왔다.

    현재 가장 눈에 띄는 사실은 ‘박정희 신드롬’이 분위기를 주도한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 해석하는 사람이 많다. 시사평론가 이종훈 박사는 “팔리는 책을 만들고자 하는 출판사들이 유력주자인 박근혜를 앞세워 박근혜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박정희 신드롬이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한 것은 ‘박정희의 결정적 순간들’과 ‘박정희, 한국의 탄생’이 나온 2009년 10월부터다. 지난해 9월 출간한 ‘과학대통령 박정희와 리더십’은 여러 언론 매체에서 서평을 게재했을 만큼 반향이 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조명한 책도 선보였다. 박정희육영수연구원에서 펴낸 ‘WE CAN DO 박정희 리더십’을 비롯해 ‘박정희 리더십 스토리’ ‘박정희 스타일’ 등이 지난해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나온 책이다.

    “사실상 독주 박근혜 효과 기대”

    2007년 대선에서는 한나라당의 당내 경선 못지않게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를 주제로 한 책의 출간 경쟁도 뜨거웠다. 2005년 3월 ‘불멸의 리더십 이명박’이 일찌감치 나왔고, ‘황소 이명박’ ‘이명박 혁명’이 그해 9월, ‘이명박, 대통령을 울린 시장’이 12월에 출간됐다.



    박 후보 관련 책은 이 후보보다 더 많이 나왔다. 2006년부터 2007년 상반기까지 나온 ‘박근혜, 부드러움으로 나라를 만드는 여자’ ‘박근혜 신드롬’ ‘박근혜 오딧세이’ ‘대한민국과 결혼한 박근혜’ ‘카리스마 박근혜’ ‘선덕여왕과 박근혜’ ‘아! 희망의 대한민국 새 영도자 박근혜’가 그것이다.

    두 후보를 주제로 한 책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 박 후보의 경우 제3자가 박 후보를 주제로 쓴 책이 대부분인 반면, 이 후보는 자기 얘기를 직접 펴냈다. 이 후보는 2007년 1월 ‘이명박의 마음속 이야기’라는 부제를 붙여 ‘새벽 다섯 시’를 출간했고, 2월에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 3월에는 ‘흔들리지 않는 약속’을 펴내는 등 매달 한 권씩 책을 냈다. 특히 3월에는 ‘어머니’를 주제로 한 책을 출간해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했다. 박 후보의 자서전은 2007년 7월, 오래전에 펴냈던 것을 다시 낸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 한 권뿐이다.

    역대 대선에서 ‘출판’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람은 노무현 후보였다. 노 후보의 책은 대선 과정에서 조직과 지지율 열세를 극복하는 힘으로 작용했다. 2001년 11월 출간한 ‘노무현이 만난 링컨’은 미국에서 검증된 링컨의 통합 리더십을 한국에서 발휘할 적임자가 자신이라는 점을 과시했다.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2002년 3월에는 ‘노무현 : 상식 혹은 희망’이라는 책이 나와 막 불기 시작한 ‘노풍’에 가속도를 붙였다. 대선을 2개월 앞두고 해양수산부 장관 재임 시절 경험을 엮어낸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는 후보 단일화 과정과 본선 승리를 일구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독자는 후보의 진솔한 이야기 선호

    대권 선두주자? 출판계는 알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

    2002년 대선 당시 노 후보 캠프에서 공보팀장을 지낸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대선을 준비하면서 핵심 메시지를 담아 공들여 준비한 책은 ‘노무현이 만난 링컨’이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회사인 폴앤폴 조용휴 대표는 “대선 후보의 책은 대중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좋은 도구”라며 “매번 새로운 이슈와 화두를 던지기 어려운 후보 처지에서 자신의 얘기를 진솔하게 책으로 써놓으면 언론과 독자에게 언제든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윤 전 대변인도 “대선 후보의 책 출간은 후보의 면면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점에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두 번의 대선 결과를 보면, 독자는 제3자가 후보에 대해 쓴 책보다 후보 자신이 진솔하게 자기 얘기를 풀어놓은 책을 더 선호했음을 알 수 있다. 과거에는 어떻게 살았고, 현재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며, 미래상은 무엇인지 소상히 밝힌 후보에게 호감을 갖는 것이다.

    대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후보와 관련한 책 출간 경쟁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관전 포인트는 자신의 저작이 많았던 후보가 당선한 역대 대선 결과가 이번 대선에서도 그대로 재연될지 여부다. 차기 주자 중에서는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펴냈다. 박 전 대표와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아직 출간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의 출간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변인 격인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내가 아는 한 아직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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