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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알쏭달쏭한 공약수 공배수 ‘수학 일기’ 쓰면 이해가 되죠

수학 사교육 정면 승부 ③ - 수학의 재미

  • 이설 기자 snow@donga.com

알쏭달쏭한 공약수 공배수 ‘수학 일기’ 쓰면 이해가 되죠

알쏭달쏭한 공약수 공배수 ‘수학 일기’ 쓰면 이해가 되죠
4월 13일 열린 ‘수학 사교육 정면 승부 5부작 교실’ 세 번째 시간. 서울사대부속중학교 장홍월 교사가 우렁찬 인사로 수업시작을 알렸다. 그의 목표는 재미있는 수학을 가르치는 것. 일찍이 수학 포기를 선언하고 나가떨어지는 학생이 많은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수업이 가능할까. 그는 “꼴찌들도 답을 맞힐 수 있는 퀴즈와 생활 속 이야기를 버무린 문제가 ‘무기’”라면서 “아이가 끝까지 수학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과목이자 학부모가 가장 걱정하는 과목은? 바로 수학이다. 학부모는 취학 전부터 자녀에게 수학학습지를 풀게 하고, 초등학교 4학년 즈음에는 중학교 수학을 가르친다. 하지만 이는 입시를 위한 준비 과정일 뿐이다. 진정 수학을 중시하는 학부모는 없다. 아이들도 수학을 ‘대학에 가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

20년 동안 교단에 섰는데,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과 잘하는 학생은 일치하지 않았다. 수학 실력이 좋은 아이는 일찍부터 기계적으로 반복 학습을 해 진즉 수학에 질려버리더라. 또 다른 소회 하나. 대부분 학교는 수준별 수업을 하는데, 이는 부정적인 각인효과를 가져온다. 즉, 단계가 낮은 반에 배정된 아이들은 자신의 수학 실력을 그 수준에 고정시켜버리는 것이다. 이는 아이들로 하여금 수학을 포기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다. 내 고민은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수학에 흥미를 잃지 않을까. 수학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방법은 뭘까’라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수학을 지속하게 하는 힘’으로 잡았다. 제목은 ‘아하! 체험’인데, 수학시간에 ‘아하’라는 반응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수학시간에 ‘아하’라고 반응하는 아이들은 눈빛이 다르다. 그들은 수학에 재미를 느끼고, 서툴러도 끈을 놓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왜 수학을 싫어할까. 효용성과 재미를 느끼지 못해서다. 거꾸로 수학을 좋아하게 만들려면 효용성과 재미, 즉 도구 교과로서의 중요성을 일깨워야 한다.

효용성과 재미를 일깨우는 방법



수학 공부를 할 때 재미를 일깨워야 하는 이유가 있다. 먼저 이 문제를 보자. ‘다트를 일곱 번 던져서 모두 과녁에 맞혔다. 점수의 합이 될 수 있는 것은?’이라는 문제다. 여기서 기억할 포인트는 ‘일곱 번, 모두, 합’ 세 가지다. 이 문제를 본 아이들의 반응은 세 가지로 엇갈린다. 아무 답이나 말하는 아이, 일곱 번을 일일이 숫자를 대입해 답을 구하는 성실한 아이, 골똘히 생각하다 논리적으로 정답을 내놓는 아이. 세 부류는 수학적 습관이 다른 것이다. 이 습관은 다른 학습능력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이를 잘 이용하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과 상황 판단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어떤 일을 하든지 성취 수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수학과 친해지려면? 개인적으로 수학일기, 스티커 등의 방법을 쓴다. 수학일기는 그날 배운 내용을 책을 덮은 채 다시 떠올려 쓰는 일기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으면 책 내용을 확인한다. 수학 스티커는 수학과 관련한 인물, 경구, 역사를 스티커로 만든 것이다. 한 제자가 쓴 수학일기 2편을 읽어보자.

‘오늘은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의 문제 풀기를 연습했다. …나누는 것은 공약수, 불리는 것은 공배수를 구하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수학용어를 설명하려 했지만 힘들었다. 기본기가 튼튼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수학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이처럼 수학일기를 쓰면 배운 내용을 자기언어로 표현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수업을 곱씹게 되고, 자기 것으로 소화할 수 있다. 백날 설명을 들어도 자기 언어로 바꾸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또 다른 유인책, 스티커다. 이 그림은 ‘복희와 여와’인데 자와 컴퍼스를 각각 손에 들고 있다. 자는 영어로 ‘룰러’로, 통치자라는 뜻을 지닌다. 예부터 자와 컴퍼스를 가진 자가 세상을 통치했다는 메시지를 전하면 아이들이 눈을 반짝인다. 함수를 배울 때면 함수와 관련한 수학자 스티커를 주고, 피타고라스의 정의를 배울 때는 그에 관련한 스티커를 준다. 발표를 하거나 문제를 맞히면 스티커를 받을 수 있으며, 10개 이상을 모으면 ‘작은 소원 들어주기’ 상품권이 나간다.

이런 이벤트를 포함한 생활수업은 수업 분위기와 수학에 대한 흥미를 돋운다. 생활 속에서 생각하는 습관과 수학사는 또 다른 도구다. 생활 속 수학이란 뭘까. 최근 종영한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소재로 할 경우, 같은 집합문제라도 드라마 주인공 ‘주원’과 ‘오스카’를 등장시키면 아이들 반응이 달라진다. 서로 문제를 풀려고 손을 든다.

언어에 대한 이해가 바탕

신문을 활용한 문제도 있다. 한국이 획득한 금·은·동메달을 소재로 한 문제인데, 신문도 읽고 상식도 넓히고 문제도 풀고, 1석 3조다. 대회형 문제도 있다. ‘삼각형 팽이 돌리기 대회’를 제목으로 내걸고 ‘삼각형 팽이를 만들고 싶은데, 어디에 회전축을 꽂으면 될까? 오후 3시 30분 본관 4층 수학7실 우승자 시상합니다. 힌트는 교과서 255~257쪽.’ 무게중심을 활용해 팽이로 입체모형을 만드는 문제인데, 성취 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아이가 재미있게 수업에 참여한다.

이제 생활수학을 살펴보자. 우리 집 아이가 어릴 때 일기에 ‘나는 수학의 재료다’라고 적은 적이 있다. 엄마의 수학 문제에 자기가 직접 출연한다는 뜻이다. 내가 만든 수학 문제에는 가족과 옆집 식구가 총출동한다. 이런 문제의 목적은 생활과 수학이 무관하지 않음을 알리려는 것이다. 생활수학의 또 다른 축은 수학사다. 생활수학은 사교육에서 이뤄지기 힘든 부분이다. 사교육은 내신을 확실히 올려준다는 문구 일색이다. 즐겁게 가르치겠다는 광고 문구는 없다. 수학을 못하고 싫어하는 아이도 수업이 즐겁고, 선생님과 가까워지면 흥미를 느끼게 된다. 하위권 아이들이 문제를 맞히는 수업은 학교에서 가능한 방식이다.

또 수학을 잘하려면 언어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 기본 언어 실력이 없으면 무엇을 잘하거나 그에 대해 흥미를 느끼기 힘들다. 그래서 어린 시절 독서가 중요하다. 독서가 안 된 아이들은 중학교 3학년이 넘어가면 수학을 따라가기 힘들다. 문제가 길어지니까.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시간적, 체력적으로 독서를 하기 힘드니 학원도 적당히 보내야 한다.

부모가 배우는 자세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려면 관리자보다 학생이 돼야 한다. 수학은 하루아침에 성적이 반짝 오르지 않는다. 고액 과외를 시켜서 수학 점수를 잡겠다는 꿈은 버려야 한다. 어떤 선생님이라도 위계성 때문에 한 달 안에 점수 올리기는 불가능하다. 과잉 선행학습, 사교육에 휘둘리지 말고 중심을 잡으라고 권하고 싶다. 방학 때는 한 학기 앞선 과정을 풀도록 하자. 아이에게 직접 참고서를 고르게 한 뒤 계획을 짜자. ‘아하! 체험’은 아이들의 수학적 감수성을 자극해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시킨다.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와 기다려주는 부모의 손발이 맞아야 이 체험이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수학에서 손을 놓지 않게 하는 힘이다.



주간동아 785호 (p38~39)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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