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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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초기 임금 상승기엔 DB형(확정급여형)…정년 가까워 연봉이 줄 땐 DC형(확정기여형)

내게 맞는 퇴직연금 꼼꼼히 고르기 & 운용법

  • 김동엽 미래에셋자산운용 은퇴교육센터장 dy.kim@miraeasset.com

    입력2011-04-25 1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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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부장(45)과 박 대리(32).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두 사람은 회사에서 새로 도입하는 퇴직연금제도를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회사가 확정급여형(DB형)과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을 동시에 도입한 다음 근로자 개인이 알아서 자신에게 맞는 제도를 선택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김 부장은 지금 퇴직금을 그대로 두는 것이 더 좋지만, 굳이 바꿔야 한다면 퇴직금과 유사한 DB형이 낫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평소 주식투자에 관심이 많은 박 대리는 잘만 운용하면 더 많은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DC형이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누구 생각이 옳을까.

    채무자 처지에서 생각하자

    입사 초기 임금 상승기엔 DB형(확정급여형)…정년 가까워 연봉이 줄 땐 DC형(확정기여형)
    우리나라는 기업주에게 1년 이상 일한 근로자가 퇴직할 때 근무기간 1년마다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에 해당하는 돈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도록 법으로 정했다. 즉 회사가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불할 채무를 진 셈인데, 기업이 퇴직금을 부채로 회계 처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근로자는 회사에 퇴직금을 빌려준 채권자라 보면 된다.

    남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 처지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높은 이자다. 물론 매달 받는 이자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원금을 떼이지 않는 것이다. 퇴직금도 마찬가지다. 원금을 떼이지 않으려면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자신이 다닌 회사가 망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회사가 파산해 근로자가 받지 못한 퇴직금이 2009년 말 기준 4696억 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별도의 보장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 대표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가 퇴직연금이다.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면 회사에 보관하던 퇴직금을 외부 금융기관에 예치하기 때문에 회사가 파산하더라도 근로자는 퇴직금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제도의 종류에 따라 외부에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하는 비율이 다르므로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DC형은 매년 발생하는 퇴직급여 전부를 회사 밖 금융기관에 맡겨 회사가 부도나더라도 근로자가 퇴직금을 받는 데 문제가 없다. 반면 DB형은 회사가 부담해야 할 퇴직급여 중 60%만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하면 되기 때문에 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퇴직금의 일부를 못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앞서 김 부장 생각대로 DB형을 선택하면 기존 퇴직금제도와 유사해 혼란을 줄일 수 있지만, 최악의 경우 회사가 파산하면 퇴직금을 받을 권리를 완전히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다. 반면 박 대리처럼 DC형을 선택한 근로자는 매달 발생한 퇴직급여를 자신의 계좌에서 직접 운용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퇴직급여에 대한 수급권을 온전히 보장받을 수 있다.

    임금상승률과 투자수익률을 비교하자

    입사 초기 임금 상승기엔 DB형(확정급여형)…정년 가까워 연봉이 줄 땐 DC형(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를 선택하기 전에 회사 내 임금상승률과 투자수익률을 비교해야 한다. DB형은 퇴직하기 직전 평균임금에 근무연수를 곱해 퇴직급여를 계산하기 때문에 임금상승률이 높은 기업의 근로자에게 유리하다. 반면 DC형은 매년 발생한 퇴직금을 근로자의 계좌에 넣어주므로 근로자가 이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퇴직급여가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 즉 임금상승률이 정체 또는 하락하는 사업장 근로자라면 DC형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같은 회사에 근무하더라도 모든 사람의 임금상승률이 같은 것은 아니다. 임금상승률은 물가상승에 비례해 늘어나는 부분과 승진이나 직책이 바뀔 때 오르는 부분으로 나뉜다. 앞서 박 대리처럼 과장, 차장, 부장으로 승진할 기회가 많은 젊은 직원은 김 부장보다 장래 임금상승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자 개인을 두고 보면 임금상승률은 입사 초기에 높았다가 정년에 가까워질수록 떨어지는 셈이다. 이런 경우 입사 초기에는 DB형을 선택했다가 나중에 DC형으로 변경하는 것이 좋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사업장도 마찬가지다. 임금피크제란 회사가 근로자의 정년을 보장해주는 대신 일정 연령에 다다르면 그해부터 매년 일정 비율로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다. 따라서 임금피크 연령에 도달하는 해부터 급여가 줄어들기 때문에 DB형을 선택한 근로자는 DC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연봉제를 실시하는 회사나 업무 성과에 따라 급여 변동이 심한 근로자에게는 DB형보다 DC형이 유리하다. DB형은 퇴직하는 해의 연봉에 따라 퇴직급여가 결정되기 때문에 그해 업무 성과가 좋아 연봉을 많이 받으면 퇴직금도 큰 폭으로 상승한다. 하지만 업무 성과가 나빠 연봉이 삭감되면 퇴직금 역시 줄어든다. 즉 연봉에 따라 퇴직금도 같이 요동치는 것이 DB형의 문제다. 반면 DC형은 매년 받는 연봉에 비례해 발생한 퇴직금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해 운용하기 때문에 퇴직하는 해 실적이 나빠 연봉이 삭감되더라도 퇴직금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입사 초기 임금 상승기엔 DB형(확정급여형)…정년 가까워 연봉이 줄 땐 DC형(확정기여형)

    미래에셋에서 주최한 퇴직연금 세미나.

    직장을 옮길 때는 개인퇴직계좌(IRA)를 이용한다

    우리나라 근로자가 한 직장에 근속하는 기간은 평균 6년이 채 되지 않는다. 직장을 옮길 때마다 받은 퇴직금을 생활비로 써버리면 정작 노후에 쓸 자금이 없어지고 만다. 이때는 개인퇴직계좌(IRA)를 이용하면 된다. 직장을 옮길 때 받은 퇴직금을 퇴사 후 60일 이내에 IRA에 적립하면, 퇴직금을 받을 때 뗀 퇴직소득세를 돌려받는다. IRA에는 퇴직금으로 받은 돈의 80% 이상만 적립하면 된다.

    투자위험과 투자기간을 고려해 상품을 선택하자

    DC형을 선택한 근로자는 자신의 퇴직금을 어떤 금융상품에 투자할지 직접 선택해야 한다. 금융상품은 크게 정기예금 같은 원리금보장 상품과 펀드나 변액보험 같은 실적배당 상품으로 나뉜다. 정기예금은 원금이 보장되고 정해진 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저금리가 지속되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해 인플레이션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펀드 같은 실적배당 상품은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주가 등락에 따라 손실을 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주식형펀드가 주류를 이뤄 대부분의 사람이 펀드라고 하면 전부 주식에만 투자하는 줄 안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DC형 퇴직연금펀드는 위험자산에 최대 40%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법률로 정해져 있으므로, 주식에 40% 이하로 투자하고 나머지는 채권에 투자하는 혼합형펀드가 대부분이다. 물론 주식에 전혀 투자하지 않는 채권형펀드도 있다. 펀드가 주식 등 위험자산에 얼마나 투자하는지는 펀드 이름이나 투자설명서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면 원리금보장 상품과 실적배당 상품 중 어떤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금융상품을 선택할 때는 정년퇴직 때까지 남은 기간을 계산해야 한다. 은퇴가 임박한 근로자라면 갑작스럽게 주가가 폭락할 경우에 대비해 주식 편입 비중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퇴직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면 주식 같은 위험자산 비중을 크게 해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수익을 내도록 해야 한다.

    목돈은 나눠 투자한다

    DC형은 매달 또는 정기적으로 발생한 퇴직급여를 근로자의 계좌에 적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처음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면 이미 발생한 퇴직금을 한 번에 퇴직연금으로 전환해야 하므로 목돈을 투자하게 된다. 앞서 박 대리를 예로 들어보자. 박 대리가 6년간 회사에서 일해 이미 발생한 퇴직금이 2400만 원이라고 가정해보자. 퇴직연금제도 도입에 따라 이 돈을 한꺼번에 펀드에 투자하자니 주가가 하락할까 겁이 나고, 예금에 넣어두자니 주가가 오르면 배가 아플 것 같다. 이럴 땐 정기예금과 펀드에 일정 비율로 나누어 투자하면 된다. DC형의 경우 근로자가 반드시 하나의 금융상품에 투자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 상품을 선택한 다음 일정 비율로 나눠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돈을 정기예금 등에 넣어둔 다음 매달 일정 금액을 꺼내 펀드를 사는 분할매수도 좋은 방법이다. 다시 박 대리의 경우로 돌아가보자. 박 대리가 이미 발생한 퇴직금 2400만 원을 정기예금에 넣어둔 다음 매달 100만 원씩 빼내 펀드에 투자하면, 2년 후엔 정기예금에 있던 돈이 전부 펀드로 이동하게 된다.

    이런 방식을 취하면 주가가 꼭지에 있을 때 펀드를 구입하는 잘못을 피할 수 있다. 매달 펀드를 나눠 매수하는 것이 번거롭다면 일부 금융기관에서 제공하는 분할매수 시스템을 이용하면 된다. 아니면 퇴직연금펀드 중 처음에는 채권에 투자했다가 매달 일정 비율로 주식투자 비중을 늘려가는 분할매수 펀드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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