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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으로 들어온 한 권

이야기를 써봐, 댓글이 넘쳐날걸

‘기막힌 이야기 기막힌 글쓰기’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이야기를 써봐, 댓글이 넘쳐날걸

이야기를 써봐, 댓글이 넘쳐날걸

최수묵 지음/ 교보문고/ 280쪽/ 1만3000원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카페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넘쳐나는 세상, 저마다 자기 SNS를 봐달라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몇 시간씩 정성을 들이고 심혈을 기울여 블로그에 포스팅했는데 댓글이 하나도 달리지 않는다면? 하루에도 몇 차례 트위터를 하는데도 반응이 미지근하다면? 수만 명이 방문하는 카페에 게시물을 올렸는데 자기 글에만 댓글이 안 달린다면? 대중의 이목을 끄는 사람은 소수다. 보통사람은 무반응에 낙심하며 머리를 쥐어뜯는다.

‘기막힌 이야기 기막힌 글쓰기’의 저자 최수묵 동아일보 기자는 ‘이야기체 글쓰기’ 내러티브(Narrative)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 그에게 이야기는 혼돈 속에서 현대인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이며, 정보 폭주로 가중된 혼돈을 딛고 평온을 되찾게 해주는 해법이자, 파편화된 인성과 감정을 하나로 묶어주는 공감대다. 할머니 품에서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듣고 자란 우리는 이야기에 본능적으로 끌릴 수밖에 없다.

저자는 책에서 성공적인 내러티브는 등장인물에 달려 있다고 설파한다. 실전 훈련 과정을 다룬 10개 장 가운데 3개 장이 인물과 관련돼 있다. 특히 인물 묘사를 다룬 4장 ‘형용사를 버리고 동사로 전하라’에 그 진수가 담겼다. 예를 들어, 그냥 ‘독재자’라고 쓰기보다 ‘독재자의 잔칫상에 조니워커 블루 500병, 바닷가재 8000마리, 캐비아 4000명분이 올랐다’고 쓰는 게 실감난다. 인물 묘사의 힘은 대단해서 죽은 사람도 살아 돌아오게 만든다. 부음기사가 좋은 예다. 고인의 사회적 정보만 단순하게 나열한 무미건조한 기사에는 사람의 눈길이 머물지 않는다. 고인의 인생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서 사회적 정보를 설명하기보다 상황을 보여줄 때 독자는 고인을 추억한다.

인물과 관련해 내러티브를 쓸 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하나는 ‘그는 소심하다’ 등과 같이 성격을 단정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독자는 자신이 참여할 수 있는 생각의 공간이 줄어들면 지루해한다.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욕심에 인물을 미화하거나 왜곡해서도 안 된다. 이는 독자를 기만하는 행위며, 글의 신뢰도를 확 떨어뜨리는 일이다. 심지어 ‘워싱턴 포스트’의 재닛 쿡 기자는 매일 마약주사를 맞는 여덟 살짜리 소년의 기사를 써 퓰리처상을 받았다가 가공의 인물임이 드러나 상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주제와 관점 정하기, 글의 구성, 도입부 관심 끌기, 글 고치기 등 내러티브적 글쓰기에 대한 다양한 이론과 기술이 담겨 있다. 저자는 정보 만능주의, 속보 지상주의의 대안을 모색하려고 5년에 걸쳐 성실하게 내러티브 자료를 모으고 연구했다. 저자의 이해가 깊으니 책 속의 이론과 기술은 뜬구름을 잡지 않는다. 저자는 25년간 매일 글과 싸웠던 기자 생활의 경험도 책에 녹여냈다. 인물에게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법, 인터뷰이의 ‘보디랭귀지’를 읽는 법 등 자신만의 노하우도 아낌없이 공개했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하루아침에 파리 날리는 블로그가 ‘파워’ 블로그로 변신할 순 없다. 하지만 차근차근 읽고 예시된 내러티브 기사를 직접 따라 써본다면 안개가 걷히면서 나아가야 할 길이 슬며시 보일 것이다. 내러티브 글쓰기가 잠든 SNS를 구원할 수 있다.



주간동아 2011.04.04 781호 (p82~82)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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