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1

2011.01.17

뭐, 올 8월 대구 육상대회?

개최지 대구 이외 지역 관심 썰렁…홍보 부족·육상 외면에 성공개최 걱정

  • 이설 기자 snow@donga.com 이창훈 인턴기자 경북대 영어교육학과 2학년

    입력2011-01-17 10: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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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올 8월 대구 육상대회?

    2007년 대구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지로 선정된 뒤 환호하는 유치위 관계자들.

    “아, 육상대회가 2011년에 열리나요?”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8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구를 제외한 타 지역 시민들은 관심이 별로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하계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메가 이벤트. 한국은 2007년 3월 케냐 몸바사에서 러시아의 모스크바, 호주의 브리즈번,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접전 끝에 2011년 대회 개최권을 따냈다.

    ‘주간동아’가 최근 전국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기관 마이크로밀과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신뢰구간 95%, 표본오차 ±4.4%) 결과, 대구를 제외한 지역의 대회에 대한 관심은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대구에서 대회가 열리는 것을 아느냐’라는 질문에 대구시민 92.2%가 ‘그렇다’라고 답한 반면, 서울시민은 56.1%만이 개최 사실을 알고 있었다. 부산·광주·대전 지역도 서울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대회 개최를 알게 된 경로에 대해서는 48.3%가 ‘매체 광고를 통해서’라고 답했고, 개최 사실을 모르는 이유는 53.5%가 ‘홍보나 언론보도를 접하지 못해서’, 35.6%가 ‘육상에 관심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특히 알고 있는 국내 육상선수를 묻는 질문에 46.2%가 ‘없다’고 답해 육상 종목에 대한 무관심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설문조사에 응한 시민 500명 중 80%가 ‘대회를 직접 관람할 생각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대구시민은 46.9%가 관람할 것이라고 답했고, 기타 지역에서 대회를 보겠다는 사람은 15% 내외에 그쳤다.

    대회를 1년 앞둔 2010년 8월, 대회 조직위원회가 실시한 시민의식조사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당시 대구시민 95.4%, 경북도민 82.3%가 이번 대회가 대구에서 열린다는 것을 아는 반면, 서울시민은 46.3%, 기타 광역시 시민의 45.3%만이 안다고 답했다.



    ‘대구만의 축제’에 그치나

    “예전에 육상대회를 유치한 것은 알고 있지만, 올해 열린다는 사실은 몰랐다. 지인들도 크게 관심이 없다. 서울 사람들은 더 무관심하더라. 대구만의 축제라는 느낌이 든다.”

    실제 거리의 여론도 설문조사 결과와 차이가 없었다. ‘주간동아’ 취재 결과 남녀노소 막론하고 이번 대회의 성격, 열리는 시기, 일정 등을 아는 시민은 드물었다. 대구에서 대학교를 다니다 방학 동안 서울에 올라온 김예현(23) 씨는 “대구 친구도, 서울 친구도 대회에 대해 잘 모른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코앞으로 다가온 세계적인 대회에 시민들이 이렇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유가 뭘까. 계명대 김현덕 스포츠마케팅학과 교수는 가장 큰 이유로 홍보 부족을 꼽았다. 김 교수는 “육상계 관련 전문가들은 대회의 중요성이나 가치에 대해 잘 알지만, 일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타 지역의 관심도는 대구·경북 지역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설문 결과를 뒷받침했다.

    실제 육상계에서는 “이번 조직위원회에는 홍보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게 현실이다. 체육과학연구원 유의동 연구원은 그 근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조직위원회는 정부의 예산을 받는 기관이다. 각 부처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들이 조직위 업무를 담당하는데, 이들의 인사이동이 잦다. 그러다 보니 새로 직원이 올 때마다 업무를 파악하기에 급급하다. 일부 공무원은 성공적인 대회 운영에 신경 쓰기보다 조직위 파견을 글로벌 시각을 키울 수 있는 수단으로 여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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