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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저축은행 부실, 은행에 덤터기

김석동식 관치 금융시장에 개입… ‘부실 경영 단죄가 선결’ 목소리

  • 박정민 헤럴드경제 시장경제부 기자 bohe@heraldm.com

저축은행 부실, 은행에 덤터기

저축은행 부실, 은행에 덤터기

(왼쪽) 1월 3일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는 김석동 금융위원장. (오른쪽) 2010년 8월 방만한 운영으로 파산선고를 받은 전일 상호저축은행에 차려진 대책위원회.

매서운 신년 한파가 저축은행 업계에도 불어닥쳤다. 금융당국이 구조조정 의지를 강하게 밝히면서 저축은행 업계는 잔뜩 몸을 웅크리고 눈치를 보고 있다. 그간 시장 자율 구조조정을 강조하던 금융당국이 더는 저축은행 부실을 방치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직접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첫 번째 조치로 대형 금융지주사들에 저축은행을 인수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은행권까지 저축은행 부실을 막는 데 동원해야 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지만, 저축은행 부실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데 이견을 제기할 금융권 인사는 없는 듯하다.

사전 교감 후 전격 작전식 추진

저축은행 구조조정 문제가 새해 초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김석동 신임 금융위원장이 등장하면서부터다. 1월 3일 시무식과 함께 치른 취임식에서 김 위원장은 “금융위원회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의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치의 화신’ ‘위기대책 반장’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예고한 것. 그는 저축은행 부실 문제에 대해서도 차일피일 미루지 않고 해결에 나서겠다는 뜻을 함께 밝혔다.

그의 선언이 공개되자 며칠 후 곧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1월 5일 열린 범금융권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대형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갑작스레 저축은행 인수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저축은행을 잘 지원하면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출될 수 있다”며 “저축은행 인수도 2개는 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산업 전체를 볼 때 저축은행의 안정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1 금융권에도 파급이 올 수 있어 은행권이 나서 저축은행 부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이 회장뿐 아니라 KB·신한·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저축은행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공개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은 금융당국 수장과 금융지주 회장들이 사전에 교감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이 취임과 함께 저축은행 부실 문제 해결을 언급하자 곧장 금융지주 회장들이 해법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오랜 기간 저축은행 부실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며 “금융권과 이 문제를 두고 논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석동식 관치’의 첫 작품이 은행권을 끌어들인 저축은행 부실 해결인 셈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까지 등 떠밀어 저축은행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은 그만큼 저축은행 부실이 심각함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업무 보고에서 전달받은 구체적 수치를 통해 저축은행 부실 문제가 위험수위에 다다랐다고 본 것 같다”며 “지지부진한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서둘러 끝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은행권의 저축은행 인수를 생각해낸 것이다.

이는 시장 자율에만 맡겨서는 구조조정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김 위원장에게는 불가피한 방안이었을 법하다. 금융당국으로선 자산규모 1조 원 이상의 저축은행 파산에 따른 시스템 리스크를 막으려면 은행이 이들 대형 저축은행을 인수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야 한다고 판단했고, 이를 김 위원장이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은행권이 부실이 심한 대형 저축은행을 인수해 급한 불부터 끈 뒤 이후 제2, 제3의 방안을 내놓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복안인 셈이다.

부동산 PF대출 오히려 악화될 수도

저축은행 부실, 은행에 덤터기
금융당국의 이런 판단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저축은행 부실은 전 금융권에 타격을 줄 정도로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대출 부실은 올해에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대출 연체율은 정부의 지원으로 지난해 6월 말 8.7%까지 떨어졌으나 하반기 들어 다시 급등해 지난해 말에는 24.3%에 이르렀다. 자산관리공사(캠코)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사들인 저축은행 부실 PF채권만 해도 4조5400억 원에 이른다. 올해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6조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정부가 구조조정기금 중 3조5000억 원을 부실 PF채권 매입에 쓸 예정이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게 시장의 추정이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화된 건전성 규제는 저축은행의 영업과 자산 운용을 더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앞으로 대형 저축은행을 시작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하한선을 강화하기로 해 저축은행은 자금 조달에도 제한을 받을 뿐 아니라, 규제로 인한 영업제한 압박에도 시달릴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으로선 이처럼 탈출구가 없는 상황에서 은행권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은행의 막대한 자본력으로 부실을 메우고 시스템적 관리하에 저축은행 영업이 이뤄진다면 그보다 나은 해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은행권이 그간 놓치고 있던 서민금융 서비스를 금융지주사 자회사인 저축은행을 통해 실시한다면 은행의 사회적 책임까지 다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최선의 저축은행 부실 해결 방법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현재로선 “아니다”가 정답이다. 당국의 은행 끌어들이기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려면 정부가 순자산 부족분을 보전해주고 인수 이후에는 은행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금융 인력도 파견해줘야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정부가 저축은행 부실을 메워줘야 인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의 말은 엄살이 아니다. 부실 저축은행의 순자산 부족분을 보전해주지 않으면 배임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인수 안건 자체가 이사회를 통과하기 어렵다. 문제는 순자산 부족분을 보전해주려면 공적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부실 정리를 위해 적립해놓은 부실정리기금을 여기에 사용할 의도다. 그러나 이 역시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도 “예금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저축은행 부실 문제가 어떻게 처리될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2011.01.17 771호 (p44~45)

박정민 헤럴드경제 시장경제부 기자 boh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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