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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Again 코스피 2000 개미도 웃을까? 03

왜 주식은 나만 미워할까

비쌀 때 사서 싸게 파는 개인…심리적 함정 때문에 실패

  • 강지연 기자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serew@hankyung.com

왜 주식은 나만 미워할까

왜 주식은 나만 미워할까
#1.주부 박경진(가명·42) 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지난해 11월 만기가 된 은행예금을 찾아 친구 추천으로 기아자동차 주식을 매수했는데 올 1월 들어서만 (1월 11일 현재) 벌써 10% 넘게 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단기간 높은 수익을 냈다면 당연히 기분이 좋아야 하지만 박씨는 오히려 주가가 급락해 손해를 보진 않을까 불안하다. 3년 전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금이 반토막 나면서 마음고생했던 경험을 떠올리면 얼른 차익을 실현해야 할 것 같아 초조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더 수익을 낼 수 있는데 괜히 급하게 파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황이다.

#2. 증권사에 다니는 오태웅(가명·36) 씨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본인의 계좌를 열어볼 때마다 열불이 난다. 평소 관심 있게 보던 삼성전기가 지난해 자문사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15만 원을 넘어가자 2009년 2배 이상 주가가 뛰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과감하게 1500만 원을 투자했다. 초반 주가가 오를 땐 옳은 선택을 했다고 뿌듯해했지만 16만 원을 찍은 주가는 한 달도 안 돼 12만 원대로 내려앉았다. 많이 올랐으니 한 차례 조정을 받는 거겠지 하고 기다리던 오씨는 간신히 반등을 이용해 13만 원에 보유 주식을 절반가량 손절매했다. 나머지 절반은 혹시나 싶어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 긴축이니, 유럽 재정위기니 안 좋은 나라 밖 소식이 들릴 때마다 더 떨어지기 전에 정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 답답하기만 하다.

주식시장이 새해 벽두부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랠리를 펼치고 있지만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가 느끼는 체감지수는 그다지 높지 않다. 몇 년째 묵힌 펀드는 이제 막 원금을 회복한 정도고, 직접 투자한 주식에서는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은행예금과 단기 금융상품에 묶어놨던 현금으로 펀드든 주식이든 투자를 해야 할 것 같기는 한데 좀처럼 들어갈 시점을 잡지 못해 주가가 오른다는 얘기가 들릴 때마다 소외감은 한층 깊어진다.

이처럼 개인 투자자들은 강세장에서조차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꼭지일 때 들어가 주가가 하락할 때 파는 엇박자 투자로 외국인, 기관보다 늘 수익률이 낮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투자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익이 나면 빨리 팔고 싶어 안달하는 반면, 손실이 나는 게 두려워 주가가 떨어지는 종목을 팔지 못하는 ‘심리적 함정’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오르는 종목은 떨어질까 두려워 못 사지만 주가가 부진한 종목은 언젠가 반등할 것이란 기대로 저가 매수하는 매매 행태 역시 개인들이 빠지기 쉬운 심리적 함정의 일종이다.

투자자의 공공의 적 ‘손실혐오’



왜 주식은 나만 미워할까

‘지속편향’과 ‘확증편향’, ‘군중심리’와 ‘본전심리’등 개인 투자자를 실패로 이끄는 심리적 함정은 많다.

사례 1에서 나타난 박씨의 불안감은 손실이 나는 것이 두려워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에서 온 것이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손실혐오’라 한다. 지금 같은 강세장에서는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한 종목이 한동안 오름세를 이어가는 경향이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당장의 작은 이익도 잃을까 두려워 주가가 오르면 서둘러 보유 주식을 팔고 싶어 한다. 이미 크게 오른 만큼 언제든 주가가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걱정도 이런 조바심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신한금융투자 정의석 상무는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가 계속 오르는 종목에 대해 주가가 급락할 때 느끼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공포를 느낀다”며 “정말로 투자를 잘하는 사람은 하락장보다 상승장에서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충고했다.

비슷한 심리적 기재가 작용함에도 주가가 떨어진 종목에 대해서는 오히려 정반대의 행동패턴이 나온다. 손실이 불어나고 있는데도 좀처럼 팔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낮은 가격에 주식을 팔아 손실이 확정돼버리는 게 싫기 때문이다. 흔히 손절매만 잘해도 절반은 투자에 성공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현실에서는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생각으로 반등을 기다리다 손절매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다.

일부 투자자는 오르는 종목을 판 돈으로 떨어지는 종목에 이른바 ‘물타기’(평균 매입가격을 낮추기 위한 추가 매수)를 하는 악수(惡手)를 두기도 한다. 이 경우 대부분 추가로 벌었던 돈은 물론 원금까지 까먹으며 의도하지 않게 장기투자하게 된다.

이제 오를 거야, 집착과 착각

손실혐오 심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에도 코스피지수가 1600선에서 2000선으로 수직 상승하는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줄곧 팔기만 했다. 과거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크게 손실을 봤던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손실혐오 심리와 맞물리면서 주가가 오르는 동안 마음 졸이며 소극적으로 매매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작용한 결과다.

개인이 덜 오른 종목에 집착해 높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흔히 경험할 수 있는 ‘도박사의 오류’ 때문이다. 동전던지기 게임을 한다고 치자. 동전을 던져 연속해서 앞면이 나오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다음번엔 뒷면이 나올 확률이 더 높다고 착각한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사실 가능성은 앞면이나 뒷면이나 50대 50으로 같다.

투자자들은 주가가 부진한 종목에 대해 언젠가 반등하리라는 기대를 가지지만 오르는 종목은 하락할 확률이 크다고 느낀다. 하지만 현실은 주가가 올라 냉큼 주식을 팔면 그때부터 대세 상승이 시작되고, 이제 바닥이다 싶어 산 종목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주도주는 분명 보이는데 선뜻 매수할 엄두가 나지 않는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떨어지면 사야지 하고 기다리다 보면 살 기회는 오지 않는다. 결국 타이밍을 놓쳐 아예 시장에서 소외되거나, 꼭지일 때 들어가 낭패를 보게 된다.

주가가 많이 올랐으니 곧 떨어질 것이란 논리는 합리적인 판단이 될 수 없다. 실적이 늘어나는 속도가 주가 상승 속도보다 빠르다면 재평가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많은 전문가가 주가 수준 자체보다는 실적과 연계해서 봐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속편향’과 ‘확증편향’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앞서 말한 주부 박씨의 경우 기아차를 조금 더 보유해도 괜찮다고 조언한다. 자동차회사 주식이 올해도 실적 호조를 배경으로 주도주 구실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통상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종목은 해당 상승 사이클이 끝나는 시점까지 계속해서 오를 확률이 높다”며 “추세에 역행하기보다는 순응하는 전략이 더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지속편향’이란 불확실한 미래를 전망할 때 지금 보이는 현실이 미래에도 지속되리라고 믿는 인지적 편향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관성의 법칙이 작용할 것이란 믿음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왜 ‘무릎에서 사고 어깨에서 파는’ 이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을까. 이는 무릎에서는 상승 가능성보다 하락의 관성이 더 크게 느껴지고, 어깨에선 상승 탄력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개인 투자자들은 어느 정도까지 주가가 상승하는 동안에는 하락에 대한 의구심과 공포를 느끼지만 임계치를 넘어가면 마냥 오를 것 같은 낙관론에 빠진다. 일종의 편견이다. 사례 2에서 본 오씨가 뒤늦게 삼성전기를 매수한 이유도 그동안 주가가 오르는 과정에서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지수가 1700~1900선일 땐 ‘이게 꼭지 아닐까’라는 의문을 품었지만 2000선 돌파 후엔 ‘뭘 사야 하나’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늘 한 박자 늦은 ‘뒷북 투자’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유독 악재에 민감한 것은 ‘확증편향’ 때문이다.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고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만 보게 되는, 자기합리화를 위한 인지부조화에서 오는 심리적 현상이다. 대표적으로 강세장일 때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를 이유만 찾지만, 약세장일 때 혹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수익률이 좋지 못할 땐 주가를 떨어뜨릴 이유만 보게 된다.

외국인이나 기관은 북한의 연평 도발, 유럽 신용불안 등의 이슈가 반복될 때마다 의연한 모습을 보이지만 개인들은 악재가 터지고 주가가 좀 떨어진다 싶으면 앞다퉈 투매에 나서 오히려 주가를 더 떨어뜨린다. 확증편향에 개인들의 ‘군중심리’가 더해지면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쏠림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이 밖에도 개인 투자자들을 실패로 이끄는 심리적 함정이 많다. 이른바 ‘본전심리’는 주식투자로 손해를 보면 볼수록 투자 원금이 커지게 되는 배경이다. ‘한 방’에 수익을 만회하고자 하는 심리도 이와 비슷한 예다. 또 수익이 나면 날수록 기대치가 커져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도 주식투자에 적용된다. ‘멘탈투자’의 저자인 송동근 하우경영연구소장은 “개인이 투자에 성공하려면 이 같은 심리적 함정에서 빠져나올 필요가 있다”며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적절한 수익률 목표를 세우는 것이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주간동아 2011.01.17 771호 (p35~37)

강지연 기자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sere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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