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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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심 중국고속鐵 또 표절

중국 CRH, 신칸센 기술과 외형 베끼기…정부는 지적소유권 창조와 응용 타령

  • 베이징 = 신혜선 베이징연합대학 관광문화학부 교수 sun3331@empas.com

    입력2010-12-13 11: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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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2일 청두(成都)에서 열린 ‘제3회 지적소유권과 도시발전’ 세미나에서 중국고속철도(China Railway High-speed·CRH)가 화제가 됐다. 개막식을 마친 후 중국 일부 언론 기자가 중국지적소유권국(中國知識産權局) 톈리푸(田力普) 국장에게 “중국고속철도의 핵심 기술과 디자인은 모두 외국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국내외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톈 국장은 “지적소유권의 보호도 중요하지만 ‘지적소유권의 창조와 응용’ 역시 중요하다”며 “중국고속철도는 바로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국고속철도에 쏠리는 관심은 비단 중국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폭스뉴스(Fox News)’는 세미나 바로 전날인 11월 21일자 기사를 통해 “중국고속철도의 지난 5년간의 질주는 미국을 제3세계 국가처럼 보이게 했다”고 논평했다. 영국의 한 방송사도 베이징(北京)에서 상하이(上海)까지 1318km를 4시간 만에 주파하는 것은 뉴욕에서 워싱턴까지 1시간에 가는 것과 같다며 미국고속철도(Acela)를 타고 가는 시간의 반밖에 안 걸리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상하이 4시간 만에 주파

    고속철도(rapid-transit railway)의 정의는 시대적 시간가치와 사회 여건에 따라 차이가 있다. 1950년대에는 시속 100km를 달리는 철도를 일컬었으나 최근에는 시속 200km 이상 달려야 한다. 그런데 중국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개통한 베이징~톈진(天津) 간 고속철도는 시속 320~350km를 오가고, 10월 26일 정식 개통한 상하이~항저우(杭州) 간 고속철도는 평균시속이 350km다. 이 철도는 개통 한 달 전에 한 시험운전에서 시속 416.6km를 기록해 세계 최고속도임을 자랑했다.

    광활한 대륙 중국에서 철도가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는 몇 가지 사실에서 충분히 알 수 있다. 우선 중국은 철도부(우리나라의 ‘부’에 해당)를 국무원(國務院) 산하 부처로 두고 있다. 국무원에는 총 22개 부가 있는데 그중 하나다. 2008년 중국은 기존의 민항총국(항공 담당), 우정국(우체국), 교통부를 교통운수부로 통합했는데 철도부도 대상이었다가 빠졌다. 이유는 철도부가 7만2000명의 자체 경찰을 두고 있으며 직원 200여만 명에 자체 법원까지 거느린 막강조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철도부 부장 류즈쥔(柳志軍)을 포함한 역대 부장은 덩샤오핑(鄧少平) 시절부터 최고지도자의 측근이 맡고 있다. 오늘날 중국 경제성장의 기초를 닦은 덩샤오핑은 문화대혁명이 끝나자 가장 먼저 철도 엔지니어를 찾아 철도를 건설했다. 1979년 이후부터 1998년까지 1만7919km의 철로를 부설하면서 철도강국의 기초를 닦았다. 2006년에는 칭하이(靑海) 성에서 티베트(西藏)의 라싸(拉薩)에 이르는 1142km 구간에, 전체 철로의 86%가 4000m 이상인 고지대에 놓인 칭창(靑藏)철도를 개통하면서 티베트 지배를 공고히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현재 중국 전역에는 11개 철도대학(鐵道學院)이 있어 꾸준히 철도 관련 고급인력을 양성한다.



    이런 중국이 고속철도에 눈을 돌린 것은 당연한 결과다. 중국고속철도는 1992년 처음 기획돼, 2004년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중장기 철도계획(中長期鐵道網規劃)’이 나오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같은 해 4월, 국무원에서 2년 내 철도의 속도를 160km에서 350km로 높이겠다고 공언하고는 일본,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의 고속철도 기술을 적극 받아들여 오늘에 이르렀다.

    중국고속철도는 2008년 8월 1일 베이징~톈진 간 120km를 시속 350km로 29분(기존 100분)에 주파한 뒤 2009년 12월 26일에는 우한(武漢)~광저우(廣州) 1068.8km를 192분(기존 13시간)으로, 2010년 2월 10일에는 정저우(鄭州)~시안(西安) 458km를 2시간(기존 7시간)으로 앞당겼다. 그리고 10월 26일에는 상하이~항저우 202km 거리를 38분(기존 90분)으로 앞당겼으며 2011년에 개통되는 베이징~상하이 간은 전체 길이 1318km로 중국의 3대 직할시와 허베이(河北), 산둥(山東), 안후이(安徽), 장쑤(江蘇) 등 4개 성을 연결하는 중국에서 가장 긴 철도로 운행시간은 기존 10시간에서 5시간으로 크게 당겨진다.

    중국 철도국이 세운 계획대로라면 2012년까지 중국의 철도는 총연장 11만km에 이르고, 베이징을 중심으로 일부 서부지역을 제외한 거점도시 간 운행시간이 최장 8시간으로 단축될 예정이다. 또 2020년까지 일반 철도 노선도 1만8000km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철도운송 의존도가 어느 나라보다 높은 중국이 원활한 철도망으로 물류 여건이 개선된다면, 중국 기업의 경쟁력과 그를 통해 얻는 경제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국가의 비극·젊은 세대 우롱” 비난

    그러나 중국이 ‘속도의 기적’을 이루는 데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표절 시비다. 중국의 일부 누리꾼은 중국고속철도의 약자인 CRH(恥辱號[Chi Ru Hao])에 ‘치욕호’라 별명을 지어주었다. ‘치욕호’의 중국어 발음 첫 글자를 따면 중국고속철도의 약자인 ‘CRH’와 똑같기 때문이다. 중국의 고속철도는 중국의 오랜 관행인 ‘표절’이 낳은 결과이고 그래서 ‘치욕스럽다’는 것이다. 애초 중국에는 ‘중화의 별(中華之星)’이란 자체 개발 고속철도가 있었다. 하지만 최고속도가 160km에 그치고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자 계획을 수정, 외국의 기술을 받아들여 건설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2004년의 일이다. 당시 독일 이체(ICE), 프랑스 테제베(TGV), 일본 신칸센 등이 이 사업을 수주하고자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중국이 “자체 독자 기술로 건설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이런 경쟁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런 가운데 2006년 3월 8일 칭다오(靑島) 항에 신칸센 40량이 수입된 것이 확인됐고, CRH2호가 운행됐을 당시 열차 곳곳에 일본 상표의 흔적이 남아 중국 독자 기술이라는 정부의 ‘선언’에 의구심을 갖게 했다.

    얼마 전인 10월 27일 일본 ‘산케이신문’은 “중국인들은 신형 CRH380이 국산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기술, 외형 모두 일본을 베낀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논란에 한 언론인은 “CRH의 외형이 신칸센과 지나치게 흡사한 점”과 “중국이 오래전부터 모방, 표절로 경제적 이익을 거둔 것에 대한 오해”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돈은 돈대로 들이고 결국 표절까지 한 것은 아닌지, 그런 의심을 해소하려면 어디까지가 해외로부터 사들인 기술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중국이 재창조한 기술인지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일부 누리꾼은 고속철도에 대해 “철도대학을 졸업한 사람으로 적지 않은 유감과 책임을 느낀다” “국가와 민족의 비극이다” “젊은 세대를 우롱하지 마라”는 비난을 쏟아놓기도 했다. 그러다 청두에서 열린 지적소유권 관련 세미나에서 지적소유권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인 고속철도가 거론된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지적소유권의 창조와 응용’이란 관점으로 답했지만 누리꾼을 비롯한 국내외 비판자들의 의혹을 풀어주기에는 매우 아리송한 답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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