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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심영섭의 ‘시네마 천국’

외로운 아이 눈에 스쳐가는 공포

엘버트 반 스트리엔 감독의 ‘투 아이즈’

  • 심영섭 영화평론가·대구사이버대 교수 chinablue9@hanmail.net

외로운 아이 눈에 스쳐가는 공포

외로운 아이 눈에 스쳐가는 공포

엄마의 쌍둥이 여동생 카렌의 유령은 리사에게 비밀을 들려준다.

외로운 아이는 무엇이든 보고, 무엇이든 듣는다. 아홉 살 리사는 어느 날 외할머니가 엄마에게 남긴 대저택에서 유령을 만난다. 바로 엄마의 쌍둥이 여동생 카렌. 리사는 낡은 가방 속에 든 엄마 일기장에서 카렌을 죽이고 싶다는 엄마의 오래된 적대감과 마주한다. 그때부터 유령인 카렌은 리사를 쫓아다니며 엄마의 비밀을 하나씩 들려준다.

“나랑 똑 닮은 이 애는 누구지?” 리사의 눈에 계속 나타나는 쌍생아의 이미지, 즉 대칭의 이미지는 영화 ‘투 아이즈’의 공포의 뇌관이라 할 수 있다. 피범벅의 칼부림이나 허공을 가르는 가위의 날 선 공포 대신 ‘투 아이즈’는 차갑고 고요한 심연에 뿌리처럼 박힌 쌍둥이라는 원형적 이미지로 관객의 목을 서서히 죄어온다. 이 영화가 장편 데뷔작인 네덜란드 출신 엘버트 반 스트리엔 감독은 어두운 차 안의 물방울이나 첫 장면부터 계속되는 거울을 활용한 반사, 무표정한 카렌의 섬뜩한 모습 등을 통해 피비린내 진동하는 기존의 할리우드 공포와 분명한 선을 긋는다.

리사는 엄마가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카렌과 닮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엄마를 훔쳐보는 딸의 뒷모습을 잡으면서 ‘투 아이즈’의 공포가 가족의 죄책감과 질투 같은 내부에서 나온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리사의 엄마는 직장 면접에서 아이가 없다고 거짓말을 하고, 일 때문에 바쁘니 혼자 놀라며 딸의 면전에서 문을 닫기 일쑤다. 닫힌 문 또는 갇힌 문. 영화를 보다 보면 가족관계의 단절을 상징하는 이 이미지를 통해 관객 역시 혹독했던 체벌과 닫힌 문 뒤에 서성이는 유년의 자아를 만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당연히 리사의 엄마 크리스틴이 동생 카렌에게 내밀었던 독이 든 감초물의 색깔은 검은색이어야 한다. 리사 아버지가 면도를 할 때 수돗물에서 흘러나오는 물도 먹물처럼 검디검다. 영화에서 검은 물은 리사의 현실과 판타지 사이를 유유히 흘러간다. 검은 물이 반사되는 표면에는 오직 자신의 모습만이 투영된다. 여기에 집 안을 휘감는 바람 소리와 닫힌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 등 정교하게 기획된 청각적 설계도 영화의 느리고 차가운 공포감을 배가시킨다.

물론 이 영화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불완전한 믿음을 주고, 불완전한 조사를 하는 불완전한 탐정일 뿐이다. 어머니가 바쁘고 아버지가 무능하거나 부재할수록 아이들이 느끼는 공포는 배가된다. 최근 공포영화의 소재가 귀신 보는 아이들이고, 그것도 외로운 아이들이라는 점은 하나의 트렌드로서 주목할 만하다. ‘식스 센스’의 아이도, ‘오퍼나지’의 아이도, 친구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렛 미 인’의 아이도 거의 모든 시간을 혼자 보낸다. 침묵으로 마음을 봉인하고 귀신이나 뱀파이어와 소통하는 소년·소녀의 외로움엔 핵가족 시대의 공포, 일하는 어머니들에 대한 원망이 고스란히 일렁거린다.



그리하여 영화의 타이틀 롤에서부터 등장하는 로샤 검사(모호한 잉크 반점 자국으로 사람들의 지각과 인지, 성격 등을 파악하는 투사 검사의 일종)는 ‘투 아이즈’의 주제를 압축한다고 하겠다. 즉 기억은 언제나 개인의 자작극으로 일종의 팩션에 속하고, 지각은 개인이 자기에게 거는 최면술로 픽션에 불과하다는 것. 딸을 찌르고자 하는 엄마의 모습과 엄마를 찌르고자 하는 딸의 모습이 구별되지 않는 것처럼. 영화의 놀라운 반전은 이제까지의 공포극을 인간의 비밀스러운 양가성을 확인시켜주는 심리극으로 변모시킨다.

그것은 언젠가 우리도 느꼈을지 모르는 또 다른 공포의 서곡. 늘 우리 안에 살아 움직이는 귀신들에게 이번엔 우리가 속삭여, 우리 마음속 비밀을 털어놓는다. 그러므로 두 개의 눈을 가졌다고 자만하지 마라. 이 네덜란드발(發) 공포영화에 숨겨진 겹겹의 층위를 풀어헤치자면, 겹눈으로 한 번 보기보다는 외눈으로라도 두 번 보는 쪽이 훨씬 빠를 것이다.



주간동아 2010.08.09 749호 (p83~83)

심영섭 영화평론가·대구사이버대 교수 chinablue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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