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9

2010.08.09

꿈꿀 시간 없는 우리 아이들의 참 나쁜 방학

  • 조은주 호남대 의상디자인학과 교수

    입력2010-08-09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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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에서는 보다시피, 계속 같은 자리에 있으려면달려야 해. 만일 다른 곳으로가고 싶다면 그것보다 적어도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하지.” -‘거울 나라의 앨리스’ 중
    꿈꿀 시간 없는 우리 아이들의 참 나쁜 방학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사라진 지 오래다. 한때는 아파트 발코니에서 놀이터를 내려다보면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런저런 놀이를 하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옛이야기가 됐다.

    748호 커버스토리 ‘나쁜 방학’은 요즘 어린이들이 왜 그렇게 바쁠 수밖에 없는지 알게 해줬다.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어른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기대감으로 자녀들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한다. 학교만 마치면 취직할 곳이 넘쳐나던 시대는 지났다. 명문대 졸업장과 자격증을 무더기로 들이밀어도 장래성이 있는 직장을 찾기 힘들다. 이런 현실이 부모들에게 그리고 그들의 자식에게 대를 이어 전해진다. 사교육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공언한 정부가 지금껏 한둘이 아니었지만 아이들의 스케줄은 점점 빡빡해진다.

    ‘10시간 학원 뺑뺑이 여름방학 짱난다 짱나’는 이러한 아이들의 실태를 보여줬다. 과거엔 속셈학원이나 컴퓨터학원 다니는 게 전부였지만 요즘은 내신을 관리해주는 보습학원을 마치면 논술학원에 가야 하고, 그 외의 학원까지 별도로 선택한다니…. 심지어 친구를 만나고 어울리기 위해서라도 학원에 간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여름방학이라 조금은 여유로워질 법도 한데 사교육 비용은 배로 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원 순례는 매한가지다. 부모들에게 방학은 자식의 성적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에 뒤질세라 학교도 아이들 방학생활에 깊이 관여한다. 각종 캠프 참여, 자원봉사 활동, 공연이나 전시회 관람 등의 숙제를 내주고 그 결과를 제출하라고 한다. 인성발달에 도움이 되는 체험학습을 유도하기 위해서라지만 선택이 아닌 의무라서 부모들도 피곤하고 아이들도 피곤하다.

    기사의 요약이나 다름없는 얘기를 길게 쓴 이유는 이 같은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기 때문이다. 최소한 미래의 내 손자들은 자기 키만 한 여행용 가방 대신 곤충채집 가방과 자전거를 끌고 다니길 소망한다. 그들이 자유로운 시간 속에서 삶이 왜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스스로 깨달을 때면,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무한한 꿈을 에너지 삼아 자기계발에 힘쓰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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