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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記·충·천

캠퍼스를 지킨 친구들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캠퍼스를 지킨 친구들

“웬 식당가에서 시험을 보라는 거야?”

2005년 초 대입 논술시험을 보러 지원한 학교에 갔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시험을 본 지하 광장은 패스트푸드점, 유명 식당, 커피 전문점, 편의점 등이 즐비해 꼭 쇼핑몰 푸드 코트 같았거든요. 입학 후에야 그곳이 그 유명한 ‘고엑스’(고려대와 삼성동 ‘코엑스’의 합친 말)임을 알았죠.

상업시설은 학교 주변뿐 아니라 안도 장악했습니다. 3학년 때는 네일아트숍까지 들어왔습니다. 강의가 없을 때는 도서관보다 교내 ‘스벅(스타벅스)’을 더 자주 찾았습니다. 대충 세어봐도 학교 안 커피숍이 10개가 넘네요. 제 모교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화여대에는 지하 4층~지상 1층의 ECC가 들어섰고 그 안에 유명 멀티플렉스 극장이 입점할 거란 소문이 돌았습니다. 결국 독립영화 전문 영화관이 들어왔지만요. 서강대에는 홈플러스가 생긴다는 말도 있었죠. 서울대 출신 친구는 “군대 간 사이에 학교에 ‘투썸 플레이스’가 생겼어! 믿을 수 없어!”라고 소리치더군요.

오랜 기간 학교를 지켜왔던 ‘이모’들은 자리를 잃어갔습니다. 학교 안 대형서점 때문에 장사를 거의 접게 된 사회과학서점 ‘장백서원’의 ‘이모’는 아예 교정에 좌판을 깔았어요. 그마저도 장사가 안 돼 1년 후에는 사라졌죠. 학생들은 안타까워하면서도 편리하니까 계속 학교 안 상업시설을 이용했습니다. 반대하는 학생도 많았지만 대부분 ‘자본주의의 확장은 어쩔 수 없는 대세’라고 생각하며 수용했어요.

캠퍼스를 지킨 친구들
7월 29일 연세대가 교보문고 대신 기존 직영서점 ‘슬기샘’을 계속 운영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반갑습니다. 전국 지점에서 쓸 수 있는 마일리지 카드도 없고 세련된 서비스도 부족하지만, 그곳은 새내기 교양영어책부터 전공책, 토익책, 취업 준비도서를 사며 자란 우리를 기억하는 곳이잖아요. 편리함도 포기하고 ‘캠퍼스는 캠퍼스다워야 한다’며 슬기샘을 지켜준 연세대 친구들, 고맙습니다.



주간동아 2010.08.02 748호 (p14~14)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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