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6

2009.12.22

무한질주 ‘쏘나타’, 난공불락 ‘아반떼’

현대·기아차 10위권 내 8개 차종 진입 기염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입력2009-12-18 15: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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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질주 ‘쏘나타’, 난공불락 ‘아반떼’

    1. 현대 ‘제네시스’ 2. 기아 ‘모닝’ 3. 현대 ‘YF쏘나타’ 4. 르노삼성 ‘SM5’ 5. 현대 ‘아반떼’ 6. GM대우 ‘라세티 프리미어’

    성인 남녀에게 “아파트를 빼고 가장 갖고 싶은 물건을 꼽아보라”고 하면 아마 절반쯤은 “자동차”라고 답하지 않을까. 특히 남성에게 자동차는 나이와 상관없는 ‘절대 로망’이다. 성공의 아이콘, 자부심의 상징, 연애의 필요충분 도구다. 당연히 자동차는 지출 우선순위 가장 위쪽에 자리한다. 이젠 여성도 자동차 소비 주체로 당당히 올라섰다. ‘로망’까지는 아니더라도 여가, 레저 활동에 적극적인 여성에게 자동차는 필수품. 2008년 한국의 자동차 보유 대수는 1670만대에 달한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자동차 수요는 경기불황에도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자동차업계는 올 한 해에도 치열한 판매경쟁을 벌였다. 5월부터 시행된 정부의 노후차량 세제지원 제도, 인기 차종의 새 모델 출시, 여기에다 내년의 경기회복 기대감이 겹쳐 내수 판매는 지난해보다 호조를 보였다.

    무한질주 ‘쏘나타’, 난공불락 ‘아반떼’
    베스트 모델은 ‘YF 쏘나타 2.0’

    한국의 양궁 선수들이나 쇼트트랙 선수들이 올림픽 금·은·동메달을 휩쓸고 시상대 위에서 3개의 태극기가 나부끼는 모습을 바라볼 때의 느낌. 아마 현대·기아차가 요즘 그런 기분일 듯하다. 구름 위를 걷는 ‘묘한’ 기분. 올 한 해 가장 많이 팔린 차종 1~4위가 현대·기아차 모델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대·기아차는 10위권 안에 무려 8개의 차종을 진입시켜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과시했다.

    2009년 자동차 ‘왕중왕’은 단연 ‘쏘나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통계자료(1월1일~10월31일 기준)에 따르면, ‘NF쏘나타’는 8만2109대(배기량 모델별 총합), 9월 출시된 ‘YF쏘나타’는 2만7423대 팔려나가 총 10만9532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스트 모델은 2.0으로 10만9324대가 팔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NF 2.4 모델과 YF 2.4 모델의 판매실적은 각각 187대, 21대에 그쳤다.



    쏘나타는 한때 ‘소(牛)나 타는 차’ 취급을 받았다. 쏘나타는 1985년 10월 출시된 ‘소나타’와 핏줄이 같다. 현대차의 2000cc급 승용차의 대표 격이던 ‘스텔라’의 최고급 모델로 출시됐다. 그러나 당시 중형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대우의 ‘로얄’ 시리즈에 밀렸고, 결국 2년 만에 단종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이후 현대차는 이름부터 ‘쏘나타’로 바꾸면서 변화를 시도했다. 국내 중형차 최초로 앞바퀴 굴림방식을 채택하고 유선형 디자인을 뽑아내기 위해 실내공간을 재배치하는 등 차별화에 나섰다. 그 결과 1990년대 초부터 인기 차종으로 급부상했으며, 그 상승세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쏘나타Ⅰ, Ⅱ, Ⅲ, EF쏘나타를 이은 5세대 ‘NF쏘나타’는 지난해 12만3208대가 팔려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에 올랐다. 올 들어선 판매가 다소 주춤했지만, 그 뒤를 이은 ‘YF쏘나타’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베스트셀러’의 위용을 다시금 확인했다.

    쏘나타가 이처럼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이유는 뭘까. 현대차 관계자는 “소비자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는 노하우와 오랜 기간 쌓인 브랜드 파워가 어우러져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고 있기 때문”이라며 “소비자의 신뢰가 다시 제품 혁신 의지를 불러일으켜 업그레이된 기술과 시스템 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동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면에서 운전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차량 관리도 쉽게 할 수 있도록 ‘YF쏘나타’에 ‘큐비스’(CUbiS·Car Ubiquitous System)를 도입한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큐비스’는 차량 곳곳의 시스템으로부터 각종 정보를 수집해 운전자에게 알려주고, 주유소 등에서는 무선으로 서버와 연동해 웹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동차 유비쿼터스 시스템. ‘내 차가 스스로 고장을 감지해 알려주고, 엔진오일이나 소모품들의 교환 시기도 알아서 체크해주면 좋겠다’는 운전자들의 바람을 현실화한 것이다.

    ‘아반떼’ HD 시리즈도 ‘쏘나타’에 버금가는 실적을 올렸다. 10월까지 9만1570대(베스트 모델 1.6은 8만7826대)가 팔려나가, 이미 지난해 전체 판매실적 8만7579대를 뛰어넘었다. 기아의 경차 ‘모닝’의 선전도 두드러진다. 10월까지 8만4900대가 팔려 월평균 8000대라는 높은 판매실적을 올렸다.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의 신장세를 보인 것. 그랜저 TG도 꾸준한 판매세(6만4732대)를 이어갔으며, 기아의 ‘포르테’ 또한 지난해보다 2.5배 이상 판매대수(4만3072대)가 늘었다.

    각각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의 경쟁자인 르노삼성의 ‘SM3’ ‘SM5’ ‘SM7’ 역시 고군분투했다. SM 시리즈는 모두 9만6360대가 팔려 ‘현대 3형제’와 어느 정도 경쟁구도를 유지했다. 지난 9월 자동차 전문 리서치회사 ‘마케팅 인사이트’의 설문조사에선 고객만족도 면에서 ‘쏘나타’ ‘그랜저’ 등을 따돌리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대·기아차, 르노삼성의 틈바구니에서 힘겨워하는 GM대우는 ‘라세티’ 프리미어의 선전으로 그나마 위안을 삼았다. 지난해엔 2200여 대 판매에 그쳤으나 올해는 3만4423대를 팔았다. 승용차 전체로는 10월까지 95만8854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82만4647대)보다 16.2% 증가했다.

    전문가들이 본 2009 소비패턴 변화와 특징 | 자동차

    친환경·고연비 깐깐하게 따지고 고르고


    무한질주 ‘쏘나타’, 난공불락 ‘아반떼’
    올해 국내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는 노후차량 세제지원 제도 시행, 다양한 신차 출시 등 시장 변수가 많아 뚜렷한 패턴 변화 스타일을 규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올해 자동차 브랜드들은 친환경, 고연비, 소형화에 충실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이에 소비자들은 가격, 품질, 애프터서비스만 보지 않고 외부 디자인, 안전장치 등까지 꼼꼼히 살펴본 뒤 차종을 선택했다.

    먼저 어느 해보다 경·소형차의 선전(善戰)이 돋보였다. 기아의 모닝은 배기량이 적은데도 실내 공간을 극대화하고, 깜찍한 디자인과 실용성을 강조하면서 주부 등 여성을 집중 공략했다. 그 전략이 주효해 올해 상당한 판매고를 올렸다. 신형 마티즈도 파격적인 디자인과 시스템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며 모닝의 아성에 도전했다.

    준·중형차로 불리지만 사실상 소형차 범주에 드는 현대 아반떼는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가 높은 고객 충성도로 이어졌다. 동급 차량 중 가장 약세인 것으로 분류된 GM대우의 라세티 프리미어는 최신 기종으로 디자인과 편의장치 등 여러 인센티브가 가미되면서 GM대우의 간판 모델로 입지를 다졌다.

    중형차의 판매 실적도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르노삼성의 SM5는 내년 초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는데도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품질 및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그만큼 두텁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난 10여 년간 중형차를 대표하는 모델로 입지를 확고히 한 현대 쏘나타도 명성에 걸맞은 판매 실적을 보여줬다. 신형인 YF쏘나타는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역동적인 디자인과 탄탄한 품질로 선풍적 인기를 얻어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 내년 초 르노삼성의 신형 SM5가 출시되면 치열한 2강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차도 관심을 모았다.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품질을 인정받은 현대의 제네시스는 인지도가 계속 올라가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고가임에도 주목할 만한 판매실적을 올렸다. 대형차를 선호하는 사업가 등 프리미엄층을 계속 생성하면서 덩달아 그랜저 TG 판매상승 효과까지 낳았다. 내년에 출시될 다양한 국산 신차와 수입차들이 이런 구도의 내수 시장에 어떠한 판도 변화를 일으킬지 주목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pskim@daelim.ac.kr

    올 자동차 내수시장은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내수 판매는 약 16% 증가했다. 승용차 차급별로 보면 소형차 판매가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으며 SUV, 대형, 중형 순으로 증가율을 기록했다. 국내 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소비심리도 급속히 회복됐고, 중형급 이상의 신차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중대형 차량의 수요를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소비자들의 자동차 보유 기간은 증가하는 추세다. 자동차의 성능과 품질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며, 차량 유지 관리를 위한 서비스 체계도 체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차량 구입 시 할부 이용 비중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는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할부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점과 무관치 않다.

    내년도 국내 자동차 시장은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이 공존하는 가운데 올해보다 소폭 개선될 전망이다. 경기회복이 가시화하고 소비심리가 개선될 뿐 아니라, 다양한 신차들이 출시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후차량 세제지원 제도의 종료,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등 수요를 제약할 수 있는 요인도 적지 않다. 차급별로 보면 소비심리 개선과 신차 출시 등의 영향으로 준중형 및 중형차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도요타의 국내 진출 등의 영향으로 수입차 판매도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류기천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 kcryu@hyunda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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